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를 타고 분단의 아픔을 체험한다
MTB를 타고 분단의 아픔을 체험한다
  • 글·염태정 기자 | 사진·박요한
  • 승인 2011.06.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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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휴전선 155마일 산악자전거 MTB 원정

▲ MTB원정대원이 을지전망대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을지전망대는 민간인 출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일정한 절차를 통해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고 북측의 초소가 가까이 관측된다.

연예사병 지성 등 11명 참가… 비무장 지대 따라 155마일 종주

통일을 기원하는 ‘휴전선 155마일 산악자전거 MTB 원정대’가 자전거를 이용, 지난 10월3일(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해 10월7일(토)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까지 약 400km의 대장정의 길을 휴전선을 따라 이어진 전술도로 및 순찰로를 경유해 종주했다. 이번 종주는 국외 영주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입대한 장병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호국 안보정신과 올바른 국가관을 고양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편집자주〉
 

제1일(10/3) 임진각 출발 > 백학 부대 > 백두초소 > 열쇠부대
제 2일 (10/4) 열쇠부대 출발 > 백마고지  > 노동당사 > 월정리역 > 백골부대
제 3일 (10/5) 백골부대 출발 > 승리부대 > 칠성부대 > 백두산부대
제 4일 (10/6, 추석) 백두산부대 출발 > 제4땅굴 > 을지전망대 > 을지부대 > 백두대간 향로봉 중대
제 5일 (10/7) 백두대간 향로봉 중대 > 진부령 > 간성 > 통일전망대

▲ 백마고지 전적비를 향해 페달에 힘을 싣는 대원들.
휴전선 155마일. 위도 38도선에 위치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역사를 대표하고, 세계 유일(唯一) 분단국가의 상징이면서 우리나라 꽃다운 청춘들이 2년이라는 긴 기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곳.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곳. 이것들이 비무장 지대 휴전선 155마일에 대한 이미지다.

이런 휴전선 일원을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자전거로 종주한 ‘휴전선 155마일 산악자전거 MTB 원정대’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국내 현실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을 따라 MTB 산악자전거를 이용, 호국 안보정신을 높이고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번 ‘휴전선 155마일 산악자전거 MTB 원정대’는 임진각을 출발해 고성의 통일 전망대까지 약 400km에 달하는 휴전선 일원의 순찰로 및 전술로를 경유했다. 10월 3일 오전 8시 15분. 똑같은 유니폼을 몸에 걸친 원정 대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번 MTB 원정은 육군 을지부대 주관, 엘지패션 〈라푸마〉, 국방부, 동아일보, 한성항공, 파고다외국어학원이 후원했다. 대원들은 횡단 팀장을 맡은 을지부대 소속 배대현(30) 대위를 비롯해 부팀장을 맡은 을지부대 소속 이용승(34) 상사, 해외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한민국 군에 자원 입대한 을지부대 소속 김세훈(21), 우대식(23), 이동현(23) 상병이 포함됐다. 또 국방부 근무지원단 소속 연예병사 지성(본명 곽태근, 30)을 비롯하여 엘지패션 〈라푸마〉의 설주택(37), 장효우(34)과장, 한성항공 최왕빈(26) 승무원, 박요한(36) 월간 아웃도어 발행인, 원정팀을 동행 취재한 동아일보 김성규(36) 기자가 함께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맑은 가을하늘 아래 원정대 발대식을 거행하고, 종주를 다짐하는 힘찬 함성과 함께 임진각을 출발했다.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도 환호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임진각에서 2.5km 떨어진 통일대교를 건너자 바로 민통선이다. 민통선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지도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미지의 땅이다. 군 지도에도 시설물의 표시는 찾아볼 수 없고 지형만이 표시돼 있었다.

▲ 출발지인 임진각을 힘차게 출발하는 대원들. 앞으로 어떤 험난한 코스가 기다릴 지 모르는 대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원정 첫째 날(10월 3일)
임진각에서 5사단으로 이어지는 81km의 산길이었다.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대원들은 넘어져서 팔꿈치가 깨지고 무릎이 까지는 부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해가 저물어 가는데 아직 숙영지로부터 상당거리 못 미쳐 있었다. 그러나 휴전선 일대에서는 일몰 후에는 어떤 차량이동도 허락되지 않기에, 안전을 우려한 원정대는 더 늦기 전에 첫 숙영지인 5사단 지정된 부대를 향해 차량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 험한 산길을 내려와 진부령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원정 둘째 날(10월 4일)
기상해서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던 원정 대원들은 발아래 펼쳐진 구름 가득한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쾌한 공기도 원정 대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산 정상에서 시작된 오늘의 원정은 발아래 펼쳐진 절경을 굽이치는 내리막길을 내달리며 시작됐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즐거운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백마고지 전적지를 거쳐, 월정리 역, 그리고 오늘의 숙영지인 백골 부대로 이어지는 82km의 오늘 코스는 어제의 이동거리와 비교 했을 때 만만찮은 거리였으나, 어제 하루 동안의 강행군으로 자전거에 익숙해진데다가 비교적 양호한 도로사정으로 예상보다 일찍 숙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백골 부대에 도착한 우리 대원들 중, 군 시절 기억을 더듬어 포병 병과 주특기 시범을 보여 우리 대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원정 셋째 날(10월5일)
일기예보에서 약간의 비가 예상된다고 해 걱정했으나, 땀을 시원하게 말려주는 바람만 불어주어 우리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첫 출발에 백골 부대 초소를 향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 대원들은 “힘들게 오르막을 오른 자만이 내리막을 달려 내려가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설주택 과장의 말에 모두들 공감했다. 말고개, 칠성부대, 평화의 댐을 거쳐 21사단 도솔대대로 연결된 이동경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대원들로 하여금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하게 하는 것 같았다.

