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초심을 찾아 떠난 여행길
인생의 초심을 찾아 떠난 여행길
  • 글·김경선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6.24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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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김홍근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

지은이 | 유인걸 사진, 김홍근 글
펴낸곳 | 마음산책
펴낸날 | 2006년 9월 25일
형태 | 신국판 변형
면수 | 212쪽
값 | 15,000원

매일 거울을 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 화장실 갈 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거울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거울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자신의 겉모습에 열중한다. 표면적인 외모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내면의 모습은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있다.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오지 사람들의 순수하고 담백한 모습을 통해 초심을 찾아 떠나는 여행 사진집이다.

초심의 처녀성을 찾아서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라는 책 제목은 추사 김정희가 좋아하던 중국의 시 ‘다선송’의 시구를 인용했다. 여기에는 표면적인 뜻 이외에 삶을 통찰하는 정신이 담겨있다고 김홍근 작가는 말한다. ‘차를 반쯤 마시다’는 삶을 어느 정도 살아 순수함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꿈이 현실적으로 퇴색된 상태를 말하며, ‘향은 아직 그대로’는 현실적으로 혼탁해진 꿈과 순수한 초심이 세상의 각박함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김홍근 작가는 이 초심을 다시 새기려는 취지에서 제목을 정했다.

김홍근 작가의 글쓰기는 나름대로의 방법론이 있다. “좋은 글은 자기를 비울 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버리면 내면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가급적 인위적인 의식의 개입을 절제하는 것이 저의 글 쓰는 방법입니다.” 김홍근 작가는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를 쓰면서 사진을 카드로 만들어 수시로 감상했다. 굳이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사진 속의 이미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명상할 때와 같은 무아의 상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글이 떠오른다고. 그래서인지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에 나오는 글들은 읽는 피곤함이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글과 그림의 편안한 조화
김홍근 작가의 수식이 없는 순수한 글은 유인걸씨의 직설적인 사진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는 85컷의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사진을 찍은 유인걸씨는 10년 이상 지구촌 오지를 다니며 순수한 사람의 얼굴 표정과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네팔, 라오스, 멕시코, 모로코 등 10여 개국을 여행하며 무수한 찰나를 기록한 열정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기 마련이죠. ‘꾸밈없는 인간의 심성을 표현하자’는 것이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김홍근 작가와 유인걸씨가 함께한 시간만 해도 15년이 넘는다. 성천문화재단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껏 함께한 두 사람에게 20년이 넘는 나이 차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닮아버린 두 사람에게 이번 책,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서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사진과 글이 닮아있다.

김홍근 작가는 이번 책에서 피사체를 ‘나’와 분리시키지 않은 채 마음으로 사진을 읽고 해석했다. 이 책을 통해 자신 안에 숨겨진 초심을 찾길 바란다는 김홍근 작가는 인생의 원리를 이렇게 말한다. “사진의 원리는 글 쓰는 원리와 같고, 그대로 삶의 원리와도 같습니다.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죠. 반쯤 마신 차라도 향은 처음과 같은 것처럼, 누구에게나 깃든 초심의 향을 맡아본 사람은 지혜롭게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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