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의 맛을 찾아서
낯선 땅의 맛을 찾아서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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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찰리스그로서리

해방촌에서 낯선 이국의 맛을 소개하는 수입 식료품점 찰리스그로서리. 자유롭고도 조화로운 해방촌 거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게다.




여행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음식이 아닐까. 처음 보는 식재료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형태의 음식, 길거리에 풍기는 낯선 향신료의 냄새, 이때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 모험과 도전을 감행하는 미식의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그저 열정만이 가득 찼을 때는 식사 따위는 대충 때워도 여기저기 많이 가봐야 여행 잘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그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로 만들어진 정성스러운 식사가 알려주는 깊은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 시대인가. 여행의 순간이 그리울 때면 낯선 맛도 이 땅에서 찾을 수 있다.


해방촌 오거리로 향하는 가파른 비탈길 언저리에 너무나도 해방촌스러운 가게가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해방촌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식료품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수입식품 숍, 찰리스그로서리Charlie's Grocery다. 나 혼자도 잘 산다고 보여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이후 외국의 맛을 그리워하거나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발길이 더 늘어난 듯하다.
투박한 듯 느낌 있는 외관부터 매력적이다. 비건 제품만을 판매하는 ‘비건 스페이스’로 시작했지만, 찰리스그로서리로 이름을 바꾸면서 비건 제품을 포함해 더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커피와 스무디, 와인 등도 판매하고 있어, 가게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해방촌의 거리를 누리며 쉬어가도 좋다.


각종 소스부터 통조림, 스낵류, 치즈, 소시지, 와인 등이 알차게 담겨 있는 내부는 넓진 않지만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홀 토마토 통조림도 여러 나라 제품을 비교해 맛보고 싶고, 경험해 보지 못한 비건 식품들은 죄다 먹어보고 싶다. 비건 제품은 제품 명 옆에 V 표시가 된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욕심을 덜고 덜어 고심 끝에 몇 가지 제품을 집어 들었다.


베수 홀 토마토
직접 토마토를 까지 않고도 ‘에그인 헬’을 하고 싶었다. 시중에서 흔하게 만나는 토마토 많이 든 척하는 소스도 싫다. 여러 나라의 제품이 있었지만, 역시 이탈리아.


야마사 특선 간장
일본 출장 때마다 수집가처럼 간장을 사 모았던 에디터의 눈에 들어온 간장. 1645년부터 이어져 온 일본 야마사의 특선 간장이다. 감칠맛을 내는 TN값이 높다고 한다.


오뚜 유기농 다크 초콜릿
‘초콜릿은 다 비건 아니야?’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길. 그냥 초콜릿은 우유나 유지방 때문에 비건 제품이 아니라고 한다. 유기농 코코아 매스 65%의 진짜 진짜 비건 다크초콜릿.


마스터푸드 민트젤리
고기와는 소금과 와사비만 어울리는 줄 알았던 에디터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던 민트젤리. 박하향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마마메 템페칩스
비건식으로 유명한 템페는 콩을 발효해 만든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템페칩스는 바삭한 식감 덕분에 인기가 많다. 짭조름한 맛이 중독성 있는 오리지널 맛 템페칩스다.


베지푸드 베지프랑크
베지푸드는 국내 비건 식품 제조 기업이다. 찰리스그로서리에서는 비건 두개장, 비건 들깨 미역국, 비건 청국장, 비건 스테이크 등 베지푸드의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베지프랑크는 콩과 밀로 만든 소시지다.


넬리 키친 수세미
찰리스그로서리에는 식재료 말고도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같은 친환경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별생각 없이 썼던 수세미가 미세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천연 수세미가 눈에 들어온다. 넬리 키친 수세미는 생분해 되는 코코넛 수세미다.


찰리스그로서리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길 7
일~월 11:30~21:00/화~목 11:00~21:30/금·토 11:00~22:00
charliesgrocery.h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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