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땅, 시즈오카 이즈 반도
힐링의 땅, 시즈오카 이즈 반도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1.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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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 가장 동쪽에 자리한 이즈 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안을 따라 광활한 태평양이 끝없이 펼쳐지고, 내륙에는 산악 지대가 숨어 있어 산과 바다의 역동적인 풍광을 만날 수 있는 축복의 땅이다. 가을이 되면 이즈 반도는 총천연색 단풍이 물들고, 들판에 가득한 억새들이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진다.



아찔하게 만나는 후지
미시마 스카이워크三島スカイウォーク
시즈오카 여행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깨끗한 후지산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8부 능선 주위를 링 형태의 구름이 가려 두꺼운 반지를 낀 후지산 같달까. 다행히 오늘도 날은 어김없이 맑고 화창했다.
미시마 스카이워크는 일본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 현수교로 400m에 달하는 압도적인 길이는 물론 표고 415m로 아찔함까지 더해져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 명소다. 비단 다리 길이가 전부는 아니다. 현수교 위에 서면 지평선에서 솟아오른 후지산과 새파란 하늘, 일본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스루가만, 푸른 대지가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을 만난다.
드디어 후지가 깨끗한 맨얼굴을 보여줬다. 구름 한 점 없는 후지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하늘을 향해 완만하게 솟아오른 일본 최고봉은 위압감 대신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현수교에 서자 다리 길이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고작 100m도 채 안 돼 보이는데 400m라니. 미심쩍은 마음을 품고 걸음을 내딛었다.
좁은 다리를 건너면 후지가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울창한 숲 너머 삐죽 솟은 후지산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사진촬영에 열중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에디터. 발밑을 내려다보기가 두렵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으니 400m가 새삼 실감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시마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환상 그 자체다. 새파란 하늘 아래 후지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그렇게 공포를 잊어갈 무렵 다리 맞은편, 포레스트 어드벤처에 도착했다.
미시마 스카이워크에 400m 현수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포레스트 어드벤처도 있다. 집라인, 어드벤처 코스, 캐노피 코스, 고고 버기, 세그웨이 가이드 투어, 키즈 코스, E-바이크 트레일 투어 등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스카이워크를 건널 때 하늘을 맨몸으로 질주하는 집라인이 인상적. 총 길이만 왕복 560m로 세 개의 라인이 있어 친구와 함께 나란히 즐길 수도 있다.
미시마 스카이워크
〒411-0012 静岡県三島市笹原新田313
09:00~17:00
성인 1100엔, 중·고등학생 500엔, 초등학생 200엔
mishima-skywalk.jp/guide
포레스트 어드벤처
집라인 2천엔, 어드벤처 코스 3900엔, 캐노피 코스 2900엔, 고고 버기 5천엔, 세그웨이 가이드 투어 4900엔, 키즈 코스 1500엔, E-바이크 트레일 투어 3500엔


테라스에서 만난 후지
이즈 파노라마 파크 伊豆パノラマパーク
이즈 파노라마 파크로 가기 위해서는 로프웨이를 타야한다. 7분간 1.8km 거리를 오른 로프웨이는 관광객들을 아오 테라스Ao Terrace에 내려놓았다. 표고 452m 산 정상에 자리한 아오 테라스는 후지산이 정면에 보이는 전망대로 ‘아오 테라스(파란 테라스)’라는 이름답게 테라스에 파란 타일을 깔고 물을 채워 산과 바다, 하늘이 모두 어우러지는 새파란 세상을 선물한다. 테라스의 수면은 파란 타일을 더욱 선명하게 물들여 황홀한 절경 을 북돋운다. 특히 전망대 중앙의 길쭉한 사다리꼴 수면은 날씨가 맑을 때면 후지산이 비춰 다이아몬드 형태의 후지를 만날 수 있다.
이즈 파노라마 파크의 또 다른 숨은 공간은 더 워터 라운지다. 아오 테라스에서 반 층을 내려가면 인피니티 풀의 축소판 같은 수면 테라스를 앞에 두고 편안한 좌식 의자가 줄지은 더 워터 라운지를 만난다. 라운지는 음료를 주문하면 이용할 수 있다.
좀 더 독립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가쓰라기 다실 전망대를 추천한다. 카페 가쓰라기 다실 안쪽에 자리한 공간으로 총 네 개의 부스를 마련해 놓았다. 지붕이 있는 정자에는 푹신한 매트리스가 놓여 있어 앉거나 누워서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다.
이즈 파노라마 파크는 독립공간 외에도 가쓰라기 카페, 산책로, 족욕탕 등 다채로운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해 지루할 틈이 없다. 아오 테라스에서 후지산을 전망했다면 테라스 뒤편 산책로를 따라 후지미 족욕탕에 가보자. 뜨끈한 온천수가 쏟아지는 족욕탕은 여행의 피로를 풀기 그만이다. 족욕탕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물론 훌륭하다.
이즈 파노라마 파크에는 후지산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목로를 따라 사이즈리노오카 전망대에 다다르면 후지산 반대 방향으로 펼쳐지는 조망을 만난다. 온천마을 슈젠지와 아마기 고개, 오무로산, 가노가와 등 울창한 산군이 이룬 조화로운 조망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외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트라트리아 이즈 파라디조, 다양한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점 이즈노슌사이이치바 등도 시설 내에 있다.
〒410-2211 静岡県伊豆の国市長岡260-1
09:00~17:30
로프웨이 왕복 요금 성인(중학생 이상) 2500엔, 초등학생 1400엔, 유아(3세 이상) 900엔
가쓰라기 다실 전망대(45분 이용) 평일 3천엔, 주말 3500엔
panoramapark.co.jp



