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의 땅, 시즈오카 동부
후지의 땅, 시즈오카 동부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1.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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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지역은 시즈오카 여행의 핵심이다. 일본 최고最高의 후지산을 품은 지역답게 어딜 가나 후지산 조망권을 확보한다. 빛나는 호수 위의 후지산, 평야 위의 후지산, 바다 위의 후지산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리하여 계속 머물고 싶게 만드는 곳이 이곳, 후지의 땅이다.



다이아몬드 후지를 만나다
타누키 호수田貫湖
시즈오카에서 가장 먼저 후지산을 마주할 장소로 타누키 호수만한 곳이 없다. 후지산 서쪽 기슭, 아사기리 고원에 자리한 타누키 호수는 둘레가 약 4km에 달하며, 후지에서 흘러내려온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해 사시사철 청정한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사실 후지 지역에서 후지산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지산 전망의 첫 손에 타누키 호수를 꼽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다이아몬드 후지’ 덕분이다. 깨끗한 수면에 반사된 후지산과 진짜 후지산이 만들어내는 다이아몬드. 절로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황홀하다.
타누키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어디에서 접근해도 무방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시점은 호수 서쪽에 자리한 큐라무라 후지 호텔이다. 호텔 로비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전망도 훌륭할뿐더러 호텔 바로 밑 큐라무라 후지마에 전망대에서 ‘다이아몬드 후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 호수 위 널찍한 전망대는 웅장한 후지산을 마주하고 있었다. 맑게 갠 하늘 아래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후지산은 8부 능선에 링 모양의 두툼한 구름이 끼여 시야를 방해했지만 웅장한 자태를 막지는 못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수면 위를 비추는 후지의 모습이 희미하다. 전망대 입간판을 살펴보니 선명한 다이아몬드 후지를 만날 수 있는 시기는 4월 20일 전후와 8월 20일 전후란다. 날씨와 태양의 위치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마주하는 진귀한 풍경이지만 오늘의 후지도 충분히 아름답다.
길은 호숫가를 따라 잘 조성돼 있다. 전망대를 마주하고 왼쪽으로 돌아보기로 하고 산책로를 잠시 따르자 울창한 삼나무 숲이 나타났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 군락을 통과하면 툭 트인 호수가 드러나고 다시 만나는 후지산. 완만한 삼각형을 이루는 후지산의 풍경에 압도된다. 호숫가에는 후지산을 마주하고 낚시대를 드리운 낚시꾼도 여럿이다. 평화로운 호수의 풍경에 스며들어 후지를 배경으로 망중한에 빠진 이들의 표정은 여유 그 자체다.
산책로를 따라 호수 남쪽에 다다르면 타누키코 캠핑장이다. 드넓은 잔디밭 위에 텐트를 펼친 캠핑족들은 내내 후지를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한다. 그 어떤 캠핑이 이보다 더 좋을까. 가족 단위의 오토캠핑 족부터 백패킹을 즐기는 배낭여행자들까지. 다양한 여행자들에게 여유와 힐링을 선물하는 곳. 타누키 호수의 사계절은 늘 옳다.
큐라무라 후지마에 전망대
〒418-0108 静岡県富士宮市猪之頭634


우리가 몰랐던 후지산
시즈오카현 후지산 세계유산센터静岡県富士山世界遺産センター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은 자랑인 동시에 마음의 고향이다. 시즈오카현에서는 2013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후지산을 기념하고, ‘후지산: 신앙의 대상과 예술의 원천’을 지켜내 후세에 전하기 위한 거점 시설로 후지산 세계유산센터를 건립했다. 센터는 후지 노미야 시내에 자리하는데, 후지산혼구센겐타이샤富士山本宮淺間大社 신사 의 도리이와 인접해 세운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센겐신사의 총본사로 후지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일본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센터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후지산 조형물이다. 후지산을 거꾸로 세운 형태로 센터 앞마당에 조성한 얕은 수면에 후지산 조형물이 반영되면 모래시계 형태의 후 지산이 보인다. 물론 가짜 후지산뿐만 아니라 진짜 후지산도 건물 내외부에서 만날 수 있다. 센터 정면 좌측의 붉은 도리이와 후지산 조형물, 그리고 진짜 후지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센터에 들어서면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들의 경외심을 오롯이 마주한다. 전시동, 북동, 서동 세 개의 동으로 구성된 센터는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오르며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고도에 따른 후지산의 풍경이 벽면에 투영돼 후지산 등산을 대리만족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후지산을 여섯 개의 카테고리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등배하는 산’이다. 193m의 나선형 슬로프를 따라 후지산 고도별 타임랩스 영상을 마주하며 후지 등산을 체험한다. 다음은 ‘거친 산’이다. 광활한 태평양을 둘러싼 ‘불의 고리’,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탄생한 후지산은 젊고 활발한 화산으로 약 3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이 거친 산과 인류의 만남을 소개한다. ‘신성한 산’은 숭고한 후지산에 대한 신앙과 예술을 통해 후지산의 보편적 가치를 톺아본다. ‘아름다운 산’은 성스러운 화산과 흰 눈이 덮인 정상, 우아한 능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후지의 모습을 예술과 문학으로 표현한다. ‘생장하는 산’은 후지산 앞바다의 스루가만부터 후지산까지 표고차 6천 m에 달하는 고산을 환기하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태계를 소개한다. 마지막 ‘계승하는 산’은 애정하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후지산에 대한 경외를 다양한 모습으로 살펴보며 인간과 후지산의 미래를 고찰한다.
센터의 정상은 후지산을 조망하는 전망홀이다. 가로막힌 것 하나 없는 후지의 전경을 오롯이 만나는 포인트다. 직사각형 형태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후지산의 풍경은 걸작 회화처럼 수려하다.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5-12
09:00~17:00(7, 8월은 18:00시까지), 매월 세 번째 화요일 휴무
성인 300엔, 대학생 이하 무료
mtfuji-whc.jp



