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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packing|대곡야영장 ①Prologue
Backpacking|대곡야영장 ①Prologue
  • 김 난 기자
  • 승인 2012.11.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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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의 문턱에서

▲ 깊은 산 속의 야영장은 다락방처럼 아늑해 숲을 어루만지는 바람 소리에 마음이 설렌다.

가을 숲은 고요하다. 파란 하늘도 고요하고, 다람쥐 발걸음도 사뿐사뿐 조용하다. 가을 숲은 요란하다. 울긋불긋 단풍도 요란하고, 사람들 발걸음도 자박자박 시끄럽다. 가을 숲은 건조하다. 청량한 공기도 빳빳하고, 마른 낙엽은 바스락 바스락 거린다. 가을 숲은 촉촉하다. 포근한 흙길이 푹신하고, 들국화 꽃잎은 탱글탱글 하다.

이렇듯 반전의 매력이 곳곳에 즐비한데, 어찌 숲 속을 거닐지 않고 가을을 보낼 수 있을까! 폭죽처럼 팡팡 터지는 가을의 풍성한 색감을 보고 그 결을 어루만져 보고 싶다면 치악산이 제격이다. ‘치떨고 악쓰며 오른다’는 치악산의 악명에 지레 겁먹고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대곡야영장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세렴폭포까지만 거닐면 된다. 야영장까지 땀방울 흘리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한 산책로가 놓여있다. 비로봉에 올라야만 치악산에 다녀온 것은 아니니까.

▲ 대곡야영장에 검은 어둠이 내리자 숲 속에 지어 놓은 안식처의 불빛이 더욱 환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대곡야영장은 1990년 치악산국립공원의 야영장 중 가장 먼저 조성되어 맏형격이다. 오토캠핑장인 구룡자동차야영장과 금대야영장과는 달리 대곡야영장은 치악산 품에 안겨있어 탐방안내소부터 야영장까지 40여분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보통 7~8월에만 여는데, 올해는 6월부터 10월까지 개방했다.

구룡사의 사유지이자 문화재 보호구역이라 한시적 개방을 하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만 아니면 비교적 한산하다. 산에서 취사·야영조치가 내려진 이후 합법적으로 산에서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산 속에 있는 것치고는 호화롭고, 40동 규모의 캠핑장에 비해서 너른 개수대와 약간 거리가 있지만 깨끗한 공원 화장실이 딸려 있다.

해가 능선 너머로 꼴깍 넘어가면 가을이 맴돌던 대곡야영장에는 겨울이 내려앉는다. 치악산은 어느새 계절의 틈새에 자리하고 있었다. 숲 속에 지어 놓은 안식처의 불빛이 그래서 더욱 환하고 따뜻했다. 가을과 겨울이 동침을 한 자리에 나 역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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