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을
서울의 가을
  • 김경선 | 아웃도어DB
  • 승인 2023.12.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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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다른 색

깊어진 가을과 늦은 겨울. 11월의 막바지로 갈수록 서울의 색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여행지. 여섯 개의 다른 색을 소개한다.


풍경을 덧그리는 곳
남산 NAMSAN
서울에 가을이 내리면 도심은 가을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서울에서 가을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남산이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남산, 그 중에서도 가을에는 운치와 낭만이 더해져 더욱 빛이 난다. 남산을 가득 메운 울창한 수목이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물들어 가면 남산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남산의 가을을 오롯이 느끼려면 남산둘레길이 제격이다. 자차로 가도 좋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것보다 산 곳곳을 톺아보는 둘레길을 천천히 걷는 것이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남산에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어디서 출발해도 좋지만 에디터가 선호하는 기점은 백범광장이다. 남산공원 주차장이 제법 넓어 주차가 용이하고 서울타워를 바라보는 전망도 훌륭해 남산 산책 기점으로 인기가 많다.
백범광장에서 삼순이계단 옆 역사문화길을 따라 왼쪽 길로 접어들면 곧 북측순환로를 만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은 가을이 한창이다. 널찍한 순환로 양쪽으로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샛길이 지루할 틈 없는 풍경을 선물한다. 북측순환로를 따르면 어느새 국립극장 들머리. 이곳을 지나 오르막을 한참 오르면 남쪽 둘레길을 만난다. 남산의 남쪽 둘레길은 남측순환로와 산림숲길,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 등 다양한 산책로로 구성돼 있다. 북측순환로와 달리 남측순환로는 버스가 다니는 찻길이 함께 있어 샛길로 빠져 산림숲길과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을 걷는 것도 좋은 선택. 남측순환로를 따르다 보면 수시로 등장하는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서울 전망에 눈이 황홀해진다. 관광객들로 가득한 전망대에는 카페와 음식점,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있어 쉬고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남산 순환길은 약 8km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예술과 전통이 만나는
성북동 SEONGBUK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서늘하고 쓸쓸한 가을에 만나는 문학은 더욱 깊이가 느껴진다. 서울에서 독서를 테마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 성북동은 이 테마가 가장 어울리는 동네다.
심우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시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자 승려 만해 한용운의 유택이다. 규모가 다섯 칸에 불과한 작은 집에는 만해의 연구 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소박한 한용운 유택을 나서면 5분 거리에 오래된 골목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북정마을이 있고, 산책하기 좋은 한양도성도 지척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작가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고(故) 혜곡 최순우 선생의 고택 최순우 옛집도 성북동에 자리한다. 도자기, 전통 목공예, 회화사에 업적을 남긴 최순우 선생의 사진, 유품 등이 전시돼 있으며, 1930년대 서울에서 유행하던 한옥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성북동에 방문했다면 길상사도 놓치지 말자. 음식점 대원각을 운영하던 주인장 길상화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 받아 창건한 사찰이다. 실제 법정스님이 이곳에서 설법하기도 했으며, 그가 머물렀던 진영각에 유골과 유품이 전시돼 있다. 사찰 내부에는 북카페와 불교용 품점이 있으며, 주말마다 템플스테이도 운영되니 도심 속 불교문화를 만끽하고 싶다면 방문해 보자.
마음이 풍성해졌다면 이번에는 입이 즐거울 차례다. 드라이브하기 좋은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만나는 성북동 빵공장은 입과 눈이 모두 즐거워지는 공간이다. 빵 공장, 카페, 갤러리 등 3층 규모의 대형 문화 공간으로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며 독서하기 좋다.