실처럼 쏟아지는 수백 개의 물줄기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
폭포를 보려면 산 속이나 깊은 계곡을 거슬러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지노미야의 명소 시라이토 폭포로 가는 길은 조금 달랐다. 평범한 시골마을을 달려 길 어귀의 평범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기대감이 푸스스 사라졌다. 어디를 보아도 낙차가 느껴지지 않는 곳. 안내 표지판을 따라 계곡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선다. 폭포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잠시 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자 정면으로 시라이토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껏 살면서 얼마나 많은 폭포를 보았을까.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꽤 많은 폭포를 다녀봤음에도 시라이토 폭포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실망했던 에디터를 비웃듯 한 눈에 들어오지도 못할 만큼 거대한 광폭의 폭포는 시각과 청각을 울리며 마음을 강타했다. 시라이토가 왜 일본을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인지 여실하게 느껴지는 풍경. 폭포를 찾은 이들은 다리 위에서 마주한 놀라운 첫 대면에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속에 감동을 복제하고 있었다.
시라이토 폭포는 낙폭 보다 광폭으로 압도한다. 높이는 20m에 불과하지만 폭은 150m에 달해 고개를 한참 돌려야만 그 풍경을 고스란히 눈 속에 담아낼 수 있다. 큰 물줄기 대신 자잘한 물줄기가 실처럼 쏟아지니 그 이름조차 시라이토白糸, ‘하얀 실’이라고 명명했다. 실제 모습도 새하얀 실타래가 나부끼듯 영롱하다.
다리를 건너 폭포의 끝 쪽에 서면 실크가 쏟아지는 듯 한 장관을 마주한다. 물줄기가 가장 굵은 폭포 좌측 밑으로 깊고 너른 소가 펼쳐지니 절벽의 수목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폭포는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물줄기가 약해지고 가늘어지는데,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폭포 밑으로 내려서면 거대한 소가 나타난다. 그 앞에서면 폭포수가 마치 미스트처럼 흩뿌려진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담아내지 못한 소에서 흘러넘친 계류를 따라 청둥오리가 하류로 떠내려 가는 모습이 정겹다. 시라이토 폭포의 물은 후지산이 발원지다. 겨우내 후지를 지탱하던 눈이 녹아 흘러내려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래서일까, 딱히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폭포의 수량이 어마어마하다.
시라이토 폭포 인근에는 오토도메 폭포도 있다. 주차장 인근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는데, 규모가 작은데다 시라이토 폭포를 본 후라 그 감동이 미미하다.
〒418-0103 静岡県富士宮市上井出273-1
08:30~16:30
city.fujinomiya.lg.jp/kankou/llti2b00000018ez.html