이즈에서 만난 오름
오무로산大室山
이즈반도는 얼핏 제주도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오무로산에 갔을 때 이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이름은 산이지만 제주도에서 만난 오름과 똑 닮은 모습에 반가움이 앞선다. 제주도 오름과 다른 점이라면 리프트를 이용한다는 점. 높이 580m의 오무로산은 걷기에는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2인이 함께 타는 리프트는 오무로산과 인접해 경사를 오른다. 발을 내리면 닿을 것만 같은 높이다. 급한 경사를 엉금엉금 천천히 올라가면 오무로산의 산사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것은 온통 억새뿐. 가을을 만난 억새는 활짝 피어나 바람을 타고 산들산들 춤을 추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오무로산은 그래서 더 풍만하다. 멀리서 보면 밥그릇을 엎은 듯 봉긋한 형태가 도드라진다.
정상에 도착하면 큼직한 분화구를 마주한다. 사화산인 오무로산의 분화구는 제법 크고 깊었다. 푸른 잡초가 가득한 분화구는 옅은 연둣빛으로 뒤덮여 눈을 편안하게 만든다. 유심히 보고 있자니 분화구 안에서 활쏘기 체험이 한창이다. 주변에 사람도, 구조물도 없이 온통 분화구 사면만 있으니 위험할 일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긴 하다.
오무로산은 분화구 둘레를 따라 산책할 수 있다. 분화구 크기가 상당해 한 바퀴 도는 데만 30여 분이 소요된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완만한 분화구 산책길은 어디에서도 이즈반도의 환상적인 전망대 역할을 한다.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 아래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제주도와 달리 온통 수목이 가득한 풍경이다. 시선을 돌려 바다를 향하면 이즈반도의 동쪽 해안이 그림 같은 절경을 내어준다. 광활한 바다와 인적이 만나는 곳. 오무로산의 전망은 자연이 내어주는 경이로움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413-0234 静岡県伊東市池
리프트 이용 요금 성인(중학생 이상) 1천엔, 어린이 500엔



주상절리 가득한 해안 절경
조가사키 해안城ヶ崎海岸
약 4천 년 전, 오무로산이 분화하며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조가사키 해안은 이즈반도 동쪽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약 9km의 리아스식 해안은 뜨거운 용암이 바다를 만나며 급격하게 형성돼 기복이 심한데, 그래서 더욱 아찔한 모습이다. 경이로운 해안과 환상적인 바다 풍광, 저 멀리 오시마섬이 조망되는 포인트로 맑은 날에는 산호초까지 들여다보일 정도. 조가사키 해안 여행은 주차장부터 시작된다. 해안을 따라 양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바다 위 절벽를 잇는 가도와키 현수교다. 주차장에서 잠시 숲길을 따르면 주상절리 위로 바다를 가르는 현수교를 만난다. 출렁이는 다리는 바다 위 23m 높이에 만들어져 아찔한 경험을 선물한다.
현수교에서 육지 방향을 바라보면 깊은 V자 형태의 자그 마한 협곡을 마주한다. 거친 파도가 끊임없이 부딪히는 협곡의 풍경은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더욱 스릴 있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현수교를 지나 만난 단애절벽은 조가사키 해안의 백미다. 파도의 침식으로 깎이고 쓸려 바다를 향해 거칠게 서있는 조가사키 해안은 이즈반도 동쪽 해안을 대표하는 경관임에 분명하다.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성된 주상절리와 바다를 만나 급격하게 식어 단단해진 표층은 지난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용암류의 구조와 지형이 형성된 매커니즘을 관찰하기 좋다.
현수교 인근에 자리한 가도와키 등대도 올라가 보자. 25m의 등대는 조가사키 해안이 한 눈에 펼쳐지는 전망 포인트다. 멀리 이즈반도 앞 일곱 개의 섬과 아마기 연산이 360도 파노라마뷰로 펼쳐진다.
조가사키 해안에는 단애절벽뿐만 아니라 일본 최고의 소귀나무 군락지와 히메유즈리하(굴거리나무 일종) 군락지 등이 있어 식생도 뛰어나니 해안을 따라 9km 산책길을 여유롭게 걸어보기 좋다. 6월에는 수국, 7월에는 하마칸조(원추리의 일종)와 날개하늘나리, 가을에는 갯국화와 털머위 등 아기자기한 꽃들을 즐길 수 있으며 일본멧토끼, 흰털발제비, 다람쥐 등 야생동물도 만날 수 있다.
〒413-0231 静岡県伊東市富戸


