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고래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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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Issue3. 대기업 아웃도어 시장 진출

2004년 12월, 엘지패션(대표 구본걸)에서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런칭했다. 같은 해, 이미 국내 아웃도어 대표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로 잘 나가고 있던 FnC코오롱(대표 제환석)은 미국의 〈팀버랜드〉를 런칭했고, 60년 동안 패션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평안섬유(대표 김형섭)도 2005년 〈네파〉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2006년에는 케이투코리아(대표 정명훈)도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이 아웃도어 산업에 뛰어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라이선스 획득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제품 출시

패션의류 시장과 다르게 아웃도어 시장은 대기업의 진출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처음 아웃도어 시장이 형성될 무렵에는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가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아웃도어 시장도 급격하게 팽창했다.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는 수익성이 증가했다는 것. 그러자 패션사업에만 주목하던 대기업들이 아웃도어 시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 해만 해도 굵직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대기업에 의해 런칭됐다.

몇 년 동안 이랜드와 국제상사 인수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던 E1(대표 구자용)은 올 초 국제상사를 인수해 〈프로스펙스〉를 재정비했다.

26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저씨 브랜드’로 전락한 〈프로스펙스〉를 새롭게 리뉴얼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으로 진입한 상황. 특히 아웃도어 라인을 강화해 스포츠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시장에도 본격적인 도전장을 냈다.

〈프로스펙스〉는 브랜드를 재정비하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로고를 젊은 감각에 맞게 바꾸고 청소년층을 겨냥한 제품의 비중도 늘렸다.

본격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 〈프로스펙스〉는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550㎡ 규모의 ‘퓨처 스토어’ 매장을 열었다. 화사한 인테리어와 제품들로 매출은 판매 호조를 이루며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상사 기획팀의 박순찬 과장은 “E1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전국에 ‘퓨쳐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동복부터 패션의류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이랜드(대표 박성경)도 영국 펜트랜드그룹과 라이선스 및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고 11월 초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를 본격 전개했다.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릴 만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버그하우스〉는 고기능성을 강조한 고가의 제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 이랜드 홍보팀의 유서정 팀장은 “등산뿐만 아니라 레저영역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세련되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제품과 다양한 가격대로 남녀노소 즐겨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버그하우스〉는 아웃도어 핵심 상권과 백화점에 입점해 61개 매장을 운영하며 유통망 확대에 나선다. 다수의 의류 브랜드를 통해 쌓은 노하우와 전국에 걸쳐 형성된 프랜차이즈 망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 또한 〈프로스펙스〉도 전국 곳곳에 있는 매장을 통해 새로워진 제품을 제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갈 예정이다.

기존의 유통망 활용한 물량 공세

대기업이 브랜드를 런칭할 경우, 든든한 자본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또 브랜드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라이선스도 획득하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는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도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체형이 잘 맞지 않는다면 판매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런칭 1년이 안 돼 사업을 접거나 계약 만료 기간까지 간신히 브랜드를 이끌어 가다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기업이 자본과 유통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이유는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성급하게 브랜드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패션의류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아웃도어 소비자들은 기존에 구매하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신규 브랜드가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하기는 조금 벅찬 감이 있다.

앞으로 대기업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래서 이미 패션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뿐만 아니라 E1처럼 패션 사업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아웃도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문제점도 있다. 점차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의 위치는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고래싸움에서 새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끊임없는 연구로 만들어진 창의적인 제품이야 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아웃도어 업체들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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