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
지포
  • 글·김성중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6.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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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 vs 짝퉁 철저 해부

"치직, 치직!”

어두운 밤, 적막한 공간에서 들리는 금속성의 소리. 은은히 풍기는 휘발유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직사각형의 금속제와 외부로 돌출된 경첩이 왠지 투박해 보이지만 이것이 〈지포〉만의 특유한 생김새다.

1932년 미국 펜실베니아 브래드포드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지포〉는 지금도 직사각형의 금속제를 사용한 휘발유 라이터 하면 ‘지포’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짝퉁이 생겨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까.

〈지포〉의 특허 기술의 무단 도용뿐만 아니라 심지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짐빔〉 〈할리데이비슨〉 〈잭다니엘〉 등의 디자인을 똑같이 모방하고 있는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도 구별하기 쉽지 않은 복제력

2000년 〈지포〉 미국 본사는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짝퉁으로 인해 95년도 매출이 3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짝퉁 생산의 대표적 본거지인 중국 내 공장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적발했지만, 교모하게 법망을 피하기 일쑤였고 미비한 수준의 처벌로 매듭지어졌다.

무엇보다 짝퉁을 적발하기 위한 가장 큰 어려움은 진품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복제기술에 있다. 전문가들도 “진위를 확실히 가리려면 내부부터 꺼내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또 ‘짝퉁업체들도 최고 품질의 짝퉁을 생산하는 업체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니 짝퉁업체 간에도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이 붙을 정도다.

그렇다고 짝퉁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할 수는 없다. 짝퉁 구매로 피해를 입기 전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없는지 〈지포〉의 국내 정식수입업체인 신명글로빅스(대표 최원준)를 찾았다.

매월 짝퉁 수십 종 접수

“여기에서 짝퉁과 정품을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신명글로빅스에서 영업팀으로 일하는 육영완 씨가 물었다. 책상 위에 비슷한 모양의 라이터 수십 개가 펼쳐졌다.

〈짐빔〉이나 〈할리데이비슨〉과 디자인이 똑같은 모양에서부터 베트남 전쟁 당시에 만들어졌던 〈지포〉를 모방한 제품까지 다양했다.

▲ ‘워크 앤드 플레이’ 라인의 ‘207타이거’ 제품(왼쪽)과 이를 모방한 짝퉁 제품(오른쪽).

무엇보다 최근에 출시된 신제품의 디자인까지 모방되어 나올 정도니 짝퉁업체들의 복제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육영완 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본사에 접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포〉는 〈할리데이비슨〉이나 〈짐빔〉의 라이선스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불법으로 카피하여 판매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

소비자가 조심해서 구입해야 하는 제품 중 하나가 베트남전쟁 당시에 만들어졌다고 하며 팔리는 짝퉁 〈지포〉다.

이 짝퉁들은 상당히 조잡해서 판별하기 쉽긴 하나 소장가치와 호기심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짝퉁 〈지포〉가 여타의 짝퉁과 마찬가지로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하여 액세서리 노점상에서 정품의 반도 안하는 가격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내부까지 꼼꼼히 살펴보자

▲ 외장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지만 밑단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지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사실 짝퉁과 구별하기 쉽지 않아요. 특히 밑단에 새겨진 〈지포〉의 로고와 출시년도 등만 보고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렵죠.

직접 뚜껑을 열고 내부를 봐서 휠(Wheel)의 무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리벳(Rivet)으로 연결된 부위가 정교한지, 외장 디자인에서 차이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특히 품질보증서가 케이스에 들어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동안 신고 된 짝퉁을 살펴보니 ‘인듈전스’ 라인의 〈짐빔〉 〈잭다니엘〉 등을 비롯하여 ‘워크 앤드 플레이’ 라인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외장 디자인이 거의 없는 ‘퓨어’ 라인의 경우는 가장 정품과 구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라이터 중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지포〉는 베트남전쟁에서 한 병사의 생명을 구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병사의 생명을 구했던 지포, 그 끝나지 않은 전설이 이제 흔들리고 있다.

2006년 미국 본사에서는 짝퉁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총 직원의 15%인 120명을 감원해야만 했다.

또한 짝퉁 〈지포〉의 연료가 누출되어 사망자가 생겨나는 등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단속기관이 적극적으로 짝퉁 퇴치에 앞장서야 한다.

〈지포〉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짝퉁의 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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