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추억에도 이런 길 하나쯤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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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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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하이킹 l ② 시흥시 ‘그린웨이’

▲ 양옆으로 펼쳐진 논은 황금색 강을 이루고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물결처럼 넘실대며 춤을 춘다.

갯골생태공원~연꽃테마파크~물왕저수지~연꽃테마파크~원점회귀…총15km 2시간 소요

자전거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느림에 있다.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 등 빠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다가 속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스쳐 지나는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깊어가는 가을, 속력은 조금 느리지만 차분하게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시흥시 그린웨이로 떠나보자.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출발해 연꽃테마파크를 거쳐 물왕저수지에 이르는 7.5km 경기도 시흥시 그린웨이는 사람이 자연과 하나 되어 달릴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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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시 그린웨이는 차분하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연인과 떠나는 자전거여행지로 최적의 코스다.

시흥시에 위치한 ‘녹색길’이라는 이름의 그린웨이(Green-Way)는 시흥갯골생태공원~연꽃테마파크~물왕저수지의 편도 7.5km 구간이다. 거리로만 본다면 왕복 15km라고 해도 바이크를 즐기는 전문 라이더에겐 다소 짧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과 연인이 함께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거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린웨이가 시작되는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에 위치한 시흥갯골생태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초가을이라고 하기에 강한 햇살이 반긴다. 8월 한 달 이례적으로 22일 동안 비가 내렸다는 올여름, 그러고 보니 비를 뿌리던 하늘만 보다가 오랜만에 햇살을 마주한 것도 같다.

갯골생태공원에서 황금물결 품에 안기다

▲ 시흥갯골생태공원에는 갈대산책로와 갯벌생태학습장,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그린웨이에 오르면 시작부터 정겨운 시골풍경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은 아직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라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고 바닥도 그린웨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비포장상태다. 차를 세워두고 준비운동 삼아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며 몸을 풀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내만갯골’이 있는 곳으로 내만갯골이란 내륙 안쪽에 형성된 갯벌을 가리킨다. 이 갯골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사행성(巳行性)갯골이라고도 불린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는 갈대산책로와 갯벌생태학습장, 실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갈대산책로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으니 본격적인 그린웨이 투어에 앞서 시흥갯골생태공원부터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자전거를 두고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공원 주차장 옆 자전거 보관소를 이용하면 된다.

그린웨이에 오르면 시작부터 정겨운 시골풍경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가을을 담고 있어 땀이 나지 않을 만큼 시원하다. 양옆으로 펼쳐진 논은 황금색 강을 이루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처럼 넘실대며 춤을 춘다. 그 사이로 곱게 깔린 그린웨이를 달리면 자전거를 탄다는 생각보다 물 위를 지나는 작은 배에 오른 느낌이다. 사방이 이리도 아름다우니 마음은 급할 게 없다.

그린웨이는 목적지까지 촉각을 다투는 게임이나 정해진 시간에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 오기엔 비슷한 자연풍경이 한참이나 지속된다. 하지만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어디까지 왔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어디를 지나고 있느냐’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연꽃테마파크를 지나 물왕저수지로
정겨운 시골풍경과 호젓한 길을 따라 그렇게 자연과 하나 된 기분으로 30여 분을 달리면 연꽃테마파크로 조성된 관곡지에 닿는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꽃을 재배했다는 곳이다. 조선시대 명신이며 농학자인 강희맹(姜希孟, 1424∼1483) 선생이 1463년(세조 9) 중국 난징(南京)에 있는 전당지(錢塘池)에서 연꽃씨를 채취해 이곳에서 연을 재배했다고 한다. 2005년부터 시흥시는 수도권 최대 규모인 관곡지 내에 연꽃군락지를 조성해 연꽃테마파크로 꾸며놓았다.

▲ 그린웨이의 목적지인 물왕저수지 입구는 실제 물왕저수지와 50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저수지까지 도로를 건너가야 한다.
종류별로 분류된 세계 여러 나라의 연을 돌아보고 정자에 앉아 쉴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주말 방문이라면 자연학습장으로 더 없이 훌륭하다.

정자 앞 연못 위에 큼지막한 연잎이 있다.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이 연은 꽃은 피어있지 않으나 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만든 멍석처럼 생겼다. 그런데 잎이 얼마나 큰지 물 위를 걸어가 그 잎 위에 앉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지름이 최대 180cm까지 자란다고 하니 놀랄만하다.

관곡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페달을 밟으면 물왕저수지까지 약 3km,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가는 길에도 그린웨이 양옆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농촌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린웨이 곳곳에는 큼지막한 나무 아래 원목으로 만든 벤치가 있어 그늘에서 쉬며 간식을 즐겨도 좋겠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에서 민물의 비릿함이 풍겨오는 것 같으면 물왕저수지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웨이는 물왕저수지와 284번 지방도가 만나는 물왕사거리 아래서 끝난다. 그린웨이가 끝나는 곳에 물왕저수지 입구라는 푯말이 세워 있으나 실제 이곳에서 물왕저수지까지는 500m 정도 떨어져 있고 저수지를 보기 위해서는 안내 푯말이 없는 길을 건너서 가야한다. 가는 길도 그린웨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깔려있지 않고 외곽도로 진입 부분을 횡단보도를 통해 건너야 하니 자전거를 타고 건너지 말고 내려서 건너는 것이 안전하다.

▲ 곳곳에는 큼지막한 나무 아래 원목으로 만든 벤치가 있어 그늘에서 쉬며 간식을 즐겨도 좋다.
저무는 햇살에 반짝이는 물왕저수지
물왕사거리를 지나 물왕주유소 방향으로 직진해 저수지입구로 올라가면 넓은 물왕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물왕저수지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었다. 시흥시 최대 규모의 담수호답게 그 자태도 자못 늠름하다.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여름처럼 따가운 햇살 아래서 페달을 밟고 달렸는데 이상하리만큼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문득 ‘가을은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갯골생태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쉼 없이 페달을 밟기에 충분했다. 이미 사방은 땅거미가 내리가 시작했고 덕분에 온몸에 안기는 시원함은 자전거를 타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됐다.

물왕저수지~연꽃테마파크~갯골생태공원의 회귀코스는 쉬지 않고 적당한 속력으로 달릴 경우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무리한 속력은 금물이다. 그린웨이는 차량이 통제된 자전거도로지만 농사차량은 허용이 돼 있어 가끔씩 트럭이나 농기구를 실은 차량이 맞은편에서 오기도 하니 전방주시 또한 필수다.

시흥시 ‘그린웨이’ 라이딩 정보

경기도 시흥시 그린웨이(Green-Way)의 매력은 자전거로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도로가 아니라 지나는 동안 시흥시의 대표관광지인 시흥갯골생태공원, 연꽃테마파크, 물왕저수지를 거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길이 완공되진 않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월곶포구와 옥구공원을 거쳐 오이도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옥구공원은 약 13km, 오이도까지는 3km를 더 가야한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오이도를 잇는 자전거 도로는 2011년 완비될 예정이다. 그린웨이 내 모든 시설은 주차와 입장료가 무료다.

▶ 찾아가는 길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IC~시흥방면~방산교~달월교~월곶교차로~연성제2교차로(갯골생태공원 방면)~갯골생태공원~그린웨이 시작점
▶ 문의 : 시흥시청 문화교육과 031-310-3473, 시흥갯골생태공원 031-310-2985, 연꽃테마파크 031-310-6211, 물왕저수지 031-310-2333 http://www.sihe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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