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화의 배경지인 만큼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가라쿠니다케 산의 황홀한 절경과 영험한 자태의 천년 삼나무가 있는 고즈넉한 신궁, 아름다운 전망을 품은 신화 마을까지 둘러보고 나면, 기리시마에 대한 신들의 관심과 사랑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가레이가와 역 嘉例川駅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목조건물이 인상적인 기차역. 가고시마에서 가장 오래된 역으로 등록문화재에 지정돼 있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 소개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가고시마 관광 명소다. 공항에서 차로 1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아 가고시마 첫, 또는 마지막 방문지로 사랑받고 있다. 고즈넉한 역사 건물은 무려 1903년에 지어졌으나 여전히 기차가 오가며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삐걱이는 나무 의자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역 표지판 등 100년을 거스른 듯한 예스러운 대합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표소 한편에는 고양이 그림과 고양이 방석이 있는데, 가레이가와 역의 마스코트인 ‘냥타로^{にゃん太郎}’의 흔적이다. 냥타로는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친화력 덕분에 관광객들을 끌어모아 관광 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역사를 벗어나면 따스한 햇살 아래 정겨운 시골 풍경과 기찻길이 펼쳐져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 오전 10시 반이 되면 기차역 앞은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도시락을 파는 〈가레이가와 역 에끼벤〉 트럭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기차 이용객을 위한 도시락을 판매했는데, 맛이 좋아 가레이가와 역의 명물이 됐다.
鹿児島県霧島市隼人町嘉例川2174

기리시마 후모토노에키 霧島ふもとの駅
에키駅(역)라는 이름과 달리 휴게소 겸 쇼핑센터의 역할을 한다. 간판 아래에는 ‘애가오 이치바^{えがお市場}’라는별칭이 붙어 있는데 ‘웃는 시장’, 즉 행복해지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지역의 민간단체가 설립했으며 기리시마에서 난 야채와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가고시마 산 고구마인 사쓰마이모, 어묵과 비슷한 사쓰마아게 등 가고시마현 토산품을 비롯해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은 쿠키와 카스텔라 등 다양한 물건을 선보인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장을 보 는 쇼핑센터로,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중 쉬어가는 휴게소로 사랑받는 이유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만은 아니다. 지역 민간단체가 설립한 만큼 지역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포함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7월에는 설립 5주년을 맞아 축제를 열었는데, 이벤트를 통해 푸짐한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08:30~17:30
+81 995-76-2888

기리시마 신궁 霧島神宮
540년 긴메이 천황 시대에 창건된 신사. 하늘에서 내려온 니니기노 미코토^{ニニギノミコト} 신을 숭배하고 있다. 일본 건국 신화와 관련이 깊어 일본 내 다른 도시의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창건 이후 기리시마대분화로 불에 타 사라졌으며 현재의 건물은 1715년에 재건된 것이다. 붉은 도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주홍빛 본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 자체도 웅장하지만 수령 700년이 넘은 삼나무들이 둘러싸고 있고, 뒤편으로 다카치호산이 펼쳐져 근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전 옆에는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있는데, 쇼와 천황이 참배하면서 기념 수로 심은 것이다. 신궁 중 본전과 폐전, 배전은 2022년 정식으로 국보로 지정됐는데, 가고시마 현에서 건축물이 국보로 지정된 것은 기리시마 신궁이 처음이다. 신궁에 관심이 없더라도 기리시마 신궁은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짙은 녹음이 감싸 안 듯 펼쳐지고 산책길이 잘 가꿔져 있어 피톤치드로 힐링하기에 제격이다. 참배 길을 빠져나오면 거대한 삼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끈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높이 35m의 삼나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삼나무의 모습이 마치 기도를 드리는 인간의 형태와 닮아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鹿児島県霧島市霧島田口2608-5
+81 995-57-0001

