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ㅣ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
Andrew’s Travel Note ㅣ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07.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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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파도를 제압하는 서퍼들의 고향

▲ 흰 포말과 괴성을 동반한 산타크루스의 거센 파도. 서핑보드와 한 몸이 되어 파도 위를 질주하는 스릴은 서퍼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약반세기 전, 세계 최고의 뮤지션 그룹을 논할 때면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가 빠지지 않았다. 오늘날 비치보이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서 거론되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그들의 대표곡 Surfin’ U.S.A.의 경쾌한 리듬은 언제 다시 들어도 우리들 어깨를 춤추게 만든다. 영어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신나는 기타 소리와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에 취해 눈을 감으면, 서핑 보드에 몸을 싣고 파도를 가르며 달려 나가는 기분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미국 어디서든 넓은 바다를 가질 수 있다면, 모두가 캘리포니아에서처럼 파도타기를 하겠지요. 델마와 산타크루스 그리고 트레슬에서도 파도 타는 그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모두가 파도 타러 나갔지요.”

비치보이스의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는 산타크루스는 바다와 태양이 아름다운 작은 해안도시다. 태평양 연안과 마주한 캘리포니아의 1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 샌프란시스코 아래에 위치한 산타크루스와 만나게 된다. 이곳의 높고 거친 파도는 언제나 젊은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그 덕인지 산타크루스는 미국 내에서 하와이 못지않은 파도타기 명소로 유명하다.

뜨거운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레저는 단연 서핑이다. 서핑의 시초에 대해선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선사시대부터 태평양의 섬사람들이 즐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100년 전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세계 최초로 서핑이 보급화 되기 시작했고, 1956년 호주에서 열린 제1회 국제선수권대회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산타크루스의 해변에서 서퍼들은 보드에 몸을 밀착한 채 파도가 일어나는 바다로 양손을 힘껏 저어간다. 먼 곳에서 파도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면 재빨리 선수를 해안으로 돌린다. 그리곤 뒤를 수시로 살피며 질주해오는 파도와 정확한 위치에서 만날 수 있게 보드의 위치를 조정한다. 파도가 보드 밑을 통과하며 부력이 생기면 몸무게를 보드 앞쪽에 실으며 재빨리 상체를 일으켜 균형을 잡는다. 서핑의 재미는 여기부터다. 해변을 향해 뿜어져 나가는 파도에 올라탄 후 균형감각에 의지한 채 최대한 긴 거리를 멋진 자세로 빠르게 질주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파도타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남녀노소의 제약도 없다.

▲ 소박한 주택들이 늘어선 산타크루스의 해안가.
▲ 파도의 흐름을 타기까지 중요한 것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해안에서 바라본 거대한 파도는 투우장의 성난 소처럼 무섭게 달려든다. 서퍼들은 노련한 몸짓으로 파도의 등줄기를 잡아채 잽싸게 올라탄다. 360도 회전, 옆의 파도로 건너타기, 공중제비까지. 소의 등에 최후의 칼을 꼽는 투우사처럼 서퍼는 포효하는 노도가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의 짜릿함을 즐긴다. 서퍼들의 민첩한 터닝이 계속될수록 검푸른 바다는 하얀 포말을 휘날리며 길을 내준다. 마치 바다에서 펼쳐지는 파도와 서퍼의 투우 경기 같다. 보다 높은 파도가 나타나면 주저 없이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어떤 고난도 이겨낼 패기가 엿보인다. 오십 년 전 비치보이스의 명곡이 탄생하도록 영감을 줬던 산타크루스 서퍼들의 화려한 몸놀림은 그렇게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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