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하나에 청강생이 둘입니다
신입생 하나에 청강생이 둘입니다
  • 글,사진 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6.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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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일기

제어릴 적 초등학교 입학식 이미지는 거의 모든 아이들 앞가슴 옷자락에 큼지막한 이름표와 함께 옷핀으로 매달았던 콧물 닦이용 하얀 손수건입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처음 해보는 단체 생활에 대한 신기함과 두려움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그 기억!
 

▲ 오늘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최선우 양(오른쪽)과 청강생으로 함께 입학한 동생 보현 군.

앞에 서고 싶었는데 키가 크단 이유로 다른 엄마들 손에 뒤로뒤로 밀려 나면서 터트렸던 두려움의 그 울음이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초등학교 입학식이란 행사가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추억의 한 부분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때 이른 봄비가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3월 2일, 오늘은 제가 사는 동네 정선 골짜기의 벽탄초등학교(교장 박원의 선생님)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농촌인구 감소가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931년에 개교해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던 이 학교에도 올해는 입학생이 단 한 명뿐인 상황이 생겼답니다.
 
▲ 1학년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세 꼬마들. 교실 뒤편의 엄마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입학생 한 명에 관한 이야기를 뉴스로만 접해 보다가 막상 제가 사는 동네에 이런 일이 생겼다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입학식 구경을 하러 동네 어린이들과 함께 3월의 첫 등교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정선의 벽탄초등학교는 탄광이 번성하던 시절에는 본교뿐만 아니라 3개의 분교를 거느린 큰집으로서 제 또래의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본교 출신임을 자랑할 만큼 그 규모가 컸다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교생 45명, 교직원 19명의 조촐한 산골 학교가 되어 있으니 세상의 변화가 학생수 감소만 보아도 느껴지는 듯싶습니다.

▲ “여기가 교장선생님 계신 곳이란다.” 세 명의 꼬마들에게 학교 시설물들을 일러 주고 계신 1학년 담임 주승일 선생님.

입학식 날이지만 입학생이 하나뿐이라 조용하기만 한 산골 학교에 낮선 사람이 찾아 와 입학식 사진을 찍겠다고 했는데도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어찌나 반가운 웃음들을 보여 주시는지요.

처음의 쑥스럽던 기분은 사라지고 저도 이 학교 학부모가 된 심정으로 입학식이 치러지는 학교 강당으로 갔습니다.

전교생 45명이 줄맞춰 나란히 서 있는 강당 맨 앞에 오늘의 주인공인 최선우(8세) 양, 그리고 혼자 입학하는 학생이 심심할까봐 학교 측에서 배려하셔서 청강생으로 입학 시켜주는 입학생 선우 양의 동생 보현(7세) 군과 또 다른 청강생 임종현(7세) 군이 의자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 새로운 입학생들과 상급생 언니 오빠들의 첫 대면. 인사하는 세 꼬마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올해 강원도 내에서 무려 23개 학교가 신입생이 한 명뿐인 나 홀로 입학인 걸 비교하면 그래도 동생들이지만 함께 공부할 친구들이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신 학교 측의 배려가 참으로 세심하게 느껴져서 참교육이 무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입학하는 두 청강생 어린이는 일단 선우 어린이와 함께 한 달간 공부를 해 보다가 수업진도를 잘 따라가면 그대로 조기입학의 영광을 누리며 그대로 또래들보다 일찍 학교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전교생이 강당에서 치른 입학식이 끝나고 오늘 입학한 선우 어린이와 청강생들이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도 앉아 보고 담임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하며 입학식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없어 외롭긴 해도 독선생님을 모시고 수업 받는, 왕따도 편애도 없을 참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라날 선우 양과 두 명의 청강생 꼬마들, 부디 그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건강하고 행복한 웃음들로 채워질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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