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과 바다 그리고 프라모델
후지산과 바다 그리고 프라모델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1.0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즈오카 중부 여행 포인트

시즈오카 여행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중부 지역이다. 시즈오카 시내에서 근교 여행지만 잘 골라도 80%는 성공. 자연과 사람이 빚어 놓은 중부 지역의 여행 스폿을 소개한다.



¶ 시미즈 Shimizu 清水
3만 그루 소나무가 가득한 힐링 해안
미호노마츠바라三保松原

19세기 후반,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는 일본 에도시대 판화 우키요에浮世絵 열풍이 거셌다. 평면적인 구성이지만 강렬한 색채를 띤 판화는 당시 유럽의 예술가들을 열광시켰고, 대표적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도 우키요에를 접한 뒤 단숨에 매료돼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갑자기 우키요에를 언급하는 이유는 미호노 마츠바라가 에도시대 판화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장소이기 때문. 일본인들이라면 누구나 경외해마지 않는 후지산, 3만 여 그루에 달하는 노송, 해안으로 밀려드는 거친 파도가 어우러진 미호노마츠바라의 풍광은 당시의 예술가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시즈오카시 시미즈구 미호반도 동쪽 끝에 미호노마츠바라가 있다. 해안에는 3만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가 가득하고,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후지산과 태평양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홋카이도의 오누마 호수, 오이타현의 야바 협곡과 함께 ‘일본신3경’으로 불린다. 이곳은 국가명승지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지산의 구성자산이기도 하다. 후지산은 25곳의 구성자산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후지산에서 40km 이상 떨어진 먼 곳은 미호노마츠바라 한 곳이 유일하다.
해안에는 송림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울창한 노송이 내어 주는 그늘을 벗 삼아 송림을 잠시 따르면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미호 해변을 만난다. 미호해변은 모래사장의 폭이 유난이 널찍하다. 익숙한 흰 모래 대신 현무암이 만들어낸 검은 모래가 가득한 해변은 후지산을 바라보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 위로 제 모습을 당당히 드러낸 후지산은 40km나 떨어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깝게 보인다.
미호해변의 유려한 곡선과 송림, 후지산이 어우러진 풍광을 더욱 잘 보려면 해변 남쪽으로 300여 m 걸어 내려가 보자.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힘겹게 걸어야하지만 내륙을 향해 C자를 그리는 해안과 송림, 후지산이 조화를 이룬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미호노마츠바라에서 후지산을 조망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면 안 된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산책이다. 뜨거운 태양을 가려줄 만큼 울창한 소나무 3만 그루의 품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424-0901 静岡県静岡市清水区三保1338--45


¶ 시미즈 Shimizu 清水
후지산 파노라마를 만나다
니혼다이라 유메테라스日本平夢テラス

시즈오카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이면 닿는 니혼다이라는 일본관광지 100선에서 1위로 선정된 적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고원이다. 온통 차밭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보아도 막힘없는 조망을 내어주는 니혼다이라는 고원이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해발 307m의 야트막한 구릉지다. 한때는 진정한 고원의 모습을 띄었지만 지각 변동으로 인해 현재는 완만한 언덕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니혼다이라 유메테라스는 고원 정상부에 자리한 전망대다.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3층 규모이며, 1200㎡에 달하는 야외 정원도 갖추고 있다. 1층은 니혼다이라에 대한 역사 등을 소개한 전시실, 2층은 카페와 라운지, 3층은 전망대로 구성됐다.
3층 야외 테라스에 서면 마주하는 후지산 전경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해안을 따라 시미즈시와 후지시의 건물들이 자그마한 모형처럼 가득하고, 우측으로 새파란 바다가 후지와 평화롭게 공존한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후지산의 자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는 후지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테라스를 한 바퀴 돌며 마주한 시즈오카의 풍광도 그림 같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스루가만과 코쿠죠산, 하나자와산, 만칸호산, 타카쿠사산이 후지의 풍경 못지않은 비경을 선보인다. 니혼다이라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매화가 피는 2~3월과 벚꽃이 피는 3월 말~4월 초이다. 지금이야 후지산에 눈이 없지만 초봄의 후지는 흰 눈으로 모자를 써 더욱 아름답다. 신록과 꽃이 만발한 고원의 풍광을 기대한다면 여행 시기를 잘 선택해보자.
〒424-0886 静岡県静岡市清水区草薙600-1
09:00~17:00


