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덴세에서 스웨덴의 말뫼를 거쳐 헬싱보리로
덴마크 오덴세에서 스웨덴의 말뫼를 거쳐 헬싱보리로
  • 글 | 사진 배재문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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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amping travel__북유럽 여행기④

▲ 북 유럽의 풍경은 호숫가에 떠 있는 여트들의 모습과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있다.

백시외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바비큐 파티를 하다 

스웨덴에서 덴마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도시인 헬싱보리에는 약 360,000㎡의 면적을 지닌 야외 박물관인 ‘프레드릭스달’이 있다. 박물관의 이름은 18세기에 처음 부지를 소유했던 ‘프레드릭 빌헬름 코스터’의 이름을 따서 ‘프레드릭스달’이란 명칭이 붙게 됐다고 한다. 이후 다른 사람을 거쳐 이 땅이 시에 기증이 되면서 1923년 지금과 같은 야외 박물관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잠시 말뫼를 스쳐 지나온 것을 제외하고 스웨덴에서의 첫 방문지로 이곳을 택하게 된 건 순전히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의 생존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세계적인 거대도시라 할지라도 수백 년 전에 세워진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도심지에서 말이다. 2차 대전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낸 대륙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 파리의 경우 오래된 건축물은 국가의 허가 없이 함부로 헐 수도 없다고 한다.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급속도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몰개성으로 점철된 금속성 빌딩이 즐비한 우리나라의 도심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대단한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유럽으로 여행을 가보면 도심의 건축물만 봐도 충분히 이국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국가를 다니며 이와 같은 감상에 젖었던 차에 문득 유럽의 시골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지금까지 쭉 도심에서 살아온 필자는 시골에 대한 모습이 사뭇 궁금했다. (어디 이런 사람이 나 뿐일까? 공부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은 냇가에서 개구리라도 한번 잡아봤을지 의문이다) 이런 내게 헬싱보리의 야외 박물관 ‘프레드릭스달’은 호기심을 해소하기에 적격이었다.

▲ 18세기 유럽의 농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프레드릭스달박물관.

영어로 ‘Open-Air Museum’이라는 명칭의 프레드릭스달박물관은 정확히 말해 18세기 유럽의 농장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당시에 지어진 저택과 마구간, 가축용지 그리고 농부들의 집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야외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이런 곳이 도심지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과연 유럽은 유럽이다. 아울러 박물관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프레드릭스달박물관에는 양, 돼지, 말, 오리, 닭 등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물론 이들을 관리하는 인부들도 있어 박물관임과 동시에 농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박물관을 찾아 인부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우리에게 있어 박물관이라 함은 단순히 문화재나 보물 등을 보존하는 곳이기에 이처럼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곳은 색다른 박물관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면적은 또 얼마나 방대한지 자칫 일행들과 길이라도 엇갈렸다가는 찾기도 힘들어진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 박물관이 농장의 모습을 그대로 닮다 보니 대형 풍자도 만날 수 있었다.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럽의 시골
하지만 조바심이나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자동차 열쇠가 내 손에 있었고 출구도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차 앞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원망만 들으면 되는 일이었다. 좀 웃기지만 결국 만나게 되니 어쨌든 최악의 경우는 아니지 않은가?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다는 데까지 계산이 미치자 느긋하게 농장을 거닐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름 햇살을 받으며 산들바람이 나부끼는 대지를 걸으면 누구라도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거름과 뒤섞인 흙냄새는 얼마 만에 맡아보는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코를 막기보다는 차라리 정겨움에 취해 잠시나마 한껏 들이마셔도 본다.

때마침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왔는지 줄지어 걷는 꼬마들과 마주치는 서로 손을 흔들며 반가워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을 것 같다. 유모차를 끌고와 벤치에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는 아주머니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여행을 와서도 저들의 여유가 부러워지는 이유는 뭘까? 기분이 좋은 한편으로 거참 신기한 일이다. 이방인인 내게도 어쩜 이리 거리낌 없이 미소를 짓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걷는 시간이 도리어 더욱 즐겁기만 했다. 말, 소, 돼지 등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오리가 날 보자마자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싫지가 않다. 자연이 최고의 볼거리라는 북유럽에서 보는 시골은 내게 이렇게 짙은 향수를 남겼다. 어린 시절에 가보았던, 여느 놀이공원 이상의 별천지였던 시골에 대한 향수를….

이것이 정녕 여름이란 말인가?

프레드릭스달을 빠져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일행들이 원망 가득한 얼굴로 차 앞에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여유를 부려도 좀 많이 부렸다 싶어 연신 사과를 하고 다음 목적지인 백시외로 출발했다. 헬싱보리에서 약 180km 떨어진 백시외는 환경보호에 민감한 북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도시다. 하지만 여행자에겐 다소 심심한 편이라 그저 휴식을 취하는 중간기착지로 삼았다. 여기에 더해 간밤에 휴게소에서 노숙을 하며 이동시간을 줄인 덕에 이른 오후 무렵 백시외의 캠프장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 “이제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라며 고민하던 것도 잠시, 캠프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냅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북유럽은 여름도 춥다

▲ 일교차가 심해 긴소매는 필수다.
북유럽의 여름은 여름이 아니다. 가이드북에서는 북유럽도 한여름에는 반팔이면 족하다고 했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평균기온도 최고 20도를 넘나든다지만 적어도 체감온도는 그 이하였다. 특히 해가 지면 기온은 더욱 쌀쌀해져서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된다.

대부분 쌀쌀하고 일교차가 심해서 하복만 챙겨갔다간 제대로 낭패를 본다. 상의는 꼭 반소매와 긴소매의 비율을 5:5로 맞춰서 준비하자.

