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Andrew’s Travel Note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04.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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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숨결 가득한 파라다이스

▲ 투명한 강에 뛰어든 관광객들은 대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다.

▲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요세미티 폭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공룡도 없던 아주 먼 옛날, 거대한 빙하가 엄청난 굉음을 동반하며 무섭게 갈라지자 빙하 밑에 숨어있던 화강암도 깨끗이 잘려 나갔다. 이때 절반이 떨어져 나간 채 남아있는 거대한 화강암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상징인 하프 돔이다.

캘리포니아 중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의 충청북도 면적만한 광활한 공원인데, 9월부터 내리는 눈이 봄까지 쌓였다가 5월부터 만년설이 해동되면서 엄청난 수량이 폭포에서 수직 낙하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특히 미국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은 요세미티 폭포의 절경이 여행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대지가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4월에도 요세미티 공원의 그늘진 계곡에는 채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는데, 높은 산맥 위에 쌓여 있는 거대한 만년설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하다. 만년설 녹아내린 폭포 밑에 서면 물보라가 거센 기세로 계곡을 뒤덮는다.

하늘을 찌를 듯한 세쿼이아 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요세미티 숲을 따르다 보면 시간도 잊은 채 숲 속의 정적에 빠져든다. 이렇게 태고의 비경에 도취돼 산길을 오르다 보면 해발 1300m에 위치한 거울호수를 만난다. 호수에 비친 요세미티 폭포와 하프 돔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이내 소나무 향에 취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취하고, 높은 하프 돔의 웅대함에 취하고, 물보라 토하며 수직 낙하하는 요세미티 폭포에 취해버렸다. 거울호수와 이어진 테나야 강(Tenaya Creek)을 따르다 보면 속속 드러나는 비경이 끝이 없다. 조용한 계곡 옆에는 은빛모래가 반짝이는 백사장과 선탠 중인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도 눈에 띈다. 조용한 테나야 강에서 만난 정오의 태양은 강렬했고, 하얀 백사장은 순수 그 자체이며, 투명한 샛강의 맑은 물살은 이방인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 빙하가 깎아 낸 요세미티의 기암절벽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하프돔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엘 케피탄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으로 여름이면 전 세계 암벽가들이 몰려와 정상에 도전한다. 이 외에도 글레이셔 포인트는 하프 돔과 요세미티 폭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지로 유명하며, 마리포사 그로브는 높이 120m, 지름 8m에 이르는 2000~3000년 수령의 거목들이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140년 전 탐험가 존 무어가 요세미티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곳은 아메리카 인디언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원주민 후세들은 정부가 허락한 요세미티 입구의 한적한 곳에 조그만 카지노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이곳에는 지금도 수많은 곰들이 살고 있다. 요세미티에서 마지막까지 살았던 오와니드히 족은 곰을 요세미티라고 불렀다. 이들은 곰과 같이 어우러져 숲의 주인으로 살다가 금광을 찾아 서부에 도착한 기병대에 의해 대부분이 학살당하고 만다.

거울호수에 비치는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감 같이 인생을 고운 색으로 칠하며 살았을 옛날 인디언을 생각하며 요세미티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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