KOREA TRAVEL|수원 ② 히스토리 트레킹
KOREA TRAVEL|수원 ② 히스토리 트레킹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9.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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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축의 백미, 꽃 보다 화성
화성성곽길…서장대~화서문~장안문~남수문~팔달문~화성행궁 총 5.3km

▲ 매표소에서 서남암문까지 이어지는 계단길은 성곽길 전체 코스 중 가장 가파른 길이다.

1796년 10월, 정조대왕은 그동안 꿈꾸던 새로운 조선을 향해 성큼 다가서게 된다. 바로 화성이 완공된 것. 정조대왕은 왕권을 강화하고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 공간, 즉 새로운 수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꿈꿨던 조선의 수도는 수원이었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현륭원이 인근에 있었고 서울과 남쪽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 발달의 가능성이 큰 도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조대왕은 49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승하하게 됐고 그가 꿈꿨던 개혁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 화성 성곽의 특징인 미석을 설명 중인 범진아크릴의 고정현 과장. 미석은 눈이나 비의 흡수를 막아 성벽을 더욱 견고하게 지켜준다.

그러나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축조한 화성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 화성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두발로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화성은 도로와 시장으로 둘러싸인 팔달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전 구간을 끊김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고 40여 개의 치와 누각이 이어져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 포루안의 모습. 포루에서는 병사들이 망을 보거나 휴식을 취했다.
▲ 조선 시대의 포를 복원한 모형. 학생들이 견학하고 있다.

서남암문 근처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아
‘화성성곽길’은 수원시에서 지난 2011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팔색길중 하나다. 기존의 길들을 이어 각각의 주제에 맞춰 총 8개 구간으로 개통된 팔색길은 2014년까지 전 구간의 정비를 끝마칠 예정이다. 모수길, 지게길, 매실길, 여우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화성성곽길 까지 총 8개의 코스로 이뤄진 팔색길은 수원을 대표하는 각종 문화유적지와 전통시장, 하천 등을 지나는데 이중 핵심이 되는 코스는 화성성곽길이다.

▲ 좌측으로 길게 이어진 성곽을 끼고 오르다 보면 수원 시내를 운치 있게 조망할 수 있다.

시청에서는 화성성곽길의 시작점을 화서문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자차로 찾아오는 방문객의 경우 화성행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팔달문 매표소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길은 서남암문까지 계단으로 이어진다. 성곽길 전체 코스 중 가장 가파른 길이다. 하지만 좌측으로 길게 이어진 성곽을 끼고 오르는 이 오르막길의 끝은 수원 시내를 가장 운치 있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팔달산의 정상인 서장대가 가장 높은 곳이지만 화성만의 특별한 운치를 느끼며 조망하기에는 모자란 느낌이 있다.

서남암문과 서남각루 사이의 길은 성곽과 소나무로만 둘러싸여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800년대 조선으로 옮겨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길지 않은 길이니 서남암문에서 곧장 서장대로 가기보단 서남각루를 들렀다가 돌아오는 것이 좋다.

▲ 직선으로 뻗은 곳이 거의 없는 화성 성곽.

▲ 수원성곽 대부분은 6.25 전쟁 등으로 인해 파괴되었지만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완벽하게 복원됐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 정감 있네
화성 성곽은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높낮이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걷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 구불구불한 길에도 알고 보면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곡선으로 성벽을 올리면 아치 형태를 띠게 돼 직선 형태의 성벽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이며 적병이 기어 올라오기 쉽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서남암문에서 이어지는 길은 서장대로 향한다. 장대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공간으로 화성에는 서장대와 동장대, 2개의 장대가 있다. 이중 서장대는 정조가 직접 군사를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많은 관광객이 수원의 야경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 서남암문과 서남각루 사이의 길.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의 조선으로 옮겨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 정조가 직접 군사를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진 서장대.

서장대 이후부터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걸으면 서포루, 서일치를 지나게 되고 이내 서북각루를 만나게 된다. 신발을 벗고 루에 오를 수 있으며 이곳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참고로 서북각루이후 화서문과 장안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진 길은 화성성곽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곧이어 만나는 독특한 외형의 서북공심돈은 중국 성서(城書)의 제도를 참고해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성곽과 누각 모두 200여 년 전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화서문과 함께 화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 서북각루에서 내려다본 풍경.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 용의 머리 모양으로 꾸민 화성열차.

승천하려던 용이 떨어져 만들어진 용연
현존하는 성문 중 가장 큰 성문인 장안문을 지나면 7개의 아치형 수문을 거느린 화홍문이 나온다. 화홍문 뒤에는 수원8경 중 하나로 꼽히는 방화수류정이 있는데 이 곳에 위치한 용연은 용이 승천하려다 떨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수원천을 건너 방화수류정을 지나가면 당시 군사들이 활을 쏘며 무예를 연습하던 연무대가 나온다. 이곳은 현재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국궁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동북공심돈, 창룡문, 동포루 등을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이렇게 이어지는 길은 앞서 지나온 길에 비해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이포루 쯤 오면 왼쪽 성벽 너머로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수원제일교회가 보이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커 지나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 화성의 북쪽 수문 화홍문. 광교산에서 흘러 모인 수원천이 흐르고 있다.
▲ 성곽이 끊기는 시내에서는 화성성곽길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 연무대에서는 국궁 활쏘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일본강점기에 철거됐으나 작년에 이르러 복원이 완공된 남수문을 지나면 ‘왕이 만든 시장’으로 알려진 팔달문 시장이 나온다. 그렇게 시가지를 지나 화성성곽길의 마지막 코스인 화성행궁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었던 봉수당, 정조가 활을 쏘던 득중정, 궁녀와 군인들의 숙소 등을 둘러보고 걷기를 마무리한다.

▲ 화성행궁의 화령전에는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다. 원본이 화재로 소실돼 후대에 상상으로 그려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원 화성을 조선후기 건축물의 꽃이라 부른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종종, 아름다움은 슬픔을 내포하곤 한다. 정조의 못다 이룬 개혁의 꿈과 비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이 서린 화성, 그런 아픔이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수원 즐겨찾기>

수원화성박물관
▲ 수원화성박물관
수원화성의 모형과 관련 유물의 전시를 통해 화성 축성에 대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상설 전시공간에서는 축성과정, 축성 참여 인물, 정조의 8일간의 행차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화성문화실에서는 화성성역 총리대신이었던 번암 체제공의 초상화(보물 1477호)를 비롯해 정조대왕이 하사한 비밀어찰 등 많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상설체험실과 정기교육실을 마련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획전시실에서는 매년 의미있는 특별기획전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1, 031-228-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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