기리시마 온천 시장 霧島温泉市場
기리시마는 곳곳에서 유케무리(온천 연기)가 피어나는 온천의 고장이다. 이곳의 온천수는 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탄산 수소 염천으로 치료를 위한 온천으로 특히 유명하다. 덕분에 지역 곳곳에 온천 관련 관광지가 많은데, 기리시마 온천 시장은 가장 대중적이고 편리한 명소다. 가운데 광장을 중심으로 상점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며 중앙에는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탕이 자리하고 있다. 상점에서는 가고시마와 기리시마의 특산품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쿠키 세트부터 사쓰마아게, 고구마 말랭이 등의 가공품, 일본어로 ‘기리시마’라 적힌 티셔츠 등 종류가 다양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난다. 광장에 자리한 족욕탕은 공공시설로 상자에 100엔을 넣기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요금 상자 옆에는 족욕 후 발을 닦을 수 있는 수건도 비치돼 있다. 족욕 후에는 상점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포장마차에서 간식을 즐겨 보자. 온천수의 증기로 찐 달걀과 고구마, 옥수수 등이 있어 허기를 달래기 좋다. 온천 시장 바로 앞에 공항 셔틀버스와 노선버스 정류장이 있어 접근성도 훌륭하다.
鹿児島県霧島市牧園町高千穂3878-114
8:00～19:00
+81 995-78-4001
족욕 이용요금 100엔

마루오 폭포 丸尾滝
마루오 폭포를 찾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도로가 잘 닦여있어 폭포 앞까지 차로 갈 수 있으며 폭포 건너편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른 하나는 마루오 자연 탐방로를 이용해 걸어가는 것. 폭포를 향해 숲속으로 난 산책길인데, 거목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고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을 만날 수 있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마루오 폭포에는 높이 23m, 폭 16m의 물줄기가 쏟아진다. 떨어진 곳에 고인 물이 유독 맑은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상류의 하야시다 온천과 이오다니 온천의 온천수가 모여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이면 폭포 전체에서 온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 더욱 신비로운 장면을 선사한다. 보기 드문 온천수 폭포에 마루오 폭포 앞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원하게 낙하하는 온천수 줄기를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폭포 바로 앞에 마련된 정자에 올라 보자. 바위에 부딪히는 강렬한 폭포 소리와 온천수의 따스한 열기까지 느껴볼 수 있다. 밤이면 주변에 설치된 조명이 밝혀지면서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鹿児島県霧島市牧園町高千穂丸尾

기리시마 신화 마을 공원 霧島神話の里公園
아름다운 전망과 짜릿한 액티비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모두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광객에게 인기다. 입구로 들어서면 매표소 옆에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귀여운 증기기관차가 서있다. 해발 670m에 자리해 전망대까지 오르기 힘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로드 트레인 ‘포포호’다. 편도 200엔, 왕복 400엔만 지불하면 신화 마을 공원이 품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리프트 승강장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신화 마을 공원의 리프트는 기리시마의 다양한 화산과 바다를 조망하는 액티비티로 사랑받고 있다. 안전벨트나 안전 바 없이 의자만 덜렁 있어 높이 올라갈수록 짜릿함이 배가된다. 다행히 땅 가까이 설치돼 있고 속도가 느려 위험하지는 않다. 정상에서 다시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타고 온 리프트로 내려가거나, 슈퍼 슬라이더를 타고 활주로를 달려 내려가는 것. 슈퍼 슬라이더는 썰매를 타고 산비탈에 설치된 390m의 활주로를 따라 달리는 액티비티다. 브레이크로 속도 조절이 가능해 마음에 드는 스폿에서는 천천히 달리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가 위치한 신화관 1층에서는 가고시마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신화 영화가 상영된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鹿児島県霧島市霧島田口2583-22
+81 995-57-1711

시오히타시 료마 온천 공원 塩浸温泉龍馬公園
가고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남녀 한 쌍의 그림이 설치된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사카모토 료마와 그의 아내 오료가 신혼여행을 하며 머물렀던 곳이라는 표식이다. 료마 부부는 일본 최초로 신혼여행을 떠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꽤 로맨틱한 수식어지만 배후 사정은 다르다. 1866년 암살 시도로 부상을 입은 료마가 치료를 위해 기리시마 온천에서 3개월간 요양 생활을 했던 것. 시오히타시 온천은 사카모토 료마가 아내 오료와 함께 가장 오래 머물렀던 온천이다. 현재는 재정비를 통해 온천과 함께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공원으로 변신했 다. 당시 료마 부부는 18일간 숙박했지만 현재 숙박시설은 사라졌다. 대신 료마 부부가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온천 시설을 비롯해 료마가 들어갔던 온천, 사카모토 료마의 일생을 담은 료마 자료관, 료마와 오료의 인연의 족탕, 료마와 오료 신혼 기념비 등 료마 부부의 흔적이 담긴 전시물과 시설이 가득하다. 꼭 온천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료마 부부의 발자취를 따라 계곡과 온천 주변을 산책하기 좋다.
鹿児島県霧島市牧園町宿窪田3606
09:00~18:00(월요일 휴무)
+81 995-76-0007

고아라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