¶ 시미즈 Shimizu 清水
풍경 미술관
니혼다이라 호텔日本平ホテル

니혼다이라 고원에 자리한 호텔로 아름다운 정원과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 로비에서 바라보는 후지산과 스루가만의 풍광이 압도적이다. 니혼다이라 유메테라스 못지않은 후지산 전망으로 관광객들이 묶고 싶어 하는 인기 호텔.
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 전면 가득 펼쳐지는 풍광에 입이 쩍 벌어진다. 유메테라스에서 본 후지의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 아니다. 오히려 전면 통창에 반영된 풍광은 건물과 어우러져 프레임 속 작품처럼 더욱 근사하게 느껴진다. 호텔 정원은 연둣빛 잔디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후지를 떠받든다. 온통 잔디밭이지만 크고 작은 바위가 곳곳에 배치돼 일본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단정한 정원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혼다이라 호텔은 숙박객이 아니라도 로비와 정원 출입이 가능하다. 니혼다이라 유메테라스 지척에 자리하고 있으니 시간을 내어 꼭 방문해 볼 것. 똑같은 후지의 풍경이라도 공간과의 조화가 주는 매력이 확연하게 다르다. 테라스 라운지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424-0875 静岡県静岡市清水区馬走1500-2
ndhl.jp


¶ 시즈오카 시내 Shizuoka Downtown 静岡市
어른이들의 놀이터
시즈오카 하비스퀘어静岡ホビースクエア

시즈오카, 하면 후지산을 떠올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소싯적 건담로봇 좀 가지고 놀았던 어른이들은 생각이 다르다. 이들에게 시즈오카는 프라모델의 성지이자, 세계 모형의 도시다. 프라모델에 관심이 있다면 반다이Bandai를 모를 수 없다. 프라모델을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건담 로봇을 만든 회사로 시즈오카를 무대로 활동중이다. 반다이와 함께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프라모델 기업으로 타미야Tamiya도 있다. 미니 모터카, RC카 등을 출시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
시즈오카 시내에 자리한 하비스퀘어는 시즈오카역과 인접한 곳에 자리하며, 시즈오카 태생 프라모델 브랜드들의 상설전시장으로 운영중이다. 50여 년의 시즈오카 모형사를 만나볼 수 있으며, 건담 등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자동차, 비행기, 음식 등 반다이, 타미야의 유명 프라모델 상품이 전시돼 있어 마니아라면 놓쳐서는 안 될 성지. 이벤트 코너에는 미니카 전용 서킷도 있어 타미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공식 매장도 운영한다.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반다미와 타미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422-8067 静岡県静岡市駿河区南町18-11 サウスポット静岡 3F
11:00~18:00(주말 10:00~18:00), 월요일 휴무
hobbysquare.jp


¶ 시마다 Shimada 島田
녹차의 고장 시즈오카
후지노쿠니 차노미야코 뮤지엄 ふじのくに茶の都ミュージアム

‘녹차의 수도’로 알려진 시즈오카에서는 12세기부터 녹차를 생산해 왔다. 현재 일본 최대 녹차 생산지로 재배면적만 약 1만 5천 헥타르, 연간 생산량은 약 2만 5천 톤에 달한다. 시즈오카에서는 어딜 가나 차밭이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차나무를 재배할 정도. 차를 좋아하는 일본에 서도 시즈오카인들의 녹차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에서 시즈오카는 암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그 원인으로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녹차를 마시는 생활양식이다. 시즈오카 사람들은 하루 평균 5~10잔의 녹차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녹차 사랑은 ‘차의 수도 시즈오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일본 제일의 다원이 밀집한 마키노하라 지역, 후지노쿠니 차노미야코 뮤지엄에서 알 수 있다. 차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과 다실, 기프트숍이 갖춰져 있는 박물관이다.
일본차는 중국에서 차를 받아들인 후 1200년간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해왔다. 후지노쿠니 차노미야코 뮤지엄은 일본의 차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해 놓았으며, 일본 녹차의 역사부터 세계 각국의 차 문화까지, 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세계의 차 60종이 전시돼 있는데, 찻잎은 물론 우려낸 차를 모형으로 만들어 각국 녹차의 색 차이를 비교해 놓았다.
박물관 앞 코보리 엔슈의 정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코보리 엔슈小堀遠州(1579-1647)는 에도 시대에 가옥 및 정원을 담당하던 인물. 작은 세계가 펼쳐지는 일본식 정원은 아기자기한 연못과 다리, 정자 등을 갖추고 있어 산책하며 걷기 좋다.
후지노쿠니 차노미야코 뮤지엄은 일본풍 다실도 갖추고 있어 다도체험이 가능하다. 푹신한 다다미가 깔린 다실로 들어가면 일본 전통의상을 갖춘 선생님과 함께 차 예절과 말차 만드는 법, 마시는 방법과 예의 등을 20분간 체험한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기프트숍에 들러 녹차를 구입해보자. 다양한 녹차는 물론 녹차 디저트, 녹차로 만든 먹거리, 다기 등을 판매한다.
〒428-0034 静岡県島田市金谷富士見町3053-2
09:00~17:00,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300엔(대학생 이하 무료), 다도 체험 500엔
tea-museum.jp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