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두 바퀴에 싣고
내 청춘 두 바퀴에 싣고
  • 글·사진 이재위 기자
  • 승인 2011.10.14 16: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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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타는 탈피오트 팀

▲ 탈피오트 팀원들. 왼쪽부터 정의철·김태경·황지훈씨.

여의도 한강공원에 가면 독특한 자전거를 타는 한 무리의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픽스드 기어 바이크(pixed gear bike·이하 픽시)를 타는 탈피오트(Talpiot) 팀이다. 20대 회원들로 구성된 그들은 또래 청년들처럼 외향적이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적극적이다. 반면 불안한 미래에 대해 조급해 하거나 취업에 안달난 모습은 엿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타는 자전거 픽시에 있다.

픽시는 생소하지만 재밌는 자전거다. 싱글 기어 바이크로 페달을 반대로 밟으면 뒤로도 갈 수 있다. 기어가 하나로 고정돼 있어 변속 자체가 불가능 하다. 페달이 움직이면 바퀴도 움직이고, 페달이 멈추면 바퀴도 멈추는 식이다. 브레이크가 없어 제동을 페달로 잡는다. 익숙하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입문자는 처음 몇 개월간 브레이크를 설치해야 한다.

탈피오트 팀은 보호대는 물론 헬멧도 착용하지 않는다. 규정된 복장도 없다. 리더 김태경씨(26)는 “우리의 코드는 자유로움”이라며 “라이딩 할 때 트렌드에 따라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쓴다”고 말했다.
“쫄쫄이를 입고 카페나 클럽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자전거와 일체감이 매력
그러나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안전에 대한 이들의 경각심은 매우 높다. 사실 브레이크가 없다고 픽시가 위험한 자전거는 아니다. 제동을 쉽게 걸 수 없는 만큼 시야를 넓게 확보한다. 안전하다는 판단이 확실히 서면 속력을 높이지만 그 전에는 절대 서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고도 거의 없는 편이다.

탈피오트의 세 남자는 픽시의 매력에 대해 ‘일체감’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레이크는 물론 기어변속 기능도 없기 때문에 자전거와 한 몸이 돼야만 라이딩이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직접 조립하는 커스텀 바이크로 자전거에 대한 애착도 강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자전거인 셈이다.

BMX로 자전거에 입문한 황지훈씨(27)는 자전거의 본질로 돌아가 ‘달리고 싶다’는 생각에 픽시로 전향했다. 그들에게 픽시는 가장 멋있게 달릴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다.

지금처럼 지역별 연합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에도 서울 정모에 참여한 사람들이 50~60명에 달했다. 당시 수백 미터로 이어진 라이더들이 한 개 차선을 차지하고 일렬로 달렸다고 한다. 큰 대회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자전거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는 그들은 지금 이렇게 말한다. “자전거가 좋아서 시작하면 같이 타는 사람이 좋아지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자전거를 통해 꿈을 꾸게 된다”고.

‘전국 통일’이 꿈인 열혈 라이더들

▲ 픽스드 기어 바이크는 기어가 하나로 고정돼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

현재 그들의 꿈은 흩어진 연합 팀의 전국 통일이다. 각 지방 팀에서 최고의 라이더 3~4명을 뽑아 탈피오트로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럼 우린 최고 중의 최고가 되겠죠.” 김태경씨가 웃으며 말했다. 탈피오트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라는 뜻이다.

탈피오트의 창단 멤버 정의철씨(27)는 패션 업계에서 일하던 중 자전거에 빠져 사표를 냈다. 지금은 자전거 정비학원에 다닌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정비는 국가 공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쉬워하던 그는 바이크 숍에 이력서를 내 놓은 상태다. 자전거가 좋아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쳤다니, 이 무모한 젊음에 비할 허황된 꿈이 어디 있을까.

이들을 포함한 싱글 기어 라이더들은 픽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수백 명이 참가하는 ‘픽타소(픽시 타고 소풍가자)’ 행사는 분야별 시합도 하고 의견도 교류하는 국내 최대 픽시 행사다. 엘리켓 레이스는 다섯 개의 포인트를 정해진 루트 없이 최대한 빨리 완주하는 경주다.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착상해 공터에 500m 정도 레이스를 만들 계획도 있다. 북경 또는 일본 팀과의 연합 라이딩도 추진 중이다. 기성세대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릴지 모르지만 한 가지에 미친 이상 그들은 열광할 준비가 돼 있다.

김태경씨는 “리투아니아의 한 시장이 자전거 도로에 주차된 벤츠를 탱크로 깔아뭉갠 신문 기사를 본 적 있다”며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자전거 전용 신호등과 펜스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남자들은 자전거를 두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지는 않지만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이 뜨거운 청춘들이 자전거를 통해 달려갈 흥미진진한 꿈의 앞날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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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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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21-03-29 09:49:03
브레이크도 안달고 다녔으면서 자전거 보호를 위한 ... ㅋㅋㅋㅋㅋㅋ 지금 쯤 다 뒤지고 없어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