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의 뱅엔올룹슨이 되겠습니다”
▲ 세계 텐트 폴 시장을 석권한 라제건 동아알루미늄 대표 |
라제건 동아알루미늄(DAC) 대표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유명 인사다. 세계 텐트 폴 시장을 석권한 독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국 아웃도어 잡지 <백패커> 등에 ‘에디터스 초이스’로 수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노스페이스> <마운틴하드웨어> <잭 울프스킨> <바우데> <힐레베르그> 등 유명 브랜드들의 텐트에는 ‘DAC Pole’이라는 행택이 달려 있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려는 외국 아웃도어 기업들의 전화도 수시로 걸려온다.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품질도 뛰어나기 때문. 올해부터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군 군납도 하게 된다. 미 해병 텐트는 자국 생산이 원칙이지만 폴만은 한국 제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동아알루미늄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동력은 소재 개발, 튜브의 정밀성, 뛰어난 엔지니어링, 그리고 인재 육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 ‘TH72M’은 일등 공신. ‘TH72M’은 강도를 높여도 쉽게 깨지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충격에 약한 카본 소재의 단점을 보완한 초경량 고강도 제품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알려졌다. 개발에만 20년이 걸린 이 소재로 미국 이스턴사를 제치고 세계 텐트 폴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는 ‘좋은 알루미늄 소재를 뽑겠다’는 라 대표의 뚝심이 이루어낸 쾌거다.
“알루미늄은 강도를 높일수록 깨지는 물성이 있습니다. 강도를 세게 하면 유리처럼 깨지거나 백설기처럼 포슬포슬해져 경량화 실현에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센 알루미늄 소재 개발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 20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 ‘TH72M'의 태그. |
만약 바이어가 폴을 10cm 늘려 달라는 부탁을 하면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길이는 10cm에 불과하지만 폴의 굵기와 프레임이 달라지고 가격도 변하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 대표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제품기획 회의나 세일즈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마운틴하드웨어>는 올해도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벤더가 원청 기업의 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보기 힘든 경우다. 라 대표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라 대표의 미덕은 정직이다. 바이어, 벤더, 직원을 속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기준을 높게 가지고 가는 것. 그래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출근해서 직원 표정만 봐도 불량이 났는지 안 났는지 안다”고 한다. 만약 불량이 나면 회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대량 물량 투입과 무너진 신뢰 회복에 더 중점을 둔다고 한다. 라 대표의 이런 경영방침은 납기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결실로 나타났다. 그간 국내외에서 획득한 특허만도 170여 건에 이른다.
기술과 품질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라 대표의 고민은 의외로 국내 시장이다. 그는 “국내는 적극적으로 못한다”며 “우리나라는 무조건 갑이 왕이라는 독특한 정서 때문”이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원청업체과 협력업체 간의 상생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시장은 <반포텍>을 통해 공급하고 있지만 해외 공급망은 다양하다. 미국의 Big Agnes를 비롯 유럽은 네덜란드 Nigor, 일본 Sinano, 호주 Tara Sourcing 등 대륙별로 거점을 두고 있다.
▲ 동아알루미늄이 ‘헬리녹스’라는 브랜드로 내놓은 스틱들은 가볍고 강도가 높다 |
알루미늄과 텐트 프레임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라제건 대표. 알고 보면 대학에서 역사와 MBA를 전공한 비엔지니어링 출신이다. 세계 최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진로를 바꿔 기술을 찾아 나선 것이 지금의 DAC를 탄생시켰다. 스틱 설명을 마친 그는 차분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또 다른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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