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희열 모르면 눈밭에 뒹굴지말자
오르는 희열 모르면 눈밭에 뒹굴지말자
  • 글·사진 강정국 기자
  • 승인 2011.12.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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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스키 입문 ABC

서울에 폭설이 내리면 전차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통이 마비돼도 유유히 스키를 타고 시내를 활보하는 스키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60년대 리프트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리프트에 의해 알파인 투어링 스키(이하 산악스키)는 점점 자취를 감추었고 산악인들조차 스키의 내려오는 즐거움 때문에 오르는 즐거움을 망각하게 되었다.

▲ 아직도 몇몇 산악인들에게 산악스키는 겨울산을 오르기 위한 최적의 등반장비로 인식되어 있다.
또 하나의 겨울
스포츠
산을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혹자는 두발로 걸어 오르지만 혹자는 도구를 사용해 암벽이나 빙벽을 오른다. 결국 산이라고 하는 대상은 오르는 즐거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산악스키는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스키를 신고 어떻게 산에 올라가요?”, “산악스키 가지고 스키장에서도 탈 수 있나요?” 등이다. 당연히 산에도 갈 수 있고 스키장에서도 탈 수 있다. 스키장에서 산악스키를 즐기려면 다운힐을 하고 있는 스키어와 충돌을 피해 리프트를 운행하지 않는 시간 또는 슬로프 가장자리를 이용해 오르면 된다.

알파인스키와 산악스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알파인스키가 내려오는 데만 적합하게 설계돼 있는 반면 산악스키는 오르내리는 것이 모두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산악스키는 알파인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스키부츠를 일반 등산화처럼 활동성 있게 신을 수도 있다. 바인딩의 경우 알파인스키는 플레이트에 부츠가 고정돼 있지만 산악스키의 바인딩은 부츠의 뒤꿈치가 고정돼 있지 않아 일반 보행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트 바닥에 스킨을 붙여 눈 덮인 산을 오를 때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한다.

산악스키는 가벼울수록 고가이지만 다운힐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가벼운 스키를 구입하면 오르막에서 절약한 에너지를 내리막길에서 필요 이상으로 소모하게 된다. 그렇다고 비용만을 고려해 무거운 산악스키를 구입하면 올라갈 때 많은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구입 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산악스키 즐기기

▲ 프리 힐 바인딩이 설치된 스키를 신고 큰 걸음으로 걸어 평지나 산, 언덕을 오르는 것을 스트라이딩이라 한다. 사진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겨울철 눈 덮인 곳이면 어디에서나 산악스키를 즐길 수 있다. 강원도에는 100km 이상 되는 임도가 많기 때문에 야영을 즐기면서 1박 이상의 산악스키 투어를 즐길 수 있고 울릉도나 한라산, 덕유산, 용평의 안반데기, 소황병산, 대관령, 선자령 등지에서 산악스키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 눈 덮인 곳을 지나간다고 생각해보자. 산악스키를 이용하면 스키 플레이트의 표면 저항으로 인해 눈에 빠지지 않고 그곳을 쉽게 지나갈 수 있다. 용평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슬로프 5.8km를 걸어서 올라간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까.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지만 산악스키를 이용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충분히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이 겨울철 산을 오르기 위한 산악스키의 매력이다.

현재 국내에서 산악스키를 정규과목으로 교육하는 단체는 대한산악연맹(산악스키위원회 02-414-2750)이 유일하다. 대한산악연맹은 매년 11월 중 산악스키 이론에 대해 1박2일 동안 강의를 실시한다.

▲ 스키를 신고 오르기에 부적절한 경우에는 스키를 배낭에 부착하거나 짧은 거리일 때에는 서로 마주 묶은 후 어깨에 메고 오른다. 사진 <사레와>

1월에는 2박3일 과정으로 산악스키 강습회를 개최하며 매주 용평에서 산악스키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2월 중순 아시안컵산악스키대회가 용평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4월에는 산악스키의 즐거움을 좀 더 연장하고자 중국과 일본에서 산악스키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겨울 시즌으로 접어들고 있고 스키장 슬로프에 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단언컨대 산악스키는 S자 슬라럼을 그리면서 단숨에 내려오는 쾌감보다 눈 덮인 사면을 서서히 미끄러지듯 오르면서 눈을 밟는 즐거움이 더 크다. 아니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산악스키다.