레트로한 골목 사이 문화공간
부암동 BUAM
인왕산과 북악산 안부 너머 자리한 부암동은 아기자기한 골목 사이사이로 다양한 문화공간이 자리한 서울의 소박한 동네다. 서울을 대표하는 두 산골자기에 들어선 마을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나지막한 건물들이 가득하다. 오래 전부터 도성에서 멀지 않은 마을은 접근성이 좋고 풍경이 수려해 많은 선비들이 모여 살았을 만큼 유서 깊은 동네이기도 하다.
가을의 부암동은 더욱 고즈넉하다. 특히 백사실 계곡은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숲길로 고요하고 아늑함으로 정평이 나있다. 복잡한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지만 천연기념물 도롱뇽이 서식할 만큼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북악산의 비밀 정원은 비탈진 암반을 타고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주택가를 벗어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담한 현통사를 만나고, 주위 둘러싼 산은 온통 단풍이 가득하다. 은행나무, 산벚나무,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총천연색으로 물든 계곡은 부암동 여행의 핵심이다.
계곡을 나오면 인왕산 끝자락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만난다. 종로구에서는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재건축해 윤동주 시인의 문학관을 만들었다. 문학관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영상물 시청도 가능하다.
문학관을 나와 창의문을 지나면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부암동이다.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과 안평대군의 별서인 무계정사, 반계 윤웅렬의 별장 부암정 등이 자리한 곳으로 여전히 과거의 명성에 걸맞은 호화로운 저택과 별장이 많다. 인근에 북악 스카이웨이를 끼고 있어 자전거족들에게 인기가 많고 유명한 카페와 베이커리, 아기자기한 음식점이 모여 있어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 환기미술관이나 서울미술관 등의 문화예술공간도 많다. 사방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레트로한 매력과 탁 트인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을을 찾아가는 길
서울숲 SEOUL FOREST
2005년 개장 이후 서울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서울숲이 지금 가을로 물들었다. 서울숲은 약 35만평 규모로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자연체험 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조성됐으며, 야외무대와 서울숲 광장, 환경놀이터, 자전거도로, 산책로, 나비온실 등도 마련돼 시민들의 휴식뿐 아니라 체험공간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공원 곳곳에 테니스장과 농구장, 배드민턴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각종 체육시설과 체력단련기구들이 마련돼 산책 나온 시민들의 건강까지 책임진다.
공원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가을이면 더욱 빛이 난다. 특히 은행나무가 몰려있는 군락지는 가을철이면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시민들로 늘 인산인해다. 다양한 수종이 가득한 대규모 공원에는 알록달록 단풍이 가득해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만끽하거나 돗자리 하나 깔고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도 그만이다.
서울숲은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공원이다. 체험학습원에는 아이들이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나비온실이 있으며, 근처에 숲속놀이터와 대형 미끄럼틀을 갖춘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공원은 전체적으로 완만해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 하이킹, 산책 등을 하기 적당하며 곳곳에 매점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있다. 무엇보다 서울숲로와 성수동 등 힙한 골목이 인접해 나들이 후 카페나 음식점 등을 찾기에도 좋다.
서울숲은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지만 좀 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따릉이를 대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숲 인근에 따릉이 대여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자전거로 공원을 둘러보기 좋다. 무엇보다 서울숲과 한강이 연결돼 있어 자전거로 한강 라이딩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노랗게 물든 산책길
송정제방길 SONGJEONG
한강을 거스르고 다시 중랑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성동구에 자리한 송정제방길을 만난다. 송정제방길은 중랑천변의 뚝섬길이다. 길 양 옆으로 은행나무 군락이 가득해 가을이면 샛노란 은행나무가 가득한 장관이 펼쳐진다.
성동교에서 장평교로 이어지는 송정제방길은 광나룻길 제방을 따라 조성된 길로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이,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길이 유명하다. 산책길을 걷는 내내 반짝반짝 빛나는 중랑천 풍경이 펼쳐지고, 은행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이 자리해 샛노란 단풍은 물론 다채로운 색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송정제방길의 백미는 은행나무 군락에서 만나는 노란 카펫이다. 가을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이파리가 산책로에 수북하게 쌓이면 사방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 장관이 펼쳐진다. 특히 장안철교 인근의 메인 산책로 옆 오솔길로 내려서면 좁다란 길 양쪽 가득 은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바닥을 메운 은행나무 이파리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성동구에서는 송정제방길 곳곳에 아크릴판으로 짧은 글귀들을 적어 놓았다. 청명한 하늘과 온통 가을로 물든 산책길에서 만난 시구와 명언들은 센티해진 마음을 움직인다. 산책하다 제방을 내려서면 성수동과 군자동 주택가다. 조용한 주택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거나 허기를 채우기에도 좋은 곳. 고요한 동네는 지금 가을이 한창이다.


서울의 산
북한산 BUKHANSAN
서울의 수호신이자 상징으로 여겨지는 북한산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숲을 만날 수 있 는 산이다. 최고봉 백운대를 비롯해 32개의 봉우리가 저마다 독특한 바위미를 자랑하고, 특히 인수봉은 암벽등반의 메카로 국내 산악운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암봉들 사이에는 수려한 계곡이 발달했다. 정릉계곡, 산성계곡, 구기계곡, 진관사계곡 등 골짜기마다 맑고 깨끗한 계류가 가득한 계곡들은 단풍의 색을 더욱 곱게 물들여 황홀한 비경을 선물한다.
1983년 도봉산과 더불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연간 1천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는 북한산은 서울에 자리한 만큼 등산로도 다양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중 우이동은 정상인 백운대가 가까워 일 년 내내 가장 많은 등산객이이 몰린다. 우이동의 우이동계곡에는 하루재 코스, 용암문 코스, 대동문 코스 코스가 대표적이다.
정릉동의 정릉계곡은 북한산탐방안내소를 기점으로 보국문과 대성문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형제봉과 칼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구기동은 북한산 서남부의 중심 지역으로 비봉능선으로 오르는 들머리다. 대남문 코스는 산성 주능선, 비봉능선, 의상능선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대남문으로 직접 오르는 길이다. 불광동 기점은 불광사를 들머리로 수리봉(족두리봉)과 향로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북한산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용이해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이 사시사철 몰려드는 명산이다. 특히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려는 등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려들 정도. 멀리 가지 않아도 수려한 암봉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단풍의 수려한 풍광을 만끽하기에 북한산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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