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매혹적인 카타르 도하
낯설지만 매혹적인 카타르 도하
  • 고아라 | 사진 고아라
  • 승인 2023.11.12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타르 도하 여행지

2022 월드컵 이후 카타르 도하의 매력이 세상에 드러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을 베이스로, 황홀한 스카이라인과 광활한 사막, 이국적인 미식으로 꾸려진 스톱오버 여행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경유지, 그 이상의 매력을 품은 도하에서의 짧고도 강렬한 2일.



LUSAIL
루사일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해안 도시. 루사일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에서 자라는 알 와사일Al Wassail이라는 꽃에서 따왔다. 도시의 탄생은 비교적 최근이나 역사는 훨씬 오래됐다. 카타르를 건국한 셰이크 자셈 빈 무함마드 알사니Sheikh Jassem bin Mohammed Al Thani가 정착하여 국가 통치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루사일이다.
루사일은 38km2의 면적으로 약 30km 길이의 해안선을 품고 있다. 매년 8만 명이 여행자가 방문하는 관광도시로 주거, 상업, 엔터테인먼트, 의료, 교육, 스포츠, 레저, 휴양, 복합 지구 등 각각 다른 기능의 19개 지구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도시 중심부에는 마치 금색 덮개를 씌워놓은 듯한 바구니 형태의 루사일 스타디움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2022 FIFA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경기장이다. 다음으로 유명한 건축물은 마리나지구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의 카타라 타워Katara Towers. 월드컵 개최에 맞춰 문을 연 럭셔리 호텔로 루사일 스타디움과 함께 루사일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Lusail, Doha

EDUCATION CITY
에듀케이션 시티
카타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인 알 라얀 시티Al Rayyan City 북쪽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2003년 카타르 재단에서 조성했으며, 이름대로 세계의 유수한 대학교의 분교를 다수 유치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 카네기멜론 대학교, 카타르 조지타운 대학교,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 카타르 노스웨스턴 대학교, 카타르 텍사스 A&M 대학교,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카타르 등의 캠퍼스가 모여있다. 각 대학교 건물마다 개성이 뚜렷해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에듀케이션 시티의 흥미로운 볼거리는 따로 있다. 100만 권이 넘는 자료를 소장한 카타르 국립 도서관이 바로 그것. 다이아몬드 형태의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데, 시애틀 중앙 도서관Seattle Central Library을 건축한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손길이 닿았다. 방대한 서적을 품은 계단식 책장이 벽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개인 학습 공간, 어린이 전용 공간, 공용 멀티미디어 자료실, 디지털 매체 생산 설비 및 공연장, 카페, 기술 지원센터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곳곳에는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빈백 소파가 설치돼 있으며 여행객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Education City, Al Luqta St, Doha


KATARA CULTURAL VILLAGE
카타라 문화 마을
카타라는 해안을 끼고 조성된 복합문화 단지로 카타르의 전통 마을을 재현한 문화 마을이다. 때마다 민속놀이나 전통 축제가 열리기도 하니 우리 나라로 치면 한국민속촌 정도가 되겠다. 경험해 보지 않은 과거는 현재보단 낯설고, 미래보단 친숙한 묘한 매력이 있다. 카타르 전통 주택 사이로 모스크와 원형극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낯선 중동에서의 시간 여행에 푹 빠지게 될 것. 카타라의 하이라이트는 카타라 모스크다. 단조로운 주홍빛 외관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드넓은 실내는 화려한 카펫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고 중앙에는 촛불 여러 개를 매달아 놓은 듯한 거대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더한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에 마련된 전통 의상 ‘아바야Abaya’와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모스크 바로 앞에는 독특한 모양의 타워 3개가 모여있어 눈길을 끄는데, 비둘기 발에 편지를 묶어 소식을 전하던 시절의 비둘기 타워다. 외관에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구멍은 비둘기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마을을 둘러보기엔 카타르가 너무 덥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둘 것. 월드컵 경기장을 지을 때와 같은 냉방 기술을 적용해 야외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Katara Cultural Village, Doha


NATIONAL MUSEUM OF QATAR
카타르 국립박물관
카타르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총 12개의 전시장에 역사 및 자연사, 유물 등을 다룬다. 규모가 방대한 만큼 모두 둘러보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영상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인 공간과 유목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공간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구성돼 지루할 틈이 없다.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건물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다. 외관은 316개의 원형 패널로 이뤄져 있는데, 불규칙적으로 맞물려 있어 건물이라기보단 조각상에 가깝다. 내부는 더욱 특이하다. 밖에서 보았던 원형 패널이 기둥과 터널의 역할을 해 색다른 분위기다. 독특한 형상과 달리 외관 전체는 사막의 모래색으로 통일했다. 절로 설계 의도가 궁금해지는 건축물이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그가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 발견한 ‘사막 장미’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 사막 장미는 꽃이 아닌, 해수가 증발하며 생긴 장미 형상의 모래 덩어리로 수많은 원형 판이 뒤섞인 신비로운 자태를 하고 있다. 박물관 내 기프트 숍에서 사막 장미를 판매하고 있어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Museum Park St, Doha


