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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앞마당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히말라야를 앞마당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 글 사진·최광호 사진가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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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최광호의 KOMSTA 동행기 |⑪ 네팔

▲ 네 시간이나 걸려 콤스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으러 온 할머니.

지구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을 품은 네팔. 해발 8000m 이상의 14개 고봉 가운데 8개나 그 안에 품고 있어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는 정복해야하는 대상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설산. 땀방울, 그리고 눈물방울이 얼어붙은 것 같은 그 설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콤스타는 네팔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93년, 한의사 몇 분이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 그 높은 산간 오지에 도착해 놀란 것은 병원이 없다는 사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며칠이 걸려야 하기 때문에 그저 참고 사는 네팔사람들을 위해서 여행에서 돌아와 곧바로 조직한 것이 바로 콤스타였다.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된 의료봉사는 17년을 넘겼고, 100회를 맞아 다시 네팔을 찾았다. 콤스타와 함께 지구촌을 누비며 만난 환자들은 22만9000명. 지나온 시간들과 추억들이 기적 같다. 

▲ 진료를 받으러 온 네팔 할머니가 잠시 쉬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의 지붕에서 만난 풍경, 그리고 사람
▲ 침치료를 받고있는 환자가 “고맙다”고 인사한다.
서울을 떠나서 카트만두에 도착, 다시 비행기로 네팔 최고의 휴양지인 포카라로 향했다. 100회째 방문이 반가워서였을까. 8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호텔에 짐을 푸는 경험을 맛보게 해준 네팔. 마차푸차레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그곳에서 나는 히말라야를 내 맘껏 내 품에 안는 호사까지 덤으로 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카메라를 들고 늘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사진을 찍으면서 바나나 파는 아저씨에게 “이렇게 멋있는 산을 바라보며 살아서 좋겠다”고 하자, “매일 보는데 무엇이 좋겠냐”며 “바나나나 팔아 달라”면서 웃는다. 좋은 것도 일상이 되어, 너무 당연하게 되어 버리면 그 소중함을 잊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러 이곳 네팔에 온 것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봉사를 떠날 시간. 오늘 가기로 한 곳은 오지 중 오지란다.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 뻗은 산길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높은 계곡에서 마주 오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서로 비껴가는 광경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겁나는 장면이다. 

계곡을 지나 겨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강이 막고 섰다. 더 이상 버스로는 갈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걸어서 강을 건너 도착한 마을은 페티지역의 ‘나우단다’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전통옷을 입고 나와 나팔을 불고 반갑게 맞아 준다. 
▲ 진료를 하는 의료진과 진료를 받는 네팔인.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 엄마와 함께 진료소를 찾은 꼬마가 의료진들과 함께 분 풍선을 들고 있다.
▲ 진료를 마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라쪽마을 사람들. 

간단한 식순을 마치고 진료를 시작한다. 아픈 노모를 업고 서너 시간을 걸어 온 사람들이 벌써 가득이다,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 무렵 도착해 진료를 받고, 다시 다섯 시간 이상 산을 올라서 되돌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마냥 즐겁게 진료를 받으며 “내일 다시 올 테니 가지 말고 기다려 달라”며 그 고마움을 온 몸, 온 마음으로 표현한다. 다시 한 번 그 맑은 마음에 감동한다. 분명 고통스러운 환경인데도, 그저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부럽다. 

▲ 그들에게는 생소한 한의학인 침술과 부항 치료를 받는 네팔인들.
▲ 그들에게는 생소한 한의학인 침술과 부항 치료를 받는 네팔인들.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순수함
‘왜, 이제야 이곳에 왔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치료하다보니 해가 저문다. 캄캄한 밤, 위험천만 산길로 다시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하늘에 촘촘히 박혀 쏟아지는 별들이 위로할 뿐이다. 돌아갈 길,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마을 사람들이 보내준 것 같은 괜한 감상에 젖어본다.

다음 날은 포카라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산속의 라쪽마을 학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라쪽은 히말라야가 바로 정면에서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모든 풍경은 마음을 움직인다. 
진료를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 콤스타 의료진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풍선을 분다. 동심은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던가. 남을 돕는다는 생색 대신 현지 주민과 동화되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모습에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른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했을까. 

▲ 라쪽마을에서 진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는 콤스타 의료진들.

기꺼이 내어 주는 마음과 반갑게 받아주는 마음. 서로 마음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콤스타와 함께 하기를 잘 했다고 나를 칭찬해본다. 남을 돕는 일,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전통 옷을 곱게 차려입고 콤스타 의료진들을 찾아 아픔을 호소하는 라쪽마을 사람들과의 이별 역시 쉽지 않았다.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가지고 간 선물을 서로 나누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콤스타 동행기’는 12월호로 마칩니다.) 

네팔이란 어떤 나라? 

북으로는 중국의 티베트와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접하며 그 외 지역은 인도와 닿아있는, 즉 중국과 인도 사이인 히말라야산맥 중앙부의 남쪽 반을 차지하는 내륙국가다.

수도인 카트만두 분지는 네팔계곡이라고도 불렸는데 그 계곡 이름에서 국명이 유래했다는 설과 성스럽다는 의미의 ‘네(ne)’와 동굴이라는 의미의 ‘팔(pal)’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해발 8000m 이상의 14개 히말라야 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국가로 험악하기로 유명한 산악국가이기도 하다.

사진가 최광호
| 1956년 강릉 출생. 고교시절 우연히 시작한 사진에 빠져 거의 모든 시간을 사진과 함께 해 온 사진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진이다”로 답하는 여전히 뜨거운, 청춘. 우연한 기회에 스리랑카, 몽골, 티베트,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콤스타> 의료봉사에 동행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숨 쉬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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