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ica - 다시, 그리운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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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6.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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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검은 속살, 나미비아를 만나다 ③ 마지막 회

# 내 생의 한 시절, 평화로운 한때를 기억하다
일요일 오전, 늦은 아침까지 잠을 청하려 해도 이른 새벽 저절로 눈이 뜨인다. 여섯 달 동안 내 작은 몸을 누인 거처, 작은 오두막의 헐렁한 나무 문 밖은 이미 밝은 아침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풀잎 소리 사이로 간혹 명랑한 새소리가 끼어든다.

떠날 날이 다가오자 일상의 모든 것이 애틋하다. 이불과 베개 등을 꺼내 햇살에 널어놓고, 주중에 입었던 땀냄새 나는 옷가지들을 들고 공동 세탁장으로 향한다. 수도꼭지를 틀자 여느 때처럼 옅은 갈색의 물이 나온다. 열심히 손을 놀려 옷가지들을 비벼 빤다. 반복되는 같은 행위, 손 위로 닿는 물의 감촉, 비릿한 냄새, 엉성하게 만든 벽 틈으로 아침햇살이 비쳐 들면 수도꼭지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물살 위로 작은 물무지개가 뜬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 모든 것에 집중하는 시간. 이 시간이 내게는 명상의 시간과 같다. 하얀 면 티셔츠가 날이 갈수록 누릿해진다. 시간이 쌓이는 것이겠지, 땀내를 빼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옷을 빨아 내 작은 오두막 앞 울타리에 널어놓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쓴다. 다음 주에는 짬을 내 꼭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 나눈 이야기, 매일 보는 풍경과 내 주변을 맴도는 소리와 냄새들. 몇 줄의 편지 글로는 차마 전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다만 ‘나는 잘 지내고 있으며 가끔 가슴이 아릴 만큼 슬프고 또 터무니없이 외로워져서 침묵하곤 한다’고 그렇게만 쓴다.

낯선 땅에 임시 거처를 얻어 살고 있는 내 생의 한 시절. 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는 진실 때문에, 그래서 나는 당신들에게 편지를 쓰고 또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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