이즈반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온천마을
슈젠지 온천마을修禅寺温泉街
시즈오카에 수많은 온천 지대가 있지만, 슈젠지 온천마을은 이즈반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온천마을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마을을 가로 지르는 가츠라강을 중심으로 료칸과 온천호텔, 음식점과 카페 등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은 아기자기한 일본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슈젠지 온천마을은 운치가 있다. 가츠라강은 마을의 중심이다. 강을 따라 다섯 개의 붉은 다리가 자리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다리는 사진 명소로 유명한 가츠라바시다. 가츠라바시는 ‘인연을 이어준다’는 속설이 전해져 연인들의 필수 코스. 다리에서 바라본 가츠라강과 순수 일본풍의 료칸이 어우러진 풍경은 압권이다. 다리를 지나면 짧지만 강렬한 대나무 숲길이다.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사진촬영장소로 인기. 400m에 달하는 대나무 숲길 중간에는 널찍한 대나무 평상이 자리하는데,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쭉쭉 뻗은 대나무와 새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에는 마을 이름의 유래인 슈젠지 절이 자리한다. 1300년 역사의 슈젠지 절은 역사적 가치도 높지만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가부키 〈슈젠지 모노가타리〉의 배경으로 더욱 유명하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해 사색하기 좋은 마을답게 슈젠지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 지식인들이 사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가이자 유명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작품 구상을 위해 머물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마을의 중간쯤에 자리한 가츠라 강변에는 슈젠지 온천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돗코노유가 있다. 홍법대사가 금강저를 내려치자 온천이 샘솟았다는 전설의 돗코노유는 현재 족욕탕으로 운영중이다. 아쉽게도 에디터가 방문한 날은 출입이 금지돼 있었는데, 다행히 바로 옆에 무료 족욕탕이 있어 잠시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따끈따끈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달달한 디저트가 간절하다. 슈젠지에 왔으면 와사비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봐야 한다. 달콤한 바닐라 아이 스크림 위에 와사비를 얹어 주는데, 그 맛이 의외로 훌륭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느끼함이 와사비의 매콤함으로 순식간에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와사비와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낯설어 망설였다면 주저말고 도전해보자.
〒410-2416 静岡県伊豆市修善寺964



▶소바 오마카세
사쿠다さくだ

슈젠지 마을에 방문했다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 소바다. 일본 어딜 가나 소바 집들이 즐비하지만 사쿠다의 소바는 특별하다. 슈젠지 온천호텔의 셰프가 은퇴 후 자그마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하루 세 시간 반만 장사를 하는데, 워낙에 유명해 웨이팅은 기본이다. 포장마차라 공간이 협소하고 먹을 자리가 많지 않지만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소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쿠다는 한국의 TV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배우 류수영이 다녀간 맛집으로 한국인들의 방문도 끊이질 않는다. 그 덕에 가게에는 한글로 된 메뉴와 이용 방법도 있다. 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주문할 것도 없다. 앉으면 셰프가 내주는 대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쿠다의 오마카세는 세 코스다. 먼저 소바에 와사비와 소금을 얹어 먹고, 다음은 간장 소스와 소바, 덴뿌라를 먹는다. 이때 국물은 마셔서는 안 된다. 마지막 코스는 간장 소스에 면수를 넣고 유자와 튀김가루, 버섯 등을 올려준다. 향긋한 유자향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하면 소바 오마카세 완료.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사쿠다의 소바는 슈젠지에서 놓쳐서는 안될 별미다.
〒410-2416 静岡県伊豆市修善寺3458-22
10:30~14:00, 수요일·목요일 휴무
소바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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