▲ 휴식 장소에서 팀장인 배대현 대위가 지도를 펼치고 대원들에게 이동 루트를 설명 하고 있다.
원정 넷째 날(10월6일)
5m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로 뒤덮인 산 정상 도솔대대에서 모든 원정 대원들이 출발 준비를 마쳤을 때, 도솔대대 중대장은 “1분만 달려 내려가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1분가량 달려 내려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청명한 하늘과 탁 트인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맑은 날씨가 상쾌한 바람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도솔산 대대가 위치한 곳이 얼마나 열악한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산 하단에 내려와 되돌아 본 도솔산 정상은 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어 볼 수 없었다. 불과 몇 분 전의 색다른 경험도 잠시뿐. 원정 대원들은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를 향해 달려가느라 여념이 없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친 대원들은 앞으로 맞닥드릴,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오르막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발 1,020m의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10여 km의 오르막길은 도보로도 쉽지 않은 급경사의 연속으로 원정 구간 중 최대 난코스였다. 길을 잘못 들어서 대원들의 체력 소진에 한 몫 톡톡히 한 컨보이 요원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동안 강인한 체력으로 항상 선두를 유지했던 지성 상병도 “오늘 저 퍼졌어요”라고 할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다행히 대원들 모두 일몰 전에 향로봉 중대에 도착했다. 향로봉에서 맞이하는 추석 보름달은 유난히 크고 둥글어 보였다. 달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가족과 분단된 조국을 생각하는 대원들의 뒷모습에서 숙연해 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남북 분단의 상징인 철책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는 대원들. 횡단 팀장 배대현 대위(가운데)와 부팀장 이용승 상사(우측)가 나란히 선두에서 대원들을 인도하고 있다.

원정 마지막 날(10월7일)
첫날부터 누적된 피로가 어제 향로봉을 오르는 오르막에서 절정에 달해 몸을 가누기 힘든 지경이지만, 오늘 점심 때는 통일 전망대에 도착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마지막 사력을 다하는 모습들이다. 진부령을 지나 간성, 그리고 통일 전망대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 옆으로 난 길을 달릴 때는 ‘우리가 정말 동쪽 끝에 다다랐구나’ 하는 짜릿함에 페달을 굴리는 대원들 다리에 가속이 붙었다. 통일 전망대에 도착해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는 장병들은 악을 쓰면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었다. 추석 다음 날인 이날 통일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국군방송 인터뷰와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4박 5일 간의 휴전선 155마일 MTB 대장정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 4박 5일 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목적지인 통일전망대에 도착한 대원들. 우로부터 을지부대 김세훈 상병, 엘지패션 〈라푸마〉 설주택, 장효우 과장, 한성항공 최왕빈 승무원, 횡단팀장 배대현 대위,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성 상병, 횡단 부팀장 이용승 상사, 을지부대 이동현, 우대식 상병, 동아일보 김성규 기자, 박요한 월간 아웃도어 발행인.

mini interview  
연예사병 지성 (본명 곽태근, 국방부 근무지원단 상병)
“영원히 기억될 기쁨과 환희가 남았다”

‘휴전선 155마일 산악자전거 MTB 원정대’에 합류해 약 400km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게 돼 기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을 만큼 험한 길도 많아서 자전거를 메고 걸어가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박수와 환호로 격려해주시는 GOP근무 병사들과, 함께 페달을 밟는 대원들이 있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저의 군 생활에 뜻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mini interview  
횡단 킴장 배대현(을지부대 대위)
“세계 평화의 중심은 한반도에 있습니다.”

이번 MTB 종주를 처음 계획한 장본인 배 대위는 1995년부터 호주 멜버른의 모나시대에서 유학하다 영주권을 취득을 앞두고 군복무를 위해 1999년 육군 제 3사관학교에 지원해 올해까지 8년째 장기복무 중이다.

" 해외 영주권 및 시민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군 생활을 한다는 것은 광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세계평화라는 슬로건의 중심에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페달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에게 큰 힘이 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여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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