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의 수도 사이조
사케의 수도 사이조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0.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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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츠루 양조장

오바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만찬주로 선택된 히로시마의 전통주는 사케의 수도 사이조西条 지역의 카모츠루賀茂鶴 양조장에서 탄생했다. 입 안 가득 향긋하게 퍼지는 고급스러운 사케의 맛. 깊고 풍부한 맛의 비밀을 찾아 사이조의 카모츠루를 찾았다.



사케는 달콤하다. 씹을수록 단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고두밥이 누룩과 어우러져 발효되면 자연스레 단맛이 배어난다. 사케는 향긋하다. 술의 80% 차지하는 물은 향긋한 사케의 비밀이다. 사이조의 사케는 주고쿠 산지의 화강암에서 솟아나는 맑고 깨끗한 물을 사용해 술의 품격을 돋운다.
히로시마에서 기차로 35분을 달리면 사케의 수도 사이조에 닿는다. 일곱 개의 양조장이 옹기종이 모인 술의 고장은 붉은 벽돌로 지은 굴뚝과 회백색의 양조장 건물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본은 전국 어디에나 양조장이 있어 이름 난 술들이 많지만 사이조는 특별하다. 일본에서도 손에 꼽는 카모츠루 사케를 비롯해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니혼슈의 본진이 여럿이다. 사이조의 술이 특별한 이유는 재료에 있다. 해발 200~400m의 중산간부에서 자라는 히로시마 쌀은 벼가 익는 시기의 기온차가 커 양질의 쌀로 평가 받는 ‘주조적합미酒造好適米’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산에서 흘러내려온 맑고 깨끗한 물은 지역 특유의 중연수로 부드럽고 향긋한 맛과 감칠맛을 더해 애주가들을 매료시킨다.
사이조의 터줏대감 카모츠루는 1873년 창립 이후 올해 150주년을 맞이한 일본 전통술의 강자다. 일본 내 수많은 경연에서 수상했는데, 기록이 남아 있는 1970년 이후에는 110개에 달하는 금상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당시 만찬주로 카모츠루 사케를 선택해 화제가 되었으며, 윤석열 대통열 방일 만찬주로도 사용됐다. 일본 내에서 카모츠루의 명성과 위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카모츠루는 자사에서 개발한 품종의 쌀로 사케를 제조한다. 일반 벼보다 키가 커 잘 쓰러지는 탓에 재배하지 않던 히로시마니시키를 다시 부활시킨 것. 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을 자사 품종으로 고집하는 이유는 알곡의 균일함과 품질 때문이다. 정미도 중요하다. 카모츠루 술에 사용하는 모든 쌀은 자체 정미소를 거친다. 맑은 술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적고 양질의 전분이 있는 쌀의 중심 부분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소 10시간의 정미 시간이 소요되며, 최고급 사케의 경우 100시간에 걸쳐 정미 비율이 32%가 되도록 연마한다.
카모츠루는 양조장 옆 견학실을 운영해 자사의 역사와 사케 제조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견학실 한쪽에는 카모츠루의 사케를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매장도 운영하고 있으니 니혼슈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꼭 시음해 볼 것. 매장에는 수십 여종에 달하는 사케들을 판매하고 있어 선물용으로 구입하기도 좋다.
시음은 아홉 가지 종류의 사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인원수 대로 네 잔의 서로 다른 사케를 요청했다. 술잔에 입을 대자 입 안 가득 순식간에 향긋함이 밀려든다. 은은하게 퍼지는 사케의 향과 뒤 끝에 오는 달콤함.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깔끔하고 정갈하다. 술맛을 잘 모르는 에디터도 ‘좋은 술’이라는 사실을 단 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술이다. 네 가지 종류 모두 좋은 쌀과 물에서 오는 향긋함이 일품. 자연스레 지갑이 열리고 선물할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맛있는 술이 주는 기분 좋은 취기. 사이조가 내어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술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공장 견학을 요청했다. 취재진을 위해 특별히 공장 문을 열어준다니 고마울 따 름. 하지만 일반인들은 견학실 방문만 가능하다. 단, 10월의 사이조 축제 기간에는 카모츠루는 물론 사이조의 모든 양조장 견학이 가능하다. 직접 공장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면 10월 축제 기간에 방문하자.
삐걱 문을 열고 양조장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술통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하는 이 하나 없는 공장에 의아해하자 ‘사이조의 술은 11월부터 5월까지만 만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거대한 규모의 술통과 기계들이 카모츠루 술의 인기를 대변했다. 150년간 술에 진심을 담아낸 카모츠루. 공기에 뒤섞인 사케의 향이 달콤하다.

카모츠루 양조장
広島県東広島市西条本町9−7
09:00~18:00
시음주 1잔(30ml) 100~500엔
+81824222122
kamotsuru.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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