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대지의 소리를 들어보자
눈을 감고 대지의 소리를 들어보자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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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Letter__대지의 호흡이 시작된다

우수가 지나면 시골에서는 본격적인 영농준비를 위해 밭두렁도 태우고 농기구도 손질하곤 했다. 고드름이 녹아 처마 밑을 적시는 3월, 캠프장은 아직 춥기만 하지만 겨울 내내 캠핑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3월은 캠핑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집에 앉아 지난겨울 베란다에 보관했던 장비도 수선하고 때론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해 캠핑에 나서는 것이다. 3월 캠프장에는 봄을 알리는 새소리와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이 존재한다. 졸졸졸 흘러가는 시냇물소리와 솜털 옷을 입고 매서운 바람을 이겨온 버들강아지들이 4월의 꽃을 준비한다. 또한 시린 바람을 뚫고 얼굴을 내민 복수초들이 저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주변의 눈을 녹이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생명은 숨을 쉬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눈에는 별반 차이를 못 느끼는 대지임에도 이 땅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아름답고 추함의 문제를 넘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대지는 모두에게 생명의 싹을 띄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생명의 기운들이 만드는 포근함 속에 늦게나마 봄을 느끼는 셈이다. 

땅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집을 세우고, 생명의 기운을 깨닫는 캠핑은 자신의 맨몸으로 느끼고 오감으로 깨닫는 아웃도어다. 다만 대지의 호흡을 깨닫기 위해선 부지런함과 문명의 이기를 벗어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선조들처럼 자신이 노력한 만큼 깨닫는 셈이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낮추고 귀를 열어놓은 일에서 시작할 것이다. 가만히 양지바른 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고 귀를 열어보면 평소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라디오의 시끄러운 음악이나 자동차의 소음과는 달리 청아하고 맑은 새소리와 더불어 대지의 숨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 대지의 소리는 늘 우리 주변에서 듣던 소리였지만 나이가 들고 기계문명에 찌들어가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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