초기에는 등산을 위한 스키인이 전부였고 겨울산을 오르기 위한 산악스키가 주류였다. 스키인이 산악인이고 산악인이 스키어였다. 즉 국내에 스키를 전파한 이들은 산악인이었다. 아직도 몇몇 산악인들에게 산악스키는 알피니즘 실현을 위한 궁극적인 도구로써, 겨울산을 오르기 위한 최적의 등반장비로 인식되어 있다.

또한 ISMF(국제산악스키연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산악스키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 유소년을 대상으로 산악스키어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면 다가오는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TIP
장비 선택
알파인 부츠는 걷기에 부적절하고 무거우며, 바인딩에 어댑터를 사용한다 해도 등산에 무리가 있다. 알파인투어용 부츠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가벼우며 워킹과 활강의 두 가지 용도에 맞게 만들어졌다. 방수기능에 바닥은 암벽등반 등을 위하여 고무창으로 만들었으며, 빙설벽 등반을 위한 알파인 크램폰 착용도 가능하다.

노르딕 마운틴 스키는 등산에는 좋으나 다운힐에서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알파인투어 스키다. 알파인과 노르딕의 절충형이다. 알파인투어 스키는 가볍고 유연한 것이 좋다. 길이는 키에 맞추면 적당하나 체중이 무거우면 전문가와 상의해 조금 더 길게 선택한다.


TIP
스키로 산 오르기
스키등산은 어떠한 등산장비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스키로 정상까지 오른 후 자연설을 활강으로 하산하는 등산의 형태다.

스트라이딩(Striding)
프리 힐 바인딩이 설치된 스키를 신고 큰 걸음으로 걸어 평지나 산, 언덕을 오르는 것을 스트라이딩이라 한다. 스키 산행에서는 이 동작이 가장 많이 쓰인다. 따라서 정확한 테크닉과 체력 소모를 줄이는 비결 등을 알아두어야 한다.

평지에서는 뒤 스키를 밀어 차면서 앞 스키와 함께 미끄러지기를 하면 속도가 빠르며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스키를 땅에서 들어 올리지 말고 가볍게 끌어서 옮긴다. 스키를 들어 옮기면 체력 소모가 증가된다.

급경사면에서는 지그재그로 오른다. 가벼운 경사면에서는 라운드 턴으로 심한 급경사에서는 킥 턴으로 방향을 바꾸며 지그재그 길을 만들어 간다.

라운드 턴(Rounded turn)
완경사에서 쓰는 턴 기술이다. 바깥 쪽 스키부터 옮겨놓고 안쪽 스키를 바깥 쪽 스키만큼 옮기고 다시 바깥 쪽 스키가 리드해 가며 언덕을 올라간다.

킥 턴(Kick turn)
킥 턴은 트래버스에서 트래버스로 바로 방향을 180도 바꾸어 주는 이상적인 턴 기술이다. 평지에서 급경사에 이르기까지 정지 상태에서 안정된 턴을 할 수 있으므로 필수적으로 배워두어야 한다.

걸어 오르기(Walking)
경사가 매우 심하거나 설면의 상태가 스키를 신고 오르기에 부적절한 경우에는 스키를 배낭에 부착하거나 짧은 거리일 때에는 서로 마주 묶은 후 어깨에 메고 오른다. 알파인투어 스키에는 스키 앞부분에 구멍이 있어서 썰매를 만들어 끌고 갈 수도 있다.

급경사의 단단한 눈에서는 알파인 크램폰을 부츠에 착용해 등반용 피켈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한산악스키협회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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