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와 하얀 사막의 이중주
쪽빛 바다와 하얀 사막의 이중주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5.1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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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네스트섬·프리맨틀·피너클스·란셀린 사막

호주에서도 가장 호주다운 곳이라 불리는 서호주. 맑은 공기와 울창한 숲, 연중 300일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서호주는 자연과 도시가 함께 호흡하는 생명의 땅이다. 호주 사람들도 살고 싶어 하는 이곳에 이두용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서호주 여행기를 두 번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주

▲ 로트네스트섬은 화려한 색으로만 골라 섬세하게 그려놓은 한 폭의 유화처럼 하늘과 바다·육지의 조화가 형형색색 오묘하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사람은 자연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문명화된 도시가 늘어날수록 사람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서호주는 내게 가보고 싶은 곳 일순위였다. 다른 지역에 사는 호주 사람들마저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 하니 더욱 그랬다.

푸른 서호주와 마주하다
서호주로 가기 위해서는 콴타스호주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말레이시아항공 등 5개의 항공사를 이용하면 된다. 아쉽지만 아직 직항은 없다.

일행은 홍콩을 경유해 퍼스로 향했다. 긴 비행 시간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통과의례로 느껴져 설레는 마음은 커져갔다. 8시간 비행 끝에 서호주의 중심인 퍼스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이 늦은 밤이어서 서호주의 하늘은 다음 날 아침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하늘은 참말로 푸르렀다. 사뭇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과 닮았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푸른 하늘 아래로 숲이 펼쳐졌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자연과 하나 된 도심을 대하니 여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처음 일정은 인도양에 떠 있는 로트네스트섬. 나라 전체가 섬인 호주에서도 배를 타고 또 1시간30분 들어간다.

“이 섬의 원래 이름은 쥐들의 둥지라는 뜻의 ‘렛츠네스트(Rat’s Nest)’였어요. 이곳에 처음 상륙했던 네덜란드 항해사들이 섬 곳곳에 서식하고 있던 작은 동물을 쥐로 착각해 섬 이름을 그렇게 불렀거든요. 그때 쥐라고 착각했던 동물은 쿼카라는 동물인데 작고 귀여운데다 캥거루처럼 배에 아기 주머니가 달려 있어 인기가 많아요.”

이번 일정 전체를 안내할 서호주관광청 김연경 이사가 앞장서며 섬에 대해 소개했다. 이 섬은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청정관광구역으로도 유명하다. 노약자를 위해 운행되는 몇 대의 작은 버스 이외에는 교통수단이 없어 관광객은 모두 자전거를 타고 섬을 구경한다.

“난 못해. 한국에서도 자전거 타본 게 언젠데.”
“우리는 섬 입구만 천천히 한 바퀴 돌고 그늘에서 쉬자고.”

자전거를 타기도 전에 일행 중 몇은 죽는소리를 한다. 하지만, 말뿐이고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한 대씩 자전거를 받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섬은 화려한 색으로만 골라 섬세하게 그려놓은 한 폭의 유화다. 하늘과 바다, 육지의 조화가 형형색색 오묘했다. 등대가 보이는 곳까지 줄달음하다가 절경을 만났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내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간질이듯 시원하다. 멀리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최단 코스로 섬 한 바퀴를 돌아보니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40도가 넘는 더위에 페달을 밟았지만 해 볼 만한 코스다.   

▲ 로트네스트섬은 호주인의 휴양지로도 유명해 자전거는 물론 요트나 스노클링, 경비행기투어 등 다양한 레포츠가 발달해 있다.

▲ 주말에 열리는 프리맨틀 시장은 우리네 시장과 닮았다

▲ 프리맨틀의 건물은 70% 이상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고풍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 피너클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캐버샴 야생공원은 직접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고 코알라와 웜뱃을 구경할 수 있는 자연공원이다.

▲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니 반가운 듯 달려든다.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드려주어도 애완동물처럼 좋아한다.

19세기 모습 간직한 프리맨틀
섬에서 나와 프리맨틀로 이동했다. 19세기 항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건물의 70% 이상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고풍스러워서 웨딩이나 화보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프리맨틀은 카푸치노 거리로도 유명해요. 도로 양쪽에 늘어선 카페마다 고유한 커피를 선보여서 호주 사람들 외에도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지요. 덕분에 서호주에는 어느 나라에 가도 있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커피전문점이 없어요.”

김연경씨의 설명이 쏟아지자 다들 입맛을 다신다. 프리맨틀 거리에 들어서니 도로 양쪽에 늘어선 카페가 진풍경이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많지 않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마치 이곳의 여유로운 삶을 대변하는 듯 부럽다.

프리맨틀은 시장이 유명하다. 주말에 열리는 시장에는 유기농 화장품을 비롯해 핸드메이드 꿀과 케이크 등의 상점만 150개에 이른다. 시장은 볼거리와 함께 흥정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시장을 둘러보니 우리네 시장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매하는 물품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다를 뿐 시장은 이곳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체인점에서 달콤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이게 호주 커피 맛인가?” “우리나라와 다를 것도 없구만.” 커피를 마시면서 다들 한마디씩 한다.

