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수원 ① 프롤로그
KOREA TRAVEL|수원 ① 프롤로그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9.1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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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빛나는 꽃, 시대를 앞서 핀 꽃

▲ 광교산

수원은 꽃이다.
화성(華城)은 수원의 한가운데서 꽃과 같은 모습으로 빛난다. 벽돌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쌓아올린 모습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단지 외관의 아름다움 만으로 꽃에 비유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꽃은 향기롭다. 화성이 아름다운 이유는 향기롭기 때문이다. 아비는 뒤주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애틋한 효심은 단단한 꽃으로 피었으니 그 향기가 20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내는 것은 당연하다. 인도의 타지마할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사랑의 향기로 사람을 불러모은다면 수원의 화성은 부모를 기리는 효심의 향기가 사람을 끌어모은다.

▲ 수원 화성

꽃은 벌과 나비와 사람을 불러 모은다.
광교산은 그래서 꽃과 같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산에서 빛이 솟아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광교산이라 이름 붙인 이 산은 험하지 않으나 울창한 숲을 품고 있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수원의 북쪽에서 자궁과 같은 모습으로 온화하게 도시를 감싸고 있고 수원의 젖줄이라 불리는 수원천의 발원지까지 품고 있으니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늘도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산에 사람들이 오른다.

▲ 벽화 마을

모든 꽃은 시대를 앞서 간다.
그 모습이 비록 가녀릴지라도 꽃은 시대를 앞서 피고,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잉태한다. 나혜석은 자신이 원했던 진보적인 여성의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뿌린 씨앗은 지금 이 시대에 또다른 꽃이 되어 피고 있다. 버림받았던 동네, 도시 빈민의 동네였던 행궁동은 벽화가 그려지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는 꼬이고 비틀어진 이 시대를 향해 고했던 나혜석의 외침을 닮았다. 그러니 꽃이 진다고 너무 아쉬워 말자. 꽃은 지기 위해서 핀다.

▲ 나혜석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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