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풍경들을 담은 책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풍경들을 담은 책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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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__「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시골 서민들의 삶 속에 이어지던 문화들을 사진과 글로 설명해

이 땅에 전해오던 우리의 생활상들을 사진과 글로 푼 여행 책이다. 예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서서히 그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 풍경들을 모았다. 책은 전통적인 삶의 모습들을 계절별로 분류했으며 초가집과 초분, 굴뚝 등 집과 관련된 풍경 등을 따로 모아 모두 5개의 장으로 꾸몄다.

가장 첫 장의 봄에는 시골의 농가에서 논밭에 난 쑥이나 달래 등을 캐는 풍경을 시작으로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호리쟁기의 모습 등을 깔끔하고 현장감 있는 사진과 글로 풀었다.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만연된 디지털의 시대에서 잠시 아날로그의 시대로 회귀한 듯하다. 또한 하나하나의 명칭이나 도구 등을 자세히 설명해 잊혀져가는 용어들을 되살려 놓았다.

기존의 여행 책들이 단순한 풍경이나 멋진 자연을 담는 데 치중했다면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은 삶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에 주목했다. 그 풍경 속에서 우리의 것을 찾아내 책으로 꾸몄으며 제2장인 여름 편에는 우산을 대신해서 비를 막아주던 도롱이를 비롯해 서해안에 내려오는 옛 고기잡이 방법인 독살과 쑤기 등의 전통 어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제3장은 우리의 가을 추수와 연관된 생필품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전통 삶들을 담았다. 콩을 갈아 두부나 비지를 만드는 맷돌을 비롯해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확독도 담았다. 적은 양의 곡식을 찧을 때 사용하던 기구인 확독은 널찍한 돌판에 중앙 부분이 둥글게 파여 둥근 돌(풋돌)을 이용해 굴리거나 찧는 것으로 마늘이나 고추 등의 양념을 찧을 때 사용하곤 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가끔 이것에 마늘을 잘게 찧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지게의 멜빵을 만들듯 짚을 길게 엮어서 만드는 파대를 비롯해 시골 너와집이나 굴피집에서 난방용 벽난로로 이용하던 고콜, 아궁이 옆의 작은 아궁이를 만들어 불씨를 보관했던 화티 등도 담았다.
캠프장의 따뜻한 햇살아래서 해바라기가 되어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읽기 좋은 책으로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이 모두 쉽게 찍을 수 없는 것들이거나 이젠 찍을 수 조차 없는 것들이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시골의 낭만을 느끼기 좋은 책이다. 다만 오랜 시간 전해오던 다양한 우리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기엔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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