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장비의 역사로 거듭 난다”
“살아있는 장비의 역사로 거듭 난다”
  • 글 ·김경선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6.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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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요아키노 고비 | 이탈리아 그리벨 사장


빙벽장비의 명가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그리벨(Grivel)의 요아키노 고비 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시장의 냄새를 맡기 위해 왔다”는 말로 방문 목적을 설명한 요아키노 고비 사장은 기술적으로 훌륭한 클라이머들이 많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아키노 고비 사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시장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조사한 후 적합한 제품을 직접 제작해 한국 시장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터 넬슨스포츠코리아(대표 정호진)를 통해 본격적으로 〈그리벨〉을 전개하고 있는 요아키노 고비 사장을 통해 명품 브랜드 〈그리벨〉의 역사와 상품을 만드는 철학과 향후 전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좌로부터 베타고비, 요아키노고비, 정호진 넬슨스포츠코리아 사장

Gioachino Gobbi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이번 한국방문이 처음이다. 이번 방한에는 나의 든든한 동반자이면서 와이프인 베타 고비(BETTA GIBBI)와 함께 했으며 한국 시장에 〈그리벨〉이 얼마나 알려졌는지, 어떤 아이템들이 선호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왔다. 이탈리아의 그리벨은 큰 회사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 각 나라마다 특별한 수요가 있다. 한국 시장은 다른 나라의 아웃도어 시장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아이템들이 주로 판매되는지 조사해 그에 따른 적합한 아이템을 제공하기 위해 왔다. 또 이번에 산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황금피켈상 시상식이 한국에서 개최돼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 방한했다.

〈그리벨〉 브랜드 역사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몽블랑 남쪽 마을 꾸르마예에서 농기구를 만들어오던 그리벨 가문이 등산가들의 특별한 주문을 받아 장비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벨〉의 시초다. 그 역사만 해도 거의 200년에 가까워 등산 장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고 있다. 특히 열 단조 기술은 〈그리벨〉이 자랑하는 특별한 기술. 열 단조(Hot Drop Forging) 기술은 고대부터 명검을 만들던 방식으로 쇠 안에 불규칙하게 분산된 분자의 배열을 일정한 방향으로 재배열해 특정 온도로 가열, 두드리고 힘을 가한 후 열처리해 그 특성을 영구히 유지시키는 독특한 금속 가공 방법이다. 이 특별한 방법으로 장비를 제작하면서 〈그리벨〉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가지게 된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지난 1909년에는 산악인 에켄스타인과 함께 세계 최초로 크램폰(아이젠)을 개발했으며 1929년에는 프런트포인트가 달린 현대적인 크램폰을 제작해 최고의 빙벽장비 명가로 인정받게 됐다. 그 이후에도 최초로 크로몰리 합금을 사용해 전보다 훨씬 가볍고 얇으면서도 강한 크램폰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크램폰은 세계 3대 고봉인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등정에 사용됐다.

1900년대 중반 이후 다소 침체기를 맞았던 〈그리벨〉을 1982년 인수해 새롭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제2의 전성기를 위해 도약했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1986년에는 최초로 구부러진 샤프트 (curved shaft) 피켈인 람보 아이스액스를 선보여 유사한 아이템들이 앞 다퉈 출시되기도 했다. 1993년도에는 안정적인 플랫폼을 가진 리지드 크램폰 람보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첨단 크램폰 람보 4로 진화시키는 등 더 나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상품을 만드는 철학은?
〈그리벨〉은 긴 역사를 가진 만큼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아이템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을 항상 느낀다. 오랜 전통과 경험에서 오는 기술과 노하우로 좀 더 가치 있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그리벨은 몽블랑 바로 밑에 회사가 자리 잡고 있어 최고의 장비를 만들 수밖에 없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세계 알피니스트들의 성지로 추앙받는 몽블랑의 거대한 자연은 〈그리벨〉 장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필드이며 영감의 원천이다. 만약 그리벨이 도심으로 나갔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을 위해 회사를 옮기지 않았던 이유는 몽블랑이 〈그리벨〉의 혼이며 영감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인구에 놀랐고 클라이머들의 기술적인 호기심에 놀랐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산이 많을 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아 등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리벨〉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국의 산이 유럽의 산에 비해 경사가 급하고 험하기 때문에 〈그리벨〉의 다양한 아이템들을 사용하기에 좋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좀 더 기술집약적인 아이템을 중심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그리벨〉을 전개하고 있는 넬슨스포츠코리아(대표 정호진)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해 한국만을 위한 아이템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리벨은 회사의 규모를 늘리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이고 고품질의 아이템을 만드느냐에 모든 생각을 집중하고 있다. 최상의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벨은 꾸르마예와 베네치아 두 곳에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기획 및 마케팅은 꾸르마예, 생산은 베네치아에서 하고 있다. 〈그리벨〉은 고품질의 완성도 높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장갑, 배낭 등을 제외한 하드웨어는 100%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 환경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회사의 과제. 현재 그리벨은 UIAA(세계산악연맹) 파트너 회사로 친환경(Eco Friend)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며 기획부터 생산까지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리벨〉을 최고의 브랜드로 유지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브랜드 정신을 잃지 않고 소비자와 자연을 우선하는 제품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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