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멀티숍 LG패션·LS네트웍스·이랜드 등 대기업 속속 진출
스포츠 멀티숍 LG패션·LS네트웍스·이랜드 등 대기업 속속 진출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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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ㅣ스포츠 멀티숍 현황과 전망

▲ LG패션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스포츠 매장. 각종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유통 구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독 브랜드 매장이 주류였던 아웃도어 시장에 대형 스포츠 멀티숍이 등장한 것. 2000년부터 꾸준히 멀티숍을 운영해온 오케이아웃도어닷컴(대표 장성덕)은 전국에 10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LG패션(대표 구본걸)은 지난해부터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인 인터스포츠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다.

<프로스펙스>와 <몽벨> <잭울프스킨> 등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LS네트웍스(대표 김승동·박재범)는 지난 3월 웍앤톡을 오픈하며 대형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 경쟁에 뛰어들었고,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이랜드(대표 박성경)도 멀티숍 스포블릭을 운영 중이다.

선진국 아웃도어 유통 구조 도입
국내 아웃도어 유통은 여전히 단독 브랜드 매장이 대세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 발맞춰 수많은 브랜드들이 런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특히 안정적인 자본으로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며 단독 브랜드 매장을 활발하게 늘려가고 있다.

반면 아웃도어 선진국인 유럽과 북미에서는 단독 브랜드 매장 못지않게 인터스포츠와 REI 같은 대형 멀티숍이 대세다. 가까운 일본 역시 ICI스포츠와 엘브레스, SRC, 오쉬맨즈 같은 대형 멀티숍이 인기. 이들 대형 멀티숍은 러닝·야구·농구·축구·테니스·배드민턴 등 각종 스포츠 용품과 카약·카누·스킨다이빙 등 수상 스포츠 용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풍부하게 구비해 한 공간 안에서 각양각색의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 시장도 선진국의 아웃도어 유통 구조를 받아들이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LG패션과 LS네트웍스·이랜드가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것.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멀티숍이 스포츠·아웃도어 업계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향후 아웃도어 시장의 유통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700여 개 아웃도어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 매장

국내 대형 멀티숍 원조,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의 가장 큰 특징은 매장의 대형화다. 브랜드 로드숍의 경우 단독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매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멀티숍은 수백 개의 브랜드를 취급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 인터스포츠 구로점은 1500평 규모이고, 전국 매장 평균이 700평에 달한다. 국내 대형 멀티숍의 원조격인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오프라인 매장은 평균 200~300평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3월에 개설된 LS네트웍스 웍앤톡 대치점은 300평 규모다. 이 외에도 이랜드는 NS백화점 송파점에 200평 규모의 스포블릭 매장을 오픈했다.

2000년, 자본금 3700만원으로 탄생한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현재 국내 최대의 아웃도어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다. 런칭 이후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이 매년 200%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3有 보상제’ 덕분이다. 이 회사는 자사 매장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을 때 차액의 1.3배를 보상해주는 ‘130%보상제’, 위조상품을 판매했을 경우 판매가의 3배를 보상하는 ‘위조상품 300% 보상제’, ‘A/S 3년 책임보상제’를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온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10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4개 매장을 비롯해 대전·전주·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 직영점을 두고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이승재 상품개발팀 팀장은 “저가부터 최고가 상품까지 365일 업데이트한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것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오프라인 매장은 700여 개 아웃도어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권의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를 비롯해 배낭, 등산화, 텐트 용품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점 이동복 점장은 “매일 제품을 업데이트해 고객들이 매장에 숨어있는 제품을 일일이 구경하다 보면 2~3시간은 기본”이라며 “타 멀티숍보다 월등하게 다양한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스포츠 구로점 전경.

