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화이룬 고요의 섬
산과 바다가 조화이룬 고요의 섬
  • 글·박상신 ㅣ사진·김세정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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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IC WALKING TOUR | 일본 대마도

▲ 산노마루에서 본 이즈하라산.

이즈하라항구~대마역사·민속자료관~아리아케산~금석성~국분사 코스…약 12km 5시간 소요 
 

글·박상신 한국노르딕워킹협회(KNO) 헤드코치ㅣ사진·김세정 KNO 코치ㅣ장비협찬· 레키ㅣ후원·Outdoor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마도 여행은 새벽에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야만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작년 가을 김포~대마도 노선이 새롭게 취항을 시작했다. 고대하던 대마도 여행길이 편리해진 것이다.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던 날, 16명의 승객만 태울 수 있는 앙증맞은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소음이 심해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김포를 출발한 지 1시간30분, 대마도공항에 도착했다. 대마도공항의 애칭은 쓰시마 야마네꼬 공항이다. 야마네꼬(山猫)는 대마도를 상징하는 동물로 직역하면 산고양이가 되는데, 사람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고양이로 이해하면 된다. 

부산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대마도로 들어올 경우 이즈하라 항구를 이용하게 된다. 옛날 조선통신사절단도 이즈하라항으로 들어와 대마도에서 머물다 일본 본토로 떠난 역사가 있으니 한국 사람들과는 인연이 깊은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노르딕워킹 투어팀이 4일 동안 머물 숙소도 이즈하라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이즈하라를 관통하는 개천 둑방 벽을 따라 조선통신사행렬을 그린 타일 장식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고 있는 한국관광객들을 의식한 듯 보였다.

▲ 고요한 이즈하라 항구에 배 한척이 들어오고 있다.

이즈하라가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거리에 나서면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로 착각될 만큼 적막하다. 편의점 외에는 거의 모든 상점들이 굳게 문을 닫고 있어 ‘혹시 폐업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출출한 배를 붙잡고 우동집에 들어갔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로쿠베(ろくべえ)라는 우동이 있었는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강원도 올갱이 국수처럼 면발에 끊기가 없어 뚝뚝 끊어지는 우동이었다. 허기를 달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 내일 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리아케산 정상에 서면 푸른 바다가 펼쳐져

▲ 빽빽한 숲길이 이어지는 아리아케산.
창문을 세차게 흔드는 바람소리에 잠을 깨니 어느새 아침이다. 혹시 태풍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에 밖을 내다보니 파란 하늘이 걱정을 날려준다. 아침 식사 후 숙소를 나선 투어팀은 이즈하라항구를 지나 시청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참 동안 마을길을 따르자 맞은편 언덕에 자그마한 사찰이 보였다. 경내에 들어서니 이즈하라항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망이 꽤 좋았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투어팀은 대마역사민속자료관으로 향했다. 대마역사민속자료관 앞에는 ‘고려문(高’麗門)’라고 쓰인 초라한 비석 하나가 있다. 고려문은 원래 대마도주가 살던 성의 제3문이었는데 지금의 자리로 옮겨 복원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조선통신사를 성대히 맞이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으로 ‘조선통신사 맞이 문’이라고도 한다. 

민속자료관 건물 옆에 아리아케산(有明山) 등산로와 연결되는 길이 있었다. 등산로 표지판에 한글표기도 되어 있어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한글 경고문도 많이 보였다. 식물채집이나 돌 쌓기를 금한다는 내용이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내용의 글귀들이다.

아리아케는 갈림길이 거의 없어 초행이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햇살 한 자락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다. 더구나 청량한 공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쾌함을 선물했다. 

아리아케산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산행객들이 거의 없었다. 사람의 흔적 대신 멧돼지들이 남겨 놓은 흔적만 가득했다.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산을 오른 지 1시간,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아리아케산 정상에 서자 사방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잠시 정상에 앉아 푸른 바다를 눈에 담은 후 산노마루(三の丸)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줄곧 전망이 좋아 이즈하라 항구에 여객선이 들어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 아담하고 깨끗한 고쿠분지 사찰.

대마도 가는 방법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서 대마도로 가는 항공편이 있다. 김포공항에서는 월·수·금·토요일에 하루 한 편이 운항하며, 김해공항에서는 월·수·금요일에 하루 한 편씩 운항한다. 김포~대마도는 약 50분, 부산~대마도는 약 25분 소요. 부산에서 여객선을 이용할 경우 히타카쓰까지는 약 1시간40분, 이즈하라까지는 약 2시간40분이 소요된다.
아리아케산을 내려와 고쿠분지 사찰로 향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한국과 관련된 사찰이다. 1811년 일본은 역지빙례(易地聘禮)라는 정책을 시행한다. 역지빙례란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절단을 당시 수도였던 에도(지금의 교토)로 들이지 않고 다른 도시에서 맞이하는 정책이다. 조선의 마지막 사절단이었던 제12차 조선통신사는 이곳 대마도에서 예를 치르게 된다. 이때 일본은 급하게 조선통신사의 거처를 마련했고, 그 때 지어진 것이 고쿠분지다. 사찰에는 이완용이 쓴 비석이 있다. 조선 총독부의 핵심 간부인 고쿠분쇼타로가 죽자 그를 위해 작성한 비문이다. 그의 친일행각이 대마도에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하루 종일 대마도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낮 동안 굳게 닫혔던 주점과 음식점들이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하나 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조명과는 거리가 먼, 아주 소박해 오히려 정겨움마저 느껴지는 불빛들이다. 바로 대마도를 닮은 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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