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트레일러 캠핑 ㅣ ①트레일러 면허따기
도전! 트레일러 캠핑 ㅣ ①트레일러 면허따기
  • 글 이형로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1.2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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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초과, 불합격입니다”
3일 10시간 초단기 과정…어려운 후진 연습에 진땀 흘러

▲ 연습용 트레일러의 모습.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을 탑, 컨테이너를 올려 견인하는 뒤쪽 부분을 테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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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3일 완성이다. 마감 기간에 운전학원으로 일주일 이상 출퇴근할 여유가 없었다. “최대한 몰아서 짧게요.” 월·화 4시간, 수요일 2시간 연습하고 바로 검정시험. 그렇게 442시스템으로 초단기 트레일러 면허 획득에 도전하기로 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서.

▲ 키보다 높은 운전석으로 계단 두 개를 밟고 올라간다.
1일차
‘정녕 이것이 제가 끌 트레일러가 맞나요?’ 시험장 구석에 세워진 트레일러를 보자 놀라움이 긴장보다 먼저 찾아왔다. 취재를 다니며 보던 캠핑 트레일러가 아니었다.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트레일러는 1톤 트럭 4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것과 맞먹는 길이였다. 이건 애국가 화면 속 수출 역군들이 부산 항만에서 줄줄이 끌고 나오던 그 트레일러가 아닌가. 총 3쌍, 10개의 바퀴를 단 트레일러의 위용이 등등했다.

“사람이 올라타 운전하는 부분을 탑, 트레일러 뒤에 화물 싣는 부분은 테라라고 합니다. 뒤쪽 테라에 붙은 메인 스위치를 켜고 운전석에 올라야 시동이 걸려요.”

강사 김진만씨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계단 두 개를 사다리처럼 타올라 조수석에 앉았다. “자, 먼저 신발 벗으시고. 여기 올라와서 보셔야 되거든” 운전석 뒤편으로 올라갔다. 좌측 사이드미러를 같이 보기 위해서다. 실제 견인할 때는 뒤에 매단 트레일러에 가려 룸미러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는 오직 사이드미러에 의존해 전진과 후진을 해야 한다.

“여기 핸들 좌측에 노란 버튼 보이죠? 이거는 에어 브레이크입니다. 트레일러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없어요. 갈 때는 누르고, 설 때는 당기고. 자 2단 넣고 출발입니다.”

‘텅텅텅텅 텅텅텅텅’ 클러치를 떼자 거인의 심장박동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트레일러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트레일러를 끄는 요령은 하나라고 했다. 여자를 다루듯이 세심하게. 차체가 워낙 길어서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뒤에 붙은 테라가 크게 방향을 바꾼다. 승용차 운전하듯 핸들을 돌리면 테라가 도로 양쪽의 검지선을 금방 넘어버린다. 선을 한 번만 밟아도 불합격이다.

“트레일러는 일반 차량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테라가 오른쪽으로 휘어져요. 오른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가겠죠. 자 4시간 후진 연습입니다.”

4시간 동안 전진 후진만 연습이라니. 과하다 싶었는데 4시간이 지나도록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운전 센스가 없나? 핸들에 고개를 묻으며 자괴감에 빠질 때쯤 첫날 연습이 모두 끝났다. 벌써 절반을 써버렸다. 청운 옆으로 먹구름이 몰려왔다.

▲ 운전석 뒤편으로 올라가 교육을 받는 모습.

▲ 후진 시 테라가 휘는 방향은 일반 자동차와 반대라 헷갈리기 쉽다.

2일차
“아직도 감을 못 잡으면 어째요.” 여전히 대장부처럼 핸들을 크게 돌리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고 있었다. 핸들이 큰 만큼 방향을 바꾸고 다시 제자리로 빠르게 돌려야 했지만, 번번이 손이 늦어 차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휘는 버릇도 문제였다. 1시간 연습 후 T자 후진 연습이 시작됐다.

됐다! 별안간 하늘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트레일러 시험에도 ‘공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암기라면 자신이 있었다. 이제 끝이구나. 자신감이 차올랐다. 검정 도로 끝까지 직진한 후에 후진으로 T자 주차를 한 다음, 다시 빠져나와 후진으로 출발점까지 돌아오면 합격이다. 공식을 수첩에 빼곡하게 적었다. 적는 거라면 자신 있었다.

자신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공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후진하면서 적당하게 핸들을 좌우로 돌려 각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후진 각도가 어긋나 트레일러 꽁무니가 똑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지났나 싶었는데 또다시 4시간이 흘러버렸다. 시험은, 내일이다.

▲ 실제 운전 시에는 트레일러에 막혀 룸미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이드미러로 트레일러를 조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일차
검정시험 날이다. 아직 부족했다. 5분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혼자 연습하면 절반만 성공했다. 운이 따라줘야 붙겠구나 싶었다. 1시간을 혼자 연습하고 마지막 1시간은 트레일러 결합과 분리를 배웠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결합과 분리는 어렵지 않았다.

“검정을 시작합니다.” 때가 왔다. 장내에 확성기가 울리며 시험이 시작됐다. 시동을 걸고 ‘푸쉬익~’ 비장하게 에어브레이크를 풀었다. ‘텅텅텅텅 텅텅텅텅’ 커다란 엔진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후진으로 탑과 테라를 결합하고 무난하게 시험장 끝까지 전진했다. 이제 T자 후진이 문제다. 공식대로 핸들을 감고 풀며 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뿔싸! 각도가 어긋났다. 방향이 틀어져 이대로 들어가면 검지선을 밟는다. ‘텅텅텅텅’ 울리던 엔진 소리가 순간 사라졌다. 대신 심장 소리가 온몸을 삼켰다. 무아지경 속에서 몇 차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가까스로 테라를 넣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됐다! 이제 트레일러를 뺐다가 후진으로 출발점에 들어가기만 하면 합격이다.

하지만 각도를 조정하며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시간 초과 실격이다. 온몸의 에너지가 중요 부위로 몰려들며 극도의 긴장이 걸렸다. 후진만 하면 된다. 그런데 별안간 평소 습관이 뛰쳐나왔다. 핸들을 많이 돌리는 바람에 테라가 크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탑과 테라가 격렬하게 틀어졌다. 다시 바로 잡으려고 핸들을 부리나케 돌린다. 억겁처럼 느껴지는 무아지경 속에서 트레일러가 이리저리 요동쳤다. 다 왔다, 다 왔다! 거의 다 왔다, 고 생각하는 순간 허공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울려 퍼졌다. “시간 초과, 불합격입니다.” 3일 완성은 끝났다.

▲ 탑과 테라를 일직선으로 맞추는 연습을 한다. 트레일러 길이가 길어서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크게 각도가 바뀜에 유의해야 한다.

▲ 정차 시에는 사이드 브레이크 대신 노란 버튼의 에어 브레이크로 차를 고정한다.

▲ T자로 트레일러를 후진 주차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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