인터스포츠, 올해 매장 10개 계획

LG패션은 2009년 세계 최대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 체인인 인터스포츠와 국내 독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 전국에 대형 멀티숍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 문정점을 시작으로 청주점과 구로점을 차례로 오픈한데 이어 지난 3월 말 서울 양재동 하이브랜드에 4호점을 개설했다. LG패션 개발사업부 남기흥 상무는 “인터스포츠가 서울 주요 상권인 강남에 진출한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올해 인터스포츠 매장을 1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스포츠의 최대 강점은 카테고리별로 구획된 동선의 효율성이다. 아웃도어·바이크·러닝·워킹·피트니스·베이스볼·풋볼 등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고 품목별로 제품을 진열해 소비자들이 효율적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해 고객들에게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인터스포츠만의 강점이다.

인터스포츠는 140여 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스포츠와 아웃도어의 비율은 8대2 정도.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가진 스포츠 시장은 오픈된 반면 아직까지 로드숍 위주의 아웃도어 시장은 폐쇄성이 강해 브랜드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인터스포츠는 앞으로 아웃도어 분야를 보다 확대하고, 의류보다는 용품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인터스포츠 아웃도어관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아크테릭스> <마무트> <라푸마> <컬럼비아> <사레와> <버그하우스> <오스프리> <그레고리> <맥킨리> 등 유럽과 북미권 유명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콘셉트 스토어 웍앤톡에서는 다양한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도보여행자를 겨냥한 웍앤톡

LS네트웍스가 새롭게 런칭한 멀티숍 웍앤톡(Walk & Talk)은 이름처럼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스포츠·아웃도어 용품의 집합소. LS네트웍스 정진규 유통사업본부 부장은 “도보여행자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매장 제품 구성과 서비스를 일반 아웃도어 멀티숍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LS네트웍스는 지난 3월 서울 대치동에 웍앤톡 1호점을 열었다. 매장에는 90여 개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이 가득하다. 1층 매장에는 워킹·하이킹·트래킹을 구분해 초보자부터 전문 등반가들을 위한 신발과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한다. <프로스펙스> <파타고니아> <킨> <컬럼비아> <머렐> <미즈노> 등 국내외 인기 브랜드 제품이 대다수. 2층 매장에는 배낭과 등산 의류 및 카메라 관련 장비들이 진열돼 있다.

웍앤톡 최재훈 지점장은 “초보자를 위해 1대1 상담을 비롯해 맞춤 인솔제작 서비스까지 매장에서 제공한다”며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후아유> <티니위니> <로엠>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이랜드도 지난 1월 경기도 성남 뉴코아아울렛 모란점에 스포츠 멀티숍 스포블릭 1호점을 개설했다. 약 85평 규모의 스포블릭 매장에서는 <뉴발란스> <버그하우스> <엘레쎄>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이랜드는 최근 NS백화점 송파점에 200평 규모의 스포블릭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아직까지 스포츠 브랜드가 대다수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어떤 브랜드라도 들여오는 것이 스포블릭의 방침”이라며 보다 다양한 브랜드의 영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1년 사이 스포츠·아웃도어 유통의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 따지고 보면 자사 브랜드를 여럿 가진 대기업들이 ‘남의 제품 팔아주기’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멀티숍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까닭은 세계적인 유통 트렌드가 변하고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스포츠·아웃도어 선진국에서는 관련 의류 및 신발, 용품 판매 중 다수가 멀티숍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어 자연스럽게 판매 실적이 높아지고 있다.

▲ 스포츠·아웃도어 유통에 새롭게 뛰어든 이랜드가 스포블릭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에서는 다양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랜드도 스포블릭 2개점 개설
LG경제연구소 이정호 연구원은 “최근 SPA 브랜드나 패스트 패션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만큼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것이 새로운 유통의 흐름”이라며 “앞으로 멀티숍의 인기는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PA 브랜드란 의류기획·디자인·생산·제조·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아 비용을 절감시켜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유통 형태다.

문제는 다양한 브랜드의 확보다. 아직까지 아웃도어 시장의 유통 구조가 단일 브랜드 위주의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국내 브랜드들은 타사가 운영하는 멀티숍에 제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패스트 패션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은 한 매장 안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나보기를 원한다”며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단일 브랜드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해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켜야만 향후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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