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커피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페루의 커피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6.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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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Edge 코코비아의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 11

생각의 흐름은 참 재미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상되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왓슨 박사의 한 마디만 듣고 그의 출근길을 추리해내던 셜록 홈즈 흉내도 조금은 낼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최고조인 요즈음, 아기예수 얘기로 들썩거리는 거리 곳곳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와 함께 같은 뜻의 '펠리스 나비다드' 라는 스페인어가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는 무엇일까? 바로 '엘니뇨(El Nino)'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엘니뇨 현상과는 달리, 맨 처음의 엘니뇨는 좋은 의미로 시작했다.

엘니뇨의 어원을 살펴보면, 페루와 에콰도르의 국경에 있는 과야킬만에서는 매년 12월경이 되면 가까운 바다의 해면 수온이 상승했다고 한다. 수온의 상승과 함께 평소 볼 수 없던 물고기를 잡은 페루의 어민들은 이것을 하늘의 은혜라고 여기고 감사하는 뜻으로 크리스마스와 연관시켜 아기 예수의 의미를 가진 '엘니뇨' 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페루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도 페루에서 아주 오랫동안 재배되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고 잉카의 후예들이 재배하는 커피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페루는 왕조국가다. 마추피추(Machu Picchu)같은 웅장한 옛 터와 안데스 같이 위엄 있는 산맥들이 있는 신비한 잉카 문명의 땅이고, 더 나아가 위엄 있는 커피의 나라이기도 하다. 잉카의 고대 땅인 안데스의 운무림 속에서 커피는 수 세대 동안 세심한 주의와 함께 땅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재배돼 왔다. 잉카 인디언 부족의 후손들인 이곳의 커피 재배자들은 그들의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푸른 숲이 우거진 정글이 마치 지붕처럼 있는 그늘 안에서 커피를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그린마운틴 커피 로스터사는 이 커피를 페루의 찬차마이오(Chanchamayo) 지역 안에 있는 라플로리다(La Florida) 협동조합에서 구입한다. 이 협동조합은 교육을 통해서 커피 재배자들이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린마운틴 커피 로스터사의 '페루비안 실렉트'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되고 결과적으로 페루의 농부들은 그들의 커피를 더 좋은 가격을 받고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페루비안 실렉트'는 공정거래 마크인 'FAIR TRADE' 마크가 붙어있고 엄청난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결과를 의미하는 유기농 마크도 가지고 있다.

▲ 정명희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 현재 (주)코코비아의 식음료 해외영업 본부장이며 커피 차 Product Specialist로 국내에서 활동중임.
그린마운틴 커피 로스터사의 페루비안 실렉트의 맛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장식들만큼이나 다양하고 반짝반짝 빛난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향을 지니고 있다. 산타클로스의 정감 있는 상냥한 말씨처럼 부드러우면서 카라멜과 달콤한 헤이즐넛이 공존한다. 그리고 마지막 맛은 순하고 달콤하다. 한 가지 맛이 강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가 만족스러운 커피여서인지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풍부하고 복합적이지만 섬세한 향이 꽃과 초콜릿과 흡사하고, 사과나 바나나 등의 신맛은 약한 과일 느낌을 불러 일으키며, 매혹적인 향이 컵 안에서 지속된다. 커다란 유리창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은 좋은 사람들과 하루 종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그린마운틴 커피 로스터사의 페루비안 실렉트를 마시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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