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노하우 전수하는 캐나디안 장인
40년 노하우 전수하는 캐나디안 장인
  • 글·사진 장목순 기자
  • 승인 2011.10.28 14: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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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카누 제작 프로그램 체험기

▲ 테드 무어가 운영하는 베어마운틴보트 스쿨의 수업 광경.

내가 처음 카누를 만들게 된 것은 테드 무어(Ted Moore)가 쓴 <카누크래프트(canoecraft)>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다. 이 책을 몇날 며칠 동안 곁에 두며 사랑하는 연인의 편지를 읽어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카누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그림책을 보듯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나에게 있어 테드 무어는 롤 모델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한국에 카누 문화를 심는 것. 그 꿈을 한국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심지어 나조차도 한국에서 우든카누를 만들고 물레길을 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많은 일반인들이 우든카누에 몸을 싣고 패들링을 하며 물레길 투어를 즐기고 있다. 마치 꿈만 같은 일이다.

테드 무어가 운영하는 카누 제작학교

▲ 카누 제작수업을 마친 후 강사와 교육생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얼마 전 카누에 대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체계화된 제작 교육을 받고자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침내 나의 롤 모델인 테드 무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누 제작 프로그램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피터버러시에 있는 베어마운틴보트 스쿨(www.bearmountainboats.com)에 있다.

테드 무어는 캐나디안 카누의 메카인 피터버러에서도 몇 명 남지 않은 카누 제작의 장인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카누·카약 제작 및 수리에 관한 학교를 운영해왔다. 그의 작품은 캐나디안 카누박물관에 특별히 ‘Royal Canoe’란 이름으로 전시돼 있다. 캐나다 수상은 그가 만든 카누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에서 선물하기도 했다.

▲ 캐나디안 카누 제작의 장인 테드 무어.

▲ 카누 제작 외에도 패들링과 카누캠핑 방법을 교육받았다.

베어마운틴보트 스쿨에서 사용하는 카누·카약 설계도는 테드 무어가 지난 40년간 카누 제작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MIT에서 유체역학을 전공한 유명 요트설계자인 스티브 킬링(Steve Killing)에 의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곳의 설계도와 제작과정을 충실히 따른다면 누구나 훌륭한 카누와 카약을 제작할 수 있다.

내가 이번에 참가한 프로그램은 일반 정규과정과 특별과정이다. 정규과정은 5명이 한 팀이 되어 카누를 제작하며 진행된다. 총 1주일 과정으로 비용은 950달러(CAD)다. 특별과정은 1대1일로 진행되며 테드 무어와 보조 강사가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2시간씩 2주 동안 개인 지도를 해준다.

▲ 카누박물관에 ‘Royal Canoe’란 이름으로 전시된 테드 무어의 작품. 캐나다 수상은 그가 만든 카누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에서 선물하기도 했다.

금액은 약 3000달러(CAD) 정도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우든카누, 캔버스카누, 합판카약 제작(Strip canoe, Canvas canoe, Plywood kayak building) △우든 보트 광택처리(Wooden boats Vanish) △카누·카약 복원(Canoe, Kayak restoration) △패들 만들기(Paddle making) △공구 다루는 법(Hand Tools dealing)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카누잉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레저 활동

▲ 필자의 롤 모델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테드 무어와 함께.

여기서 캐나다 카누문화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많은 문학작품과 미술작품에는 카누와 카약이 등장한다. 그만큼 카누는 캐나디안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한국의 카누는 단순한 레저 활동의 하나지만 캐나다에서는 유일한 장거리 운송수단이었다. 카누를 통해 물자와 식량 및 의약품이 공급했기 때문에 캐나다인들에겐 생활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과거 미국에 역마차를 이용한 운송회사가 있었던 것처럼 캐나다에서는 카누를 이용한 운송회사가 번창했다.

대서양을 거쳐 들어온 많은 유럽의 물자가 카누를 이용해 내륙 곳곳으로 운송되었으며, 내륙의 생산물은 카누를 통해 운송되었다. 따라서 카누는 캐나다인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생존 수단이었고 그들의 정서에 뿌리깊이 존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 특별과정인 패들 만들기 교육 중인 필자.

카누캠핑은 캐나다의 가장 보편적인 레저 중 하나이다. 옛날 개척시대에는 물자가 운송되던 루트를 따라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한 달 이상 카누를 타고 여행을 했다.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옛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탐사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루트가 수천 개에 이르며, 남녀노소를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카누잉하며 캠핑을 한다. 그 때문에 캐나다의 아웃도어 숍에 가면 다양하고 특이한 카누 캠핑용품을 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방수 목적으로 사용하는 맞춤 플라스틱 통이 사이즈별로 있고, 카누 전용 의류부터 모자와 장갑 등 많은 제품들이 거대한 숍을 가득 메운 모습이 장관이다.

이번 카누제작 프로그램을 마치고 얻은 것이 있다면 캐나디안에게 카누는 정신적인 보물이라는 생각이다. 카누를 대하는 이들의 자세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제작 과정에서도 한 치의 오차나 눈대중이 허락되지 않는다. 답답할 정도로 정확한 측정과 정성스러운 제작 단계를 거쳐 비로소 한 대의 카누가 제작되는 것을 보며 이들의 카누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다. 카누 제작은 단순히 오락을 위한 보트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를 이어가는 작업임을 깨달았다.

테드 무어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그들에게 캐나디안 카누·카약을 배우러 온 동양인은 신기하고 기특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는 모습이 참으로 감사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테드 무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캐나디안 카누 빌딩(Canadian Canoe Building)의 전도사가 되어 달라.”

지금 나와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누 문화의 깊이를 알고, 그 매력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의 물길을 누비는 카누가 우리의 새로운 정신적 보물이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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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준 2011-10-28 22:20:13
온타리오 주의 전체 담수 호수가 약 30만개라고 합니다. 카누를 이용해서 온타리오주의 알콘퀸 공원을 출발하여 48일 동안 600Km떨어진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여행한 사례가 몇년전에 있었지요... 북미최대의 야생늑대를 볼수 있는 늑대 박물관에서 부터, 백송나무에 겊쳐진 캐노피 투어, 허스키와 함께하는 개썰매 등 아웃도어라이프의 천국이랄 수 있습니다.

11월에 열리는 토론토 인터네셔널 아웃도어 박람회 강추!

안치준 2011-10-28 22:17:32
온타리오 주의 전체 다수 호수가 약 30만개라고 합니다. 카누를 이용해서 온타리오주의 알콘퀸 동원을 출발하여 48일 동안 600Km떨어진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여행한 사례가 몇년전에 있었지요... 북미최대의 야생늑대를 볼수 있는 늑대 박물관에서 부터, 백송나무에 겊쳐진 캐노피 투어, 허스키와 함께하는 개썰매 등 아웃도어라이프의 천국이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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