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도 사랑하는 ‘북알프스의 속살’
일본인들도 사랑하는 ‘북알프스의 속살’
  • 글·박상신 ㅣ사진·김세정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ORDIC WALKING TOUR | 일본 오쿠히다

▲ 로프웨이에서 내려 니시호타카 산장을 향해 워킹을 시작했다.

눈 덮인 23개 봉우리가 감싼 일본 최대의 온천 지대…청정한 자연 만끽하는 여행지

오쿠히다는 아리마(有馬), 쿠사츠(草津)와 함께 일본의 3대 온천인 게로(下呂)에 위치한 지역으로 기후현의 북쪽 일대인 히다 지방에서도 가장 오지 마을이다. 더불어 니시호타카(2909m), 호타카(3110m), 오쿠호타카(3190m), 야리가타케(3180m), 카사가타케(2897m) 등 해발 3000m급 산들이 호위하고 있는 오쿠히다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천온천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뭐니 뭐니 해도 오쿠히다의 가장 큰 볼거리는 3000m급 봉우리가 그림처럼 펼쳐진 북알프스의 풍광이다. 노리쿠라다케, 야리가타케, 카사가다케 등 독특한 형상을 자랑하는 23개 봉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당당하게 위풍을 드러내는 오쿠히다는 사시사철 색다른 매력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 신호타카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신호타카 역을 찾았다. 지어진 지 40년이 됐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케이블카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최초의 복층식 케이블카, 신호타카 로프웨이
오쿠히다의 장엄한 산군을 만끽하기 위해 니시오타카로 향했다. 니시오타카로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신호타카 로프웨이를 이용해야 한다. 해발 1117m에 위치한 신호타카 역에서 시라카바다이라(しらかば平) 역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이곳에서 다시 복층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2156m의 니시호타카구치(西穗高口) 역까지 이동한다.

신호타카 로프웨이는 설치된지 40년 된 일본 최초의 복층식 케이블카로 한 번에 150명을 태울 수 있는 운송수단이다. 투어팀은 로프웨이를 타고 중간역인 나베다이라고겐(鍋平高原) 역에 내렸다. 나베다이라고겐 역을 나오자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족탕이 투어팀을 반겼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족욕탕에는 피로를 풀기 위해 족욕중인 관광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 부드러운 능선 곳곳에 자리한 고사목들이 운치를 더해줬다. 부드러운 니시호타카 능선은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다.

1층짜리 케이블카를 타고 나베다이라고겐 역에서 다시 시라카바다이라 역까지 이동했다. 최종 종착지인 니시호타카구치 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복층식 로프웨이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시라카바다이라 역에 있는 모든 것들은 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알프스빵집, 알프스레스토랑….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연상케 하는 복장이다.

니시호타카구치 역에 내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니시호타카구치 역 건물 옥상에 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장엄한 북알프스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있었다. 이곳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야마비코(やまびこ)라는 빨간색 우체통이 있었는데, 우리말로 메아리라는 의미라고 한다.

▲ 니시호타카 능선에서 바라 본 북알프스의 장엄한 산군들.

니시호타카구치 역에서 니시호타카 산장까지는 도보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낮은 관목숲길이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르자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전망 또한 탁월해 남쪽의 노리쿠라 산맥은 물론 후지산(富士山)까지 희미하게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하얀 김이 뿌옇게 피어오르는 화산도 보였는데, 바로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활화산 야케다케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진풍경을 감상하며 걷기를 한 시간, 니시호타카 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로프웨이 마지막 운행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내려와야만 했다.

▲ 첩첩산중 오지인 오쿠히다의 밤은 아름답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바라보는 투어팀.
별이 쏟아지는 신호타카의 밤하늘
오쿠히다에는 히라유(平湯), 신히라유(新平湯), 후쿠치(福地), 토치오, 신호타카(新穗高) 등 5개의 온천마을이 몰려있고, 이 마을에 200여 개의 료칸과 호텔이 있다. 대부분의 호텔과 료칸에는 노천탕이 딸려있어 오쿠히다를 가르켜 노천온천의 천국이라 부른다.

우리 팀이 베이스캠프로 정한 곳은 신호타카로프웨이 승강장 옆에 위치한 호텔 호타카다. 투어팀은 비행과 트레킹으로 나른해진 몸을 풀기 위하여 온천욕장으로 내려갔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노천탕에 피곤한 몸을 담그니 피로가 단번에 풀리는 듯했다.

▲ 오쿠히다의 노천탕. 밤에는 별을 바라보며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
저녁식사를 위해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메인 메뉴는 히다규. 오쿠히다에서는 특이하게 흑소를 키우는데, 청정지역에서 나온 이소고기를 히다규라고 한다. 등급으로 따진다면 트리플A 등급 이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이 소고기는 일본의 3대 명품 소고기 중에 하나다.

오쿠히다 사람들의 자부심에 걸맞게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육질이 매우 연하고, 육즙이 풍부해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질 좋은 고기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이트 워킹을 위해 투어팀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이곳은 자연보호를 위해 차량통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로프웨이 승차장 옆에 있는 호텔 앞까지만 차량이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에서 니시호타카 방향으로 향하는 길, 헤드램프 불빛에 의지해 걸음을 계속했다.

▲ 허기진 투어팀의 배를 채워준 호바미소와 곤들메기.
맑고 차가운 공기를 가슴 깊이 마시며 걷던 우리는 일행의 제안에 헤드램프를 모두 끄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각박한 삶 때문에 잠시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고 싶다면 오쿠히다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연의 혜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싶다면 오쿠히다로 떠나보자. 흔히들 오쿠히다를 일본 북알프스의 속살이라 표현하는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꼭꼭 숨겨두고 마지막으로 찾아가고 싶은 ‘온천의 고향’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산군과 청정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오쿠히다는 최고의 가족 여행지다. 신호타카로프웨이 중간 역에 내려 족욕탕에 발도 담가보고, 전망대에 설치된 우체통에 편지도 부쳐보자. 잃어버렸던 동심이 새롭게 살아날 것이다.

오쿠히다 여행

오쿠히다에서 니시호타카 트레킹을 하려면 로프웨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호타카 역에서 시라카바다이라 역까지 로프웨이로 이동한 후 제2로프웨이를 갈아타 니시호타카구치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니시호타카 전망대에서 니시호타카 산장까지 왕복하는 코스는 약 2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로프웨이 요금 왕복 2800엔.



◀ 니시호타카구치 역 옥상 전망대에 있는 야마비코 우체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