같은 이유에서 캠핑카의 난방기 작동방법을 가능한 상세하게 배워두는 것이 좋다. 만약 난방기가 미덥지 못하다면 전기장판이나 침낭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숲속에서 하나가 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유럽의 캠프장.

백시외의 캠프장도 자연친화적인 풍경으로는 오덴세의 그것 못지않았다. 잔디와 나무가 숲을 이룬 캠프장에서는 간이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거나 흙장난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걸 본 일행들도 어느새 장난꾸러기로 돌아가 서로 먼저 그네를 타겠노라며 난리였다.

모터 카라반이 잔뜩 들어찬 자리 옆으로는 드넓은 호수가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라며 유혹하고 있었다. 감히 뿌리칠 수 없었던 우리는 조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9월 초에 귀국이라 여행 중에 물놀이를 하지 않으면 근 2년 동안 여름의 묘미를 만끽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저것 따져 볼 겨를도 없이 얼른 호수로 몸을 날렸다.

▲ 다들 물 만난 제비처럼 호수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너무 추워 이내 카라반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머금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수에 첨벙첨벙 뛰어들 때는 어린애처럼 신이 났다. 크고 작은 보트들과 어우러진 호수의 빼어난 풍경도 흥을 돋우고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우린 채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모터 카라반으로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워도 너무 추웠다.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한여름이라 땀을 뻘뻘 흘렸겠지만 북유럽의 여름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한 달 이상을 여행하면서 여름다운 여름을 만난 건 채 열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참 희한한 건, 이보다 더 쾌청할 수 없는 하늘을 보여주는 날씨에도 기온은 쌀쌀하다. 백시외의 캠프장에서 멋모르고 호수에 뛰어들었던 날이 바로 그런 날씨였다. 이왕 들어왔으니 오기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객기부리다 감기라도 걸리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싶었다. 별 수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얼른 뛰쳐나오고 말았지만 그렇게라도 물에 들어갔음에 위안을 삼았다.

▲ 캠프장에서 바비큐 파티를 위해 고기를 잘게 썰었다. 하지만 이 고기를 맛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북유럽에서의 험난했던 고기 파티
캠프장의 자연에 반했지만 이내 호수에서의 수영이 끝나자 다시 남는 시간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제 와서 시내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던 차에 절묘한 수를 생각해냈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니 캠프장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도 부러워만 할 수 없다며 오랜만에, 아니 여행을 와서는 처음으로 고기를 먹기로 했다.

재빨리 역할을 분담해 누군가는 장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수영에 대한 설렘은 비록 순식간에 막을 내렸지만 고기를 맛볼 생각에 다들 또 한번 들떴다. 아직 마트가 문을 닫지도 않았을 테니 이번만큼은 설렘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윽고 장을 보고 온 일행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돌아왔다. 소고기, 돼지고기에 맥주까지 잔뜩 사서 북유럽에서의 첫 고기 파티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하필 이 캠프장에서는 바비큐 도구를 빌릴 수가 없었다. 당연히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마트로 돌아가 휴대용 바비큐 그릴과 숯을 사 왔다. 그나마 가격도 저렴하고 두고두고 쓸 수 있으니 손해 볼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바비큐 도구를 갖추자 이번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 갖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바비큐 파티를 즐기게 된 필자.
30분이 넘도록 아무리 해도 숯에 불이 붙지 않았다. 캠프장에 연기만 잔뜩 날리고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왜 이런가 했더니 착화탄을 사용하지 않고 숯에 바로 불을 붙이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우리 중에 누구도 바비큐를 직접 해본 적은 없어서 기본적인 지식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자 고기 한번 먹겠다고 불태운 집념도 서서히 사그라져 또 마트에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냉장고가 있다고는 하나 이미 산  고기를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차선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캠프장 리셉션에서 임시방편으로 휘발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일단 숯에 기름을 뿌리고 10분 이상 말린 후에 불을 붙여보라는 것이었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꼼짝없이 마트를 다녀와야 할 판국이었다. 천만 다행히도 캠핑장 직원이 친절하게 가르쳐준 방법이 통했다. 하하, 이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지금도 웃음이 터진다. 고기를 먹을 때보다 숯에 불이 붙어 잘 타는 순간을 보면서 더 기뻐했던 것 같다. 불을 붙이지 못해 눈앞에 있는 고기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몇 번의 착오를 거쳐 마침내 입으로 가져간 고기의 맛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기다림이 컸던 만큼 그 맛도 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소고기에 돼지고기까지 잔뜩 구워서 맥주까지 곁들인 이날의 저녁식사는 두고두고 우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 구입한 바비큐 그릴과 휘발유는 여행하는 동안 수 차례나 요긴하게 써먹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기서 많은 것을 배워 틈만 나면 고기를 구워먹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바이지만 식비 면에서 유럽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야 집에서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을라 치면 귀찮은 건 둘째 치고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반면 유럽은 정반대다. 원래 타 국가에는 삼겹살의 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고기 맛이라도 한번 보려면 지출이 꽤 커진다. 대신에 고기를 사서 직접 요리하여 먹는다면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다. 유럽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고기와 야채, 과일류다.

tip
유럽은 고기와 야채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모터 카라반 여행 혹은 캠프장을 이용하는 여행의 큰 장점은 직접 요리를 한다는 점이다. 물가가 비싼 북유럽은 햄버거 세트가 보통 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6인 기준으로 5천 원, 많게는 1만 원이면 고기를 직접 사서 구워먹으면 포식하고도 남는다. 이는 여행하며 남부럽지 않게 먹으면서도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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