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닭과 푸른 용이 꿈틀대는 민족의 성산
금빛 닭과 푸른 용이 꿈틀대는 민족의 성산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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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Park Travel 계룡산 국립공원- Part 1 주릉 트레킹

높이 845m의 계룡산은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예부터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신라는 전국 5대 명산을 5악으로 정하고 국가적 제사터를 삼았는데 그 중 계룡산은 서악이었다. 시대가 흘러도 명산의 기운은 여전한지라 조선은 묘향산을 상악, 계룡산을 중악, 지리산을 하악으로 삼아 단을 세우고 산신제를 지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힘입어 계룡산은 지금까지도 예언의 땅으로 여겨진다.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하고 고려의 수도인 개성을 벗어나 새로운 도읍지로 계룡산 신도안을 마음에 품었다.
 
풍수지리에 밝은 무학대사와 함께 계룡산을 둘러본 이성계는 “이곳에 도읍을 정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대사의 말을 듣고 신도안에 새 수도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이 계룡산 새 수도 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수도는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결정 난다.

계룡산이 이토록 명당자리로 꼽히는 데는 예사롭지 않은 산세가 한몫을 한다. 무학대사는 계룡산을 가리켜 “금빛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이요,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라고 했다.

실제 계룡산을 눈앞에 두고 보면 능선의 형상이 흡사 닭벼슬 같고 굽이쳐 흐르는 산줄기가 승천하는 용의 모습처럼 힘차고 야무지다.

옹골차고 아름다운 암봉미가 압권

▲ 삼불봉으로 향하는 길.
수려한 산세가 유명한 만큼 산행코스가 다양한 계룡산에서 백미는 자연성릉이다. 능선을 걸으며 계룡산의 산세를 굽어볼 수 있어 ‘자연성릉을 가보지 않고서는 계룡산의 아름다움을 논할 수 없다’고 할 정도.

동학사지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자연성릉으로 가는 길은 이런 이유로 늘 등산객들이 만원이다.

동학사지구에서는 동학사계곡이나 천장골을 통해 자연성릉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천장골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천장골 들머리에서 큰배재까지 약 3km 구간은 그다지 급하지 않고 완만하게 이어져 인기가 높다. 유난히 비가 많은 올해 날씨 덕인지 계곡을 따라 흐르는 수량이 풍부해 보고만 있어도 갈증이 사라지는 듯하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져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곡길은 주말을 맞아 산행 온 가족들과 산행객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급하지 않은 경사라지만 1시간 넘게 오르막길이 이어지자 숨이 가빠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샘솟는지 어린 아이들은 제 부모보다 빨리 가파른 산길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한 시간 반쯤 오르자 드디어 오뉘탑(남매탑). 옛 청량사가 있던 자리에는 현재 오뉘탑만 남아있고 그 옆으로 작은 암자 상원암이 있다.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있는 오뉘탑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통일신라시대, 한 스님이 목에 걸린 가시로 고생하고 있는 호랑이를 도와줬다.

호랑이는 은공을 갚고자 젊은 처녀를 등에 업고 와 스님 앞에 내려놓고 떠나지만 스님은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어 처녀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처녀의 부모님은 한 번 출가한 딸을 시집보낼 수가 없다며 스님에게 딸을 되돌려 보낸다.

▲ 관음봉 정상에서 추억을 남기는 산행객들.
고민하던 스님은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 불도에 힘쓰다 한 날 한 시에 열반에 든다.

이에 감동한 후대 사람들이 남매의 정을 기리고자 오뉘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뉘탑은 5층과 7층 석탑 두 기로 청량사지쌍탑이라고도 불린다.

사찰이 사라진 탑 주위에는 공터가 형성돼있어 잠시 쉬며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김밥 한 줄을 뚝딱 해치우자 지쳤던 몸에 다시 활기가 넘친다. 갈증으로 어느새 비운 물병에 약수를 담고 삼불봉(777.1m)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조물주도 공들인 수려한 자연성릉

오뉘탑에서 삼불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30분가량 이어진다. 삼불봉 정상 직전에는 가파른 철계단이 이어지는데,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황적봉(665m)에서 흘러나온 산줄기들이 기세 좋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삼불봉 정상. 계룡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수정봉(662m)이, 남서쪽으로는 날카로운 자연성릉이 말 달리듯 쭉 뻗어 있고, 그 끝으로 관음봉(816m)이 우뚝 솟아있다.

