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로 찾아가는 빌딩 숲속의 낙원
물길로 찾아가는 빌딩 숲속의 낙원
  • 글·사진 강민규 기자
  • 승인 2011.12.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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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밤섬 카누잉

▲ 도심 빌딩숲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따라 밤섬을 돌아보는 카누잉. 한강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색다르다.

도심 빌딩숲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이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는 없을까. 서울에 살면서 아직 유람선 한번 못타본 나로서는 한강 카누잉이 꿈같은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벼르고 벼른 끝에 드디어 한강 카누잉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이번 카누잉은 한강 한가운데 떠있는 철새도래지 밤섬을 돌아보는 것으로 정했다. 1999년 8월 10일에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밤섬은 마포대교 하류 부근부터 시작된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과 밤섬 번식조류인 흰빰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등이 살고 있으며 해마다 철새 5000여 마리가 찾아온다. 또 버드나무·갯버들·용버들·물억새 등이 풍성하게 자라며 어류는 붕어·잉어·뱀장어·누치·쏘가리 등이 서식해 도심 속 생태계의 낙원이라 할만하다.

출입이 금지된 밤섬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려면 서강대교를 지나는 방법이 있다. 서강대교가 밤섬 위로 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카누잉은 마포대교 하류에서 시작해 밤섬을 한 바퀴 돌아서 서강대교를 지나 다시 마포대교 하류로 돌아오는 코스로 계획했다.

한강 한가운데 자리한 밤섬

▲ 마포대교 하류 부근부터 시작되는 밤섬. 밤섬은 출입이 금지돼 랜딩이 불가하므로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한강에서 첫 카누잉의 힘찬 패들링을 시작했다. 다행이 물살도 잔잔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늘 앉아 있던 강변이 아닌 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색다르다. 저 멀리 보이는 강변북로 위로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답답한 차속에서 탈출해 탁 트인 강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미안하기도 했다. 아, 저 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도 패들을 건네줄 수 있다면.

마포대교 하류의 한강은 가을햇살에 반짝이는 금빛물결로 가득 차있다. 마음이 한없이 고요했다. 강바람에 실려 오는 특유의 강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몸속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머금고 있는 밤섬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밤섬의 웃자란 버드나무의 가지들이 길게 늘어트린 모습으로 길손을 맞이한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밤섬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기분이 남다르다.

▲ 카누를 자동차 카누캐리어에 장착하고 있다.

▲ 한강에 런칭하기 위해 카누를 운반하는 모습.

사실 이곳 밤섬에는 1960년대 말까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모두 이주하고 그 이후로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무와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멀리 보이는 마천루를 배경으로 밤섬이 그 한가운데 살포시 들어앉은, 도심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밤섬은 랜딩이 불가하기 때문에 직접 밟진 못하고 눈으로만 보아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포대교 상류 쪽으로 카누의 뱃머리를 돌려 밤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밤섬 주위는 그동안 쌓인 퇴적층으로 수심이 매우 낮았다. 불과 30cm도 안 되는 곳도 있어 패들링 할 때 매우 조심스러웠다. 패들이 바닥에 닿은 것은 물론 자칫하면 카누 바닥이 흙에 닿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카누 타고 둘러보는 철새도래지

▲ 한강 고수부지에 내려놓은 카누. 한강 카누잉은 법적인 제재가 없지만 안전을 위해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 수상레저활동신고서를 작성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철새도래지답게 밤섬에는 왜가리와 오리들이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카누잉을 하는 동안 혹시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소리를 죽였다. 엄연히 이곳은 저들의 보금자리고 나는 분명 불청객일 테니. 카누잉을 하는 동안 조용한 수면위에 물고기의 숨소리조차 들리는 듯 했다. 물이 맑고 수심이 낮아 붕어와 잉어가 쉬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한강 밤섬에서 보니 3D처럼 실감나게 다가왔다.

사실 밤섬은 하나가 아니다. 윗 밤섬과 아랫 밤섬 사이에 좁은 물길이 있다. 갈수기라서 이곳의 수심은 낮았지만 살짝 카누의 고개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마치 깊숙한 외딴섬으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카누의 움직임을 감지한 십여 마리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미안한 마음에 카누를 돌려 다시 밤섬의 가장자리로 패들링을 하며 나아갔다.

서강대교 쪽의 밤섬은 넓게 퇴적층이 발달되어 수심이 낮다. 철새들이 우아하게 걸어 다니며 자맥질과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강변북로의 복잡한 도심과는 정반대의 청정지역의 늪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밤섬의 주인인 새들을 피해 넓게 밤섬을 돌아가니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여의도의 높은 빌딩들이 경쟁을 하듯 서있다. 한적한 자연에서 즐기는 카누잉이 제맛이긴 하지만, 한강에서 빌딩숲을 바라보며 하는 카누잉도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한강에서의 카누잉은 이것으로 끝이 나지만, 앞으로 북한강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카누잉을 하다가 날이 저물 땐 캠핑을 해보면 어떨까. 어느 새 내 가슴은 새로운 도전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이런 호사를 나만 누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강과 호수를 카누를 타고 여행하는 물레길이 다른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길 바래본다. 

한강 카누잉 안내
한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려면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카누는 동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누를 타고 있는 카누어의 힘으로 패들링을 하며 카누잉을 한다. 그래서 무동력인 카누는 법적인 제재는 없다. 단지, 상수원보호구역만 아니라면 카누를 띄우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안전을 위해서는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서 수상레저활동신고서를 작성하는 절차를 밟고 수상레저를 하는 것이 본인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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