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다이아몬드 헤드를 정복 하라
특명! 다이아몬드 헤드를 정복 하라
  • 트레비 기자
  • 승인 2011.04.2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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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하와이까지 와서 무슨 산이야…”
출장 일정표를 받아들고 ‘조금 바꿀 수 없을까?’라는 말이 혀 끝까지 와 있었다. 그래도 하와이 전문가가 추천한 곳이니 이유가 있겠다 생각했다. 게다가 산 이름이 다이아몬드 헤드라니. 뭔가 특별한 곳이겠지 하며 하와이 도착 후 벗어놨던 운동화를 꺼내 신고 호텔을 나섰다.

▲ 다이아몬드 헤드 초입에 있는 표지판. 잊지 말고 기념촬영은 꼭 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헤드 걷기여행 시작

와이키키에서 차로 넉넉히 잡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다이아몬드 헤드가 자리하고 있다. 터널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와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이아몬드 헤드 초입까지 시간을 넉넉히 잡고 호텔부터 찬찬히 걷는 것도 해볼 만하다. 도심같이 높은 건물 숲도 아니고, 자동차와 매연으로 가득 찬 거리를 지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자동차 20분 정도의 거리이니 걸어서는 1시간에서 2시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셈이 바로 나왔다. 실제로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좌우를 둘러보니 물통 한 개씩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여행일정이 긴 사람들이라면 걸어 볼 것을 추천한다. 가벼운 복장으로 다이아몬드 헤드 가는 길에 호놀룰루 동물원, 호놀룰루 대학교, 일일장터 등에 들러 그곳 사람들과도 어울려 보기를 제안한다.

▲ 어르신들도 무리 없이 오르기 좋다

▲ 첫 번째 계단. 양방향으로 둘이 지나가기도 좁다

“얼마나 남았나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차에서 나오니 더운 날씨에 조금 짜증난다. 이런저런 가이드북과 사람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올라가는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은 된다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지어다. ‘이게 하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이채롭다. 무려 2시간 이상을 걸어 정상에 다녀온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다이아몬드 헤드 표지를 지나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산에 오를 때처럼 ‘얼마나 남았어요?’라고 묻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것이라면 힘도 들고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말 한마디 없이 터벅터벅 서둘러서 혼자 올라가는 것은 삼갈 것.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젊다고, 남자라고, 당일 컨디션이 좋다고 일행들을 앞서서 나가는 것은 금물이다. 하와이에 와서 더욱 절감한 것은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여행 자세다. 특히 하와이에서는 조바심을 낼수록 여행의 재미는 반감된다. 하와이에 왔으니 여유로운 하와이처럼, 동반한 여러 사람들과 즐겁고 여유롭게 걸어 보자.

▲ 요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이아몬드 헤드 등반 길

다이아몬드 헤드는 비교적 평평한 길이  초반 약 30분 정도 이어진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라 걷기는 편하다. 하와이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익숙해진 파란 바다에 다이아몬드 헤드의 넓은 수풀지역은 낯설기도 하다. 그렇지만 넓은 수풀지역은 시원한 바다색 못지 않게 탁 트인 시원한 시야가 매력적이다. 또 길 양 옆에는 듬성듬성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천천히 걷기 좋다.

▲ 3단계의 길이 하나로 이어진다
‘강약중강약’ 리드미컬한 트레킹

오아후의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다이아몬드 헤드’는?

다이아몬드 헤드는 약 1,300여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다. 오아후 남서쪽 끝에 있으며 물속에서 마그마가 폭발하면서 화산재, 용암 등이 쌓여 형성됐다. 지금의 전망대가 있는 레아히스(Leahi`s·해발고도 232m)는 당시 폭발로 형성된 봉우리다. 면적은 141만 평방미터에 이르며 형태는 우리나라 울릉도 나리분지와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헤드의 서측(바다 쪽)은 바람과 파도, 강우 등의 영향으로 가파른 경사가 있고 레아히스에서 내려봤을 때 쪽빛 바다색과 어울려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현재는 하와이의 대표관광지로 지난 1968년부터 연방정부로부터 국립자연보호물(National Natural Landmark)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비포장에 꼬부랑길, 게다가 경사까지 가파른 길로 들어선다. 이제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지만 지금부터는 나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경사가 가파른 건 그렇다 치고, 구불구불 길의 끝이 보일 만하면 다시 길게 이어지니 고행의 길임이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황량한 민둥산의 옆구리를 오르는 듯하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약 30분에서 1시간을 올라가면 조금씩 다이아몬드 헤드와 오아후 앞바다가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꼬부랑길을 다 오르고 보니 긴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긴 계단으로 총 74계단이다. 계단은 양쪽으로 두 명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으며 경사가 급하다. 두 번째 계단은 조금 더 가야 있지만 첫 번째보다는 심하지 않아 그리 어렵진 않다.

오아후 남서쪽 해변에 솟아 있는 다이아몬드 헤드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정상에 올라 보면 알겠지만 무엇 하나 걸리지 않고 서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때문에 1904년 미국 정부는 다이아몬드 헤드를 사들여 군사지역으로 사용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다이아몬드 헤드 내부에는 군사 목적의 벙커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찰을 위한 격실과 바다를 향하고 있는 포대, 전쟁 시 지휘·통제할 수 있는 상황실도 있다. 물론 탐방객들이 볼 수 있는 곳은 정상으로 오르기 위한 좁은 통로와 계단뿐이다. 이런 시설들은 다이아몬드 헤드를 오르는 재미를 한껏 높여 준다. 허리를 숙여야 지날 정도로 좁은 통로와 오래된 회전형 철제 계단은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 다이아몬드 헤드 중간 즈음에 다이아몬드 헤드 분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은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첫 번째 계단부터 실내 구간도 적지 않아 선선한 바람에 다시금 기운이 난다. 살아난 기운에 한발자국씩 다시 걸음을 옮기면 언제 도달할지 몰랐던 정상에 다다르고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파란 바다가 경계 초소의 좁은 틈을 비집고 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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