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하게 내려앉은 눈밭이 윤슬처럼 빛난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눈꽃은 추위를 잊게 할 만큼 화려하다. 삭막할 것만 같은 겨울산이 실로 아름다워지는 1월. 새해를 맞아 황홀한 눈꽃 축제를 만끽하고픈 산행객들에게 추천하는 동계 산행지 다섯 곳을 소개한다.
붉은 해와 함께 맞이하는 새해
태백산
강원도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한 태백산(1567m)은 눈꽃산행과 일출산행 명소로 이름나 겨울철이면 산행객들이 늘 붐비는 명산이다. 1500m가 넘는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산길이 순하고 완만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보통 당골광장에서 시작해 반재~천제단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며, 산행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이들이나 산행 초보자들이라면 이 코스를 통해 다시 하산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때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으로 보다 빠르게 오르려면 유일사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유일사~정상 구간은 약 4km로 1시간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일출과 더불어 태백산의 백미인 눈꽃의 향연을 보고 싶다면 당골광장에서 반재~천제단~문수봉~산제당골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추천한다. 약 12km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일출산행의 경우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여유를 잡는 것이 좋다.
호남의 금강산
대둔산
눈쌓인 대둔산(878m)은 멀리서 보면 백설기 같다. 진안과 완주 접경지에 솟은 주화산(600m)에서 시작되어 계룡산(845m)을 거쳐 부여의 부소산(106m)에서 끝나는 금남정맥이 화려한 불꽃을 일으킨 곳이 대둔산이다.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풍광을 간직한 대둔산은 그 자체가 한 폭의 산수화이자 커다란 분재다. 원효대사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 했다. 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며 케이블카, 금 강 구름다리 등이 설치된 이후 대둔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욱 늘었다. 산행의 편리함만이 이유는 아니다. 사방으로 기암괴석과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수려한 산세를 뽐내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금강구름다리 입구에 닿는다. 1시간 30분가량 발품을 팔아야하는 거리를 6분이면 케이블카로 당도하니 편안하다. 이후 대둔산 명물 금강구 름다리와 삼선구름다리를 지나 마천대 정상까지 이어지는 절경은 놓쳐서는 안 될 비경 중 비경이다. 하산은 정상에서 약수정 휴게소를 지나 케이블카 전망대로 내려가면 된다.
영롱하게 빛나는 상고대
소백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포근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꼽자면 단연 소백산(1439m)이다. 고봉들이 줄줄이 늘어선 주능선에서 바라보면 푸른 양탄자를 깐 듯 부드러운 능선이 펼쳐진다. 꽃 피는 계절이면 연분홍 철쭉의 향연으로 전국의 트레커를 불러 모으는 소백산. 하지만 겨울이 되면 포슬포슬한 눈이 내려앉은 눈꽃으로 온 산이 새하얗게 물드는 겨울의 진면목을 선 물한다. 비로봉(1421m), 국망봉(1421m), 제1 연화봉(1394m), 도솔봉(1314m) 등이 연봉을 이뤄 웅장한 산 그리메를 연출하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군락이 설경을 더욱 빛낸다. 산행은 삼가동~비로봉 코스와 천동·새밭~비로봉 코스, 어의곡~비로봉 코스가 일반적이며 3코스 모두 약 3시간 소요된다.
남도의 기가 모인 산
월출산
신령한 바위가 산이 되어 마을을 수호하는 고장, 영암靈巖. 호남평야의 비옥한 대지 위에 우뚝 솟은 월출산(809m)은 영암의 기둥이자 아버지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제 몸을 두른 월출산은 영암 어디에서 보아도 당당한 자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넓은 나주평야 위에 우뚝 솟은 월출산은 1000m가 채 되지 않는 산이지만 그 기개만큼은 고봉 못지않게 당당하다. 월출산을 오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다. 천황사에서 시작해 천황봉~구정봉~억새밭~도갑사로 향하는 총 9.5km 코스와 천황사에서 구름다리~천황봉~바람폭포~천황사로 원점 회귀하는 6.6km 코스, 천황사 코스로 올랐다가 정상에서 전남 강진군에 속한 경포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6.1km 코 스, 도갑사에서 출발해 억새밭과 바람재를 지나 경포대로 향하는 7.3km 등이다. 한겨울 산행은 타 계절에 비해 체력소모가 심한 편이니 자신의 체력이나 여건에 따라 코스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 길 봉우리에 앉은 눈꽃송이
도봉산
도봉산을 가리켜 옛 선인은 ‘푸른 하늘에 깎아 세운 만 길 봉우리’라고 노래했다. 기기묘묘한 자운봉・만장봉・선인봉 등이 빚은 산세는 금강산이 부럽지 않을 만큼 수려하다. 울창한 숲과 아찔한 암봉이 어우러진 산세는 겨울이 되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난다. 도봉산 주능선은 우이암에서 사패산까지 이어지는 길로 골산의 재미를 물씬 맛 볼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코스다. 우이암으로 오르기 위해서 우이동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우이암에서 능선을 따라 약 1시간을 걸으면 신선대, 이곳에서는 자운봉과 선인봉·만장봉이 어우러진 수려한 암봉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선대를 지나면 도봉산 산행의 백미인 포대능선 길이 이어진다. 설악산 공룡능선이 부럽지 않은 역동적인 바위미와 품격을 갖추었다. 그러나 주말이면 엄청난 인파가 포대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산행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길어질 수 있고, 겨울이면 그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