항구 도시의 정겨운 풍경
누마즈항沼津港
시즈오카 동부 지역과 이즈반도 경계에 자리한 누마즈항은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항구로 맛과 멋이 살아 있는 현지인들의 삶의 현장이다. 이른 새벽이면 경매가 펼쳐지고, 그 외 시간에는 갓 잡은 각종 해산물을 판매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별미들을 내는 점포들이 활발하게 운영된다. 누마즈항에서는 각종 해산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항구 주변에 몰려 있는 어시장은 한국 항구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선한 물고기와 어패류를 매대에 진열하고, 건어물 등 먹음직스러운 해산물들을 깔끔하게 포장해 판매한다. 한국과 조금 다른 모습이라면 생선의 배를 갈라 벌려 놓은 것이 인상적. 바구니에 몇 마리씩 담아 놓은 생선들은 염장을 이미 마친 듯 먹음직스러웠다. 항구 주변에는 별미를 내는 맛집들도 즐비하다. 특히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있는 미나토 83번 지는 배고픈 여행자들이 놓쳐서는 안될 거리. 심해어 버거를 판매하는 햄버거 집부터, 초밥, 회덮밥 등을 내는 음식점들이 몰려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다양한 메뉴를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거리 안에는 스루가만에서 살아가는 심해어를 볼 수 있는 수족관도 있으니 기기묘 묘한 심해어가 궁금하다면 들러볼 것.
누마즈항은 밤이 되면 더욱 빛난다. 특히 뷰-오 수문은 누마즈항 여행의 백미다. 수문은 전망대 역할도 해 누마즈 시내와 바다, 항구의 풍경을 한 눈에 만끽할 수 있는 뷰 맛집이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항구와 어선들의 불빛이 조화를 이루고, 낮이면 탁 트인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지니 언제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누마즈 뷰-오 수문 전망대
〒410-0867 静岡県沼津市千本1905-27
10:00~20:00
성인 100엔, 초・중학생 50엔


후지산을 경외하다
후지산혼구센겐타이샤富士山本宮淺間大社
일본 열도 중앙에 솟아있는 후지산은 3776m의 일본 최고봉이다. 2천 m가 넘는 산이 없는 한국과 달리 화산활동이 활발한 일본에는 2천 m급 산들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후지산은 압도적이다. 높이도 높이이거니와 주변 산군과 얽매이지 않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산의 형태는 예로부터 일본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요즘이야 후지산 등반도 가능하다지만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과거에는 등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후지산은 신앙의 대상이자 요배遙拜의 대상이었다. 일본인들은 수많은 신들을 섬긴다. 전국 어딜가나 신사가 넘쳐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후지산을 신성한 존재로 여겨 후지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신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런 신사가 센겐신사다. 센겐신사는 일본 전국에 약 1300개가 분포한다. 후지노미야 시내에 자리한 후지산혼구센겐타이샤는 이 센겐신사들의 총본사다. 후지산을 신앙하는 참배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신사답게 후지산이 조망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신사 바로 옆 와쿠타마 연못도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다. 신사가 지어질 당시에는 후지산이 여전히 분화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용수가 솟아나는 연못을 통해 산의 신을 진정시키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연못에는 초당 2.4kg의 용출수가 솟아난다. 그래서일까. 연못 이지만 그 어느 계곡보다 맑고 깨끗한 물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후지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 연못에서 솟아 난다니 후지산 신앙의 본거지답다.
〒418-0067 静岡県富士宮市宮町1-1
05:30~19:30
fuji-hongu.or.jp/sengen


▶후지산 등산 가이드
후지산 등산은 아무 때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고도와 악천후, 큰 눈으로 인해 일 년 중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만 등반할 수 있다. 물론 이 시기에도 기상악화 등으로 등산로가 폐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등산로 개방시기가 태풍, 장마 등과 겹쳐 날이 좋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 한국에서 후지산 등산을 계획중이라면 사전에 등산 가능 여부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후지산 등산로는 총 네 곳이다. 시즈오카현에서는 후지노미야 코스와 고텐바 코스, 스바시리 코스를 이용할 수 있고, 야마나시현에서는 요시다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워낙에 높은 산답게 산 하부에서부터 등산은 힘들다. 보통은 산의 중간 지점인 5합목까지 버스나 자동차로 이동한다. 5합목부터 정상까지 보통 5~8시간가량 소요되며,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6~7합목까지만 올라도 구름보다 높은 지점이라 후지산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정상까지 등반을 목표한다면 산장 숙박을 고려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잡아야한다. 물론 국내 유명 산장처 럼 산장이 늘 만원이라 예약이 쉽지만은 않다. 산장은 정상과 8.5합목, 7합목 등에 몰려 있으며, 각각 예약 사이트가 다르다. 예매일도 공지를 통해 발표하니 수시로 확인할 것.
후지산 정상은 한여름이라도 5도 내외로 기온이 낮으니 보온 의류를 잘 챙겨야한다. 악천후를 대비해 플리스 재킷과 방수 재킷을 구비하고, 일출 산행이나 위급 상황을 대비해 헤드랜턴도 필수다.

¶산장 리스트
➊ 야마구치 산장 fujisan-yamaguchiya.com
➋ 고라이고칸 산장 goraikoukan.jp
➌ 토모에칸 tomoekan.com
➍ 후지산 호텔 fujisanhotel.com
➎ 간소마루 ganso-muro.jp
➏ 에도야 fujisan-edoya.com
➐ 하쿠운소 fujisan-hakuun.com/ja
➑ 호라이칸 horaikan.jp
➒ 타이코칸 mfi.or.jp/~taisi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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