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리스트와 캠핑 일정, 음식 등을 미리 체크하고 필요한 것만 챙기자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된 오토캠핑의 바람이 이젠 편안함의 추구를 넘어 장비 전시의 성향으로 변하고 있다. 비싸고 좋은 장비는 그만큼의 효력이 있다. 하지만 캠핑은 장비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휴식이다. 멋진 장비가 있다고 해서 더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은 하늘을 보는 것도 아니다.

겨울철 산행의 기본이 부지런함과 철저한 계획을 짜는 것이듯 겨울철 캠핑 역시 부지런함과 꼼꼼한 준비와 계획이 필수다. 여름에 비해 겨울은 보온 장비가 필수라 짐의 양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한 캠프장에 도착해 장비를 내리고 세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몇몇 캠퍼들은 짐을 싣고 싸는 일이 귀찮아 캠핑을 주저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의 캠핑은 집에서 누리던 혜택을 그대로 밖에서 향유하려는 성향이 너무 강하다. 때문에 집안의 모든 것을 밖에 옮겨놔야 하고 때론 집을 옮겨온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트렁크는 뒤차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비가 가득하고 때론 짐차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사전에 장비를 점검하고 용도가 겹치는 물건은 과감히 빼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사전에 필요한 장비의 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고 캠프장에서 할 일과 주변 볼거리 등, 주요 캠핑 일정을 세운다.

두 번째는 필요한 재료와 음식만을 가져가는 일이다. 캠핑 요리의 문제점은 럽이나 시즈닝을 통해 숙성기간을 가져야 하며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치 오븐을 달구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더하면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집에서 미리 시즈닝이나 럽을 해 숙성 기간을 없애고, 조리에 필요한 재료의 수를 줄인다. 또한 재료를 미리 손질해 용기나 그릇에 담아 가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집에서 누리는 편안함을 그대로 옮기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가끔 보면 전기밥솥에 선풍기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너무 생각이 앞선 것이 아닌가 싶다. 장비를 세팅할 때의 기본은 중복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다양한 장비를 챙겨가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캠핑은 장비를 과시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캠핑은 공해와 소음에 찌든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식이며 속도와 빠르기만을 강조하는 문명을 벗어난 느림의 미학이다. 현대의 문명을 똑같이 즐기며 누리는 캠핑은 도시와 다른 점이 없다. 약간의 불편함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돼 휴식을 즐기는 것, 이것이 캠핑의 목적이다.

또한 경계선을 표시하듯이 원드 블록을 치고 혼자 널찍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캠핑은 땅따먹기 싸움이 아니다. 넓은 저택을 소유하려는 마음은 아파트나 집으로 충분하다. 캠프장은 혼자 쓰는 곳이 아니라 여러 캠퍼들과 함께 하는 곳이다. 집자랑은 도시에서 했으면 족하고 혼자 전세 낸 것이 아니라면 사양하는 것이 좋다. 결국 서너 팀 이상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혼자 독차지 하다보면 캠핑 장소가 없어 몇몇 팀은 헛걸음을 하게 된다.

집을 캠프장으로 옮기려 하다 보니 트렁크 공간은 좁아지고 결국 차량을 바꾸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물론 장비는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장비가 좋으면 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의 경계가 어딘가에 따라 캠핑의 목적은 달라질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캠프장을 장기 임대해 캠핑용 차량을 집처럼 꾸며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우리의 캠퍼들과 다른 점은 이들은 도심을 벗어나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말년을 보내기 위해 캠핑을 선택했다는 것과 모터 카라반이나 트레일러의 편의시설들을 이용해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