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의류, 알고 입어야 똑똑한 소비자다”
“기능성 의류, 알고 입어야 똑똑한 소비자다”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프로그램 ‘불만제로’의 〈고어텍스〉 논란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고어텍스〉 재킷은 일종의 상징이다. 수많은 기능성 소재들 중에서도 최고의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명성이 이렇다보니 가격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제동을 건 TV 프로그램이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파헤치는 MBC 프로그램 〈불만제로〉. 지난 5월24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고어텍스〉가 왜 그토록 비싼지 취재와 실험을 통해 파헤쳤다. 본지에서는 이런 논란에 대해서 양쪽의 입장을 다뤄봤다.

고어 텍 스’. 진짜 유명하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등산복 브랜드 있으세요?” 하고 물으면 “고어텍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꽤 많다.
 

사실 〈고어텍스〉는 소재 이름이지 의류 브랜드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등산하는 사람들의 옷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고어텍스〉 재킷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산에서는 기후 변화에 몸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갑작스러운 체온저하는 자칫 목숨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할 때는 몸에서 땀이 배출된다.
 
쉴 때는 이 땀 때문에 몸의 체온이 쉽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기능성 소재다. 특히 〈고어텍스〉는 내부의 습기는 배출하고, 외부의 습기는 차단하기 때문에 극한 상황에서도 체온을 유지시킨다.

원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이렇게 똑똑한 소재에 대한 〈불만제로〉의 ‘불만’은 무엇일까? 방송된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고어텍스〉의 비싼 가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불만제로〉에 의하면 〈고어텍스〉 쓰리레이어 재킷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단은 약 3야드(1야드≒91.4cm)다.

〈고어텍스〉 1야드의 가격은 27달러 정도, 거기에 공임비가 약 9달러, 부자재비와 물류비가 30달러 정도 된다. 이렇게 생산이 진행됐을 때 재킷 하나의 가격은 약 120달러, 한화로 11만 원 정도다.

그러나 정작 〈고어텍스〉 재킷의 가격은 50만 원 대를 호가한다. 제품 하나에 대한 마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 〈불만제로〉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담합 아닌 담합을 이야기한다. 〈고어텍스〉는 라이선스를 허락한 업체에게만 소재를 판매하고 있어 희소성을 지닌다.

거기에 각 브랜드는 같은 재킷이라고 하더라도 브랜드의 인지도나 시장 포지션에 따라 타브랜드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설정하게 된다.

어떻게 따지면 ‘〈고어텍스〉 재킷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브랜드의 인기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어텍스〉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하나의 신화처럼 자리 매김하며 없어서는 안 될 소재가 돼버렸다.

기능성 실험, 어떤 소재가 승자인가

〈불만제로〉는 〈고어텍스〉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방수·투습성 소재가 기능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지 실험을 했다.

〈고어텍스〉를 포한한 비슷한 국내외 소재 5가지를 실험맨들에게 입히고 격렬한 운동을 통해 공기 투과성, 투습성, 내수도(폭풍 등의 강한 빗방울을 견뎌내는 정도) 등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는 의외였다. 각 소재가 정확히 어떤 소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험에 사용된 5가지 소재 모두 기능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실헝 방법과 내용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방수·투습성 소재인 〈고어텍스〉에 첫 번째 실험인 공기 투과성 실험은 적절하지 않았다.

물론 공기가 잘 통과하면 몸이 느끼는 쾌적함은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적절할 수도 있지만, 방풍도 〈고어텍스〉의 주요 기능 중 하나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고어텍스〉의 기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3가지 실험을 모두 만족시키는 소재가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어떻게 3가지 실험에 대한 평균이 나왔는지, 혹시 한두 가지 실험에서만 월등한 소재가 전체적인 기능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되지는 않았는지 정확한 분석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기능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고어텍스〉를 제외한 방수·투습성 소재는 대부분 〈고어텍스〉에 비해 2~3배 정도 저렴하다. 그렇다면 기능성을 제외한 다른 이유가 〈고어텍스〉의 비싼 가격 형성에 원인이 되는 것일까.

기능성 의류, 선택은 소비자의 몫

1980년대 초부터 기능성 의류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고어텍스〉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연구로 타사에 비해 다양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의 명성이 있기까지는 소재 연구 및 개발과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 이런 엄청난 개발 비용은 가격에 영향을 줘 고가 브랜드로 거듭났다.

그러나 〈고어텍스〉가 발전하는 것만큼 다른 소재의 발전도 꾸준했다. 〈고어텍스〉와 같은 성능을 가진 해외 소재로는 미국 도날드슨사의 〈테트라텍스〉와 일본 도레이사의 〈엔트란트〉, BHA테크놀로지사의 〈이벤트〉 등이 있고, 국내에서 개발한 코오롱글로텍의 〈하이포라〉나 호프힐의 〈힐텍스〉 등도 뛰어난 기능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소재는 〈고어텍스〉에 뒤지지 않는 기능성을 가지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고어텍스〉.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어텍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불만제로〉에서 나오는 매장 직원들은 손님들이 하나같이 〈고어텍스〉를 찾는다고 말한다. 재킷 하나가 50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찾는 데는 〈고어텍스〉가 일종의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남들에게 드러내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고어텍스〉 제품으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 너도나도 〈고어텍스〉만 찾는 유행 심리도 큰 작용을 한다. 주변 사람들이 “〈고어텍스〉가 좋다더라” 칭찬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뤄진다.

선택은 이제 소비자의 몫이다. 인터넷으로 검색만하면 관련 자료가 쏙쏙 나오는 정보화 시대에 〈고어텍스〉와 유사한 소재 정보는 이미 넘쳐난다. 유사한 기능성에 좀 더 저렴한 제품이냐, 프리미엄 브랜드로 평가받는 〈고어텍스〉 제품이냐.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문제다. ‘프리미엄을 입을 것인가, 실속을 입을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