남쪽으로는 군사지역이라 출입이 금지된 계룡산 최고봉 천황봉(845m)이 영험한 기운을 다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불봉 정상에서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와 세 개의 봉우리를 넘고 나면 드디어 자연성릉이다. 마치 조물주가 정성스레 빚어 놓은 조각처럼 거친듯하면서도 고운 자태를 뽐내는 자연성릉길은 이런 이유로 4계절 내내 등산객들로 붐빈다.

▲ 며칠 동안 내린 비 덕분에 수량이 풍부해진 은선폭포.
뾰족한 능선을 따라 1시간가량 이어지는 코스는 위험구간마다 난간을 만들어 초보자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계룡산 골짜기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이 날카로운 능선 위로 시원스럽게 불어왔다.

거친 듯 부드러운 자연성릉은 숙련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강약이 절묘하게 조화돼 능선을 걷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남으로는 쌀개봉을 거쳐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지고, 북으로는 수정봉에서 구재로 이어지는 능선이, 북동쪽으로는 신선봉에서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뻗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아슬아슬한 능선길 끝으로 관음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음봉에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급해져 안전한 산행을 위해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보기에도 아찔하게 긴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계룡산에서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관음봉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문필봉(755.6m)이 보이고 남쪽으로 쌀개릉과 천황봉이 마치 승천하는 용의 모습처럼 힘 있게 꿈틀거린다. 삼불봉에서 자연성릉을 지나 관음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은 지루할 틈 전혀 없는 아름다운 산세가 펼쳐져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계룡산의 수려한 산세를 뒤로하고 하산할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다시 한 번 계룡산의 풍경을 마음속에 새겨 넣고 동학사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비구니 스님의 도량터 동학사

▲ 정갈한 비구니 사찰 동학사.
하산하는 길은 온통 너덜지대다. 동학사계곡을 따라 40분쯤 내려오니 선녀들이 목욕하곤 했다는 은선폭포다.
 
갈수기에는 물이 없어 장쾌한 물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비 많은 올 가을에는 주변이 울릴 정도로 많은 물이 쏟아져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기다란 절벽을 가르며 쏟아지는 폭포 주변에는 바위틈에서 자라난 키 작은 소나무가 가득 메우고 있어 자연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은선폭포에서 20분쯤 내려오면 예쁜 비구니 절집 동학사다. 비구니의 불교강원으로 유명한 동학사는 앳되고 예쁜 비구니 스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학사는 724년, 신라 성덕왕 때 회의화상이 창건했으며 고려 초 도선(道詵, 827~898) 국사가 중건했고 1864년(고종원년)에 크게 개수됐다. 현재 대웅전, 숙모전 삼은각과 3층 석탑 등이 있고 문수암, 길상암 등의 부속암자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사찰이다.

시계를 보니 산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5시간. 동학사에서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나니 지쳤던 몸이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잘 닦인 포장도로를 따라 계곡을 끼고 한걸음씩 내딛어본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양 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길은 마지막까지 계룡산의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듯 숲의 향기를 연신 내뿜는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벚나무 길, 10월 말에서 11월 초에는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벚나무가 그윽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낼 것이다. 계룡산에도 그렇게 가을은 찾아오고 있었다.

●●● 계룡산 트레킹 정보

▲ 조물주가 솜씨 좋게 빚어 놓은 듯한 자연성릉의 수려한 풍광.
동학사기점에서는 천장골을 통해 주릉으로 가는 방법과 동학사 계곡을 통해 주릉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동학사지구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천장골~오뉘탑~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동학사계곡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트레킹은 계룡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인기 코스다.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되며 군데군데 암릉 구간이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는 힘든 코스.

어린이와 노약자가 함께 동행할 때는 탐방안내소에서 천장골을 지나 오뉘탑에서 하산하는 코스가 적당하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학사계곡으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사찰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천장골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사찰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동학사 입장료 어른(19~64세) 2,000원, 청소년 및 학생, 군인은 700원, 어린이(7~12세)는 400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동학사사무소 (042)825-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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