▲ 피너클스에선 대지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석회 기둥을 만지거나 모래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사막투어를 위해서는 특별히 트럭을 개조한 버스를 이용한다. 이 버스를 타고 사막을 달리는 경험은 사막투어만의 매력이다.

▲ 란셀린 사막에 들어선 버스가 속도를 내며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 피너클스의 석회암 기둥은 마치 판타지 영화의 세트장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피너클스의 신비한 석회암 기둥
다음 날은 새벽부터 서둘렀다. 멀리 떨어진 피너클스로 가기 위해서다. 피너클스는 대지위에 서 있는 수천 개의 석회암 기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퍼스에서는 거리가 있으니 정해진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좋다.

▲ 기타를 치는 것처럼 배를 내민 캥거루 한 마리가 사진을 찍어 달라는 듯 카메라를 쳐다봤다.
투어를 위해 집결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탱크처럼 큰 트럭을 개조한 버스 한 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을 투어 해야 하니 일반버스로는 어림도 없는 일. 사륜구동에 힘까지 좋은 개조차량을 이용하는 것이다.

피너클스로 가는 도중 길목에 위치한 캐버샴 야생공원에 들렀다. 이곳은 직접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고 코알라와 웜뱃을 구경할 수 있는 자연공원이다. 캥거루에게 먹이를 내미니 반가운 듯 달려든다. 애완동물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드려주어도 좋아한다. 야생에서 자라지 않은 탓이다. 한 녀석이 록 가수가 기타를 치는 것처럼 배를 내밀고 재밌는 포즈로 찍어 달라는 듯 카메라를 쳐다봤다. 

이곳에서 다시 2시간을 달려 피너클스에 도착했다. 피너클스의 첫 느낌은 신비로움이었다. 넓게 펼쳐진 거친 땅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수천 개의 석회암 기둥. 마치 판타지 영화의 세트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수백만 년 전엔 울창한 숲이었어요. 그런데 인도양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석회물질이 비를 만나 나무뿌리에 스며들고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이런 기둥의 모습이 된 거지요.”

눈앞에 솟아 있는 석회암 기둥들은 최대 2m에서 작게는 몇 cm에 이른다. 풍화된 기둥 모습도 다양해 동물의 형태나 기하학적인 모양을 한 것들도 있다.

“이 곳은 땅의 기운도 센 것 같아요. 이 곳에서 석회암을 만지고 간 사람 중에 아들을 낳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오래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도 이곳에서 효험을 봤대요.”

김연경씨 말에 다들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석회암에 다가가 손을 비볐다. “나는 늦둥이가 생길 것 같아” “그럼 나도 어디 회춘해볼까?” 석회암을 둘러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건네니 금방 웃음바다가 됐다. 피너클스에선 곱게 풍화된 모래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대지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다. 초자연적인 기운이 존재한다면 필시 자연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 란셀린 사막에 들어선 버스가 속도를 내며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사막에서 즐기는 샌드보딩
이제 서호주의 사막을 볼 차례. 란셀린 사막으로 향했다. 이곳은 모래 썰매인 샌드보딩으로 유명한 곳이다. 푸른 하늘 아래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모래가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신기하다. 이제껏 보았던 어떤 모래보다 물로 씻어낸 듯 희다. 말 그대로 백사장.

버스가 사막의 중심으로 들어서자 속도를 내면서 언덕을 오르고 미끄러지듯 모래를 가르며 내달린다. 트럭을 개조한 버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바닥의 모래질감이 승차감으로 이어져 놀이기구를 탄 듯 아슬아슬하다. 창밖으로 모래 위에서 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카트가 어찌나 빠른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이 물 찬 제비 같다. 버스는 샌드보딩을 즐길 수 있는 모래언덕 아래서 멈춰 섰다. 볼 때는 재밌을 것 같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 높이가 제법이다.

“어렸을 때 내가 썰매로 이름 좀 날렸지. 시골에서 썰매 타면 이 정도는 평지야.”

▲ 사막 한가운데서 모래를 가르며 즐기는 샌드보딩은 타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즐겁다.
일행 중 김영민씨가 너스레를 떨며 먼저 샌드보딩 보드를 쥐어 든다. 샌드보딩은 스노보드와 비슷하게 생긴 보드를 이용해 모래 언덕 위에서 썰매를 타듯 질주하는 놀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버스에 탔던 전원이 줄을 서서 언덕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보니 더욱 아찔하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일단 한번 내려오면 또 타기 위해 언덕으로 뛰어간다. 사막 한 가운데서 시원하게 모래를 가르며 즐기는 샌드보딩은 타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즐겁다. 이따금 균형을 잃어 누군가 곤두박질이라도 치면 모두 박장대소 한다. 위험해 보이지만 넘어져도 모래가 완충작용을 해서 다치지 않는다.  
얼마쯤 탔을까, 일행 모두가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썼다. 어린 시절로 돌아갔으면 개구쟁이도 이런 개구쟁이가 없다. 그 시절 엄마에게 크게 야단맞을 만큼 옷도 몸도 모래범벅이었다. 그만큼 즐거웠다는 이유도 된다. 버스에 오르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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