MUSEUM OF ISLAMIC ART
이슬람 미술 박물관
2008년 개관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이슬람의 미술을 다루는 박물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예술 컬렉션으로 무려 1400년사의 이슬람 예술을 전시하고 있어 도하 제일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카타르의 여느 건축물이 그러하듯 이슬람 미술 박물관 역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외관 꼭대기에 작은 창문 두 개가 나란히 있는데, 마치 ‘빼꼼’하고 방문객을 쳐다보는 모습이다. 이 건축물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이오 밍 페이I.M. Pei가 설계했으며 히잡을 두른 여성의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깔끔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이슬람의 미술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졌다. 중앙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샹들리에처럼 자리하며, 그 너머에는 높이 45m에 달하는 통창이 탁 트인 바다 뷰를 펼쳐낸다. 전시 공간에는 각종 골동품부터 도자기, 유리, 직물, 금속 세공품이 3층에 걸쳐 전시돼 있다. 이슬람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 번 들러볼 것 을 추천한다. 바다와 인접해 박물관 곳곳에서 잔잔한 중동의 바다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꼭대기 층에 자리한 옥상에서는 넓은 광장과 분수, 바다, 마천루가 펼쳐져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입장료는 50리얄이며 16세 이하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Off Al Corniche St, Doha


SOUQ WAQIF
수크 와키프
여행지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면 전통 시장만 한 곳이 없다. 도하에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시장, 수크 와키프가 있다. ‘아라비안나이트’ 속 중동의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전통 의류부터 수공예품, 향신료, 향수를 판매하는 카타르 대표 전통 시장이다. 수크는 과거 수 세기 동안 경제와 사회의 중심지였으며 야외 시장에서는 양과 염소, 생필품이 활발하게 교환됐다. 양과 염소는 사라졌지만 당시의 활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진흙으로 쌓아 올린 건물 사이,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에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고 히잡을 두른 주민들이 물건을 사고판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니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 현지인을 따라 골목을 거닐며 각종 장신구와 골동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좀 더 현지인처럼 즐기고 싶다면 골목에 자리한 카페에 앉아 차이 카락chai-karak을 마시거나 레스토랑에서 전통 양고기 요리를 주문해 보자.
Al Souq St, Doha


▶수크 와키프 맛집
파리사Parisa Souq Waqif
중동 현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페르시안 레스토랑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각종 향신료와 골동품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길이 펼쳐지는데, 이 메인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는 아담하지만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를 따라가면 카타르 전통 양식으로 꾸며진 넓은 실내 공간이 방문객을 반긴다. 대표 메뉴는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다양한 고기를 꼬치에 끼워 과일과 함께 구워낸 꼬치구이. 성인 4명이 배부르게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고 맛도 훌륭하다.
Souq Waqif, Al Ahmed St, Doha


카타르 사막투어
카타르 스톱오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인기가 좋은 투어 프로그램이다. 다른 여행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데다, 카타르의 사막은 바다와 경계 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품고 있기 때문. 투어용 차량 탑승 후 남쪽 해안을 향해 달리다 보면 차량 정비소 비슷한 곳에 멈춘다. 사막 투어 전 타이어 바람을 빼기 위해서다. 모래 언덕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누비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흐물흐물해진 바퀴로 사막에 들어서면 광활한 금빛 모래 언덕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낯선 풍경에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아찔한 액티비티가 시작된다. 사륜구동차가 높은 모래 언덕을 넘나들기 시작한 것. 모래 바람을 뚫고 꼭대기에 올랐다가도 저 언덕 아래로 순식간에 내달리니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비명과 감탄을 번갈아 지르는 사이 향긋한 바다 냄새가 인랜드 시Inland Sea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물과 불처럼 영원히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바다와 사막의 조화로운 풍경이 경이롭다.
다시 모래 언덕을 넘어 입구로 돌아오면 스릴 넘치는 투어를 즐기느라 피로해진 여행자를 위한 저녁이 준비된다. 중동식 고기구이와 샐러드, 과일이 뷔페식으로 마련돼 취향껏 먹을 수 있다. 이외에도 낙타 타기, 바비큐 등 사막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예술같은 휴식
몬드리안 도하MONDRIAN DOHA
도하 웨스트베이 지역에 위치한 5성급 럭셔리 호텔. 마치 조각 작품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개인 갤러리 같은 실내 공간이 펼쳐진다. 로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 객실은 스탠더드부터 수페리어, 스위트룸을 비롯해 펜트하우스, 스카이하우스 등 특별 객실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가장 작은 룸도 약 15평으로 넓은 편. 레스토랑과 스파, 실내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훌륭하다.
Mondrian, West Bay Lagoon, Doha


THE TORCH TOWER
토치 타워
이름처럼 횃불 형태의 외관이 인상적인 곳. 2006년 아시안 게임 당시 성화 봉송대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색적인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으며 300m 높이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내 전망을 품고 있어 데이트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하 시내 전망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전식 레스토랑인 〈쓰리 식스티〉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하는 것. 통유리창을 따라 테이블이 천천히 돌아가 360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19층에 자리한 헬스클럽에서 스파와 수영장을 즐겨 보자. 역시 멋진 전망을 품고 있어 황홀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Al Waab Street, Aspire Zone, Doh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