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뇨가 사는 어촌마을 도모노우라
포뇨가 사는 어촌마을 도모노우라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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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바다를 마주하는 일본이지만 도모노우라鞆の浦는 특별하다.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는 항구마을은 눈이 부실 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세토내해 앞 작고 작은 이 마을에 일본 전역에서, 그리고 저 먼 해외에서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도모노우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선택을 받은 마을이다. 그가 〈벼랑 위의 포뇨〉를 구상할 당시 도모노우라를 모델로 삼은 것은 일본 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물고기 소녀 ‘포뇨’와 순수하고 용감한 인간 소년 ‘소스케’의 모험을 담은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화면 속 순박한 어촌의 생활상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앞선다. 작은 어촌마을은 조용하다. 거주민보다 여행자들이 더 많은 골목은 정오의 태양빛으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야오의 손에서 알록달록 색채를 입었던 도모노우라의 맨얼굴은 정겨운 시골마을 그 자체다.
반면 도모노우라의 과거는 화려했다. 7~8세기경부터 일본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세토우치 지방에서 번영을 누렸던 항구마을 중 하나였다. 세토내해 중앙에 자리해 지리적 요충지로써의 장점을 지닌 것은 물론, 항해에 적합한 조류를 기다리던 선박들이 머물며 번영을 누렸다. 17세기 초, 도모노우라는 항구를 중심으로 상업, 제련업, 양조업,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활기 넘치는 마을로 변모했다.


마을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과거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후쿠젠지 절에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바라본 경치를 ‘일동제일형승日東第一形勝’, ‘일본 최고의 경치’라고 극찬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마을의 상징은 해안 바로 앞에 자리한 상야등 도로도 탑이다. 1859년 주민들의 기부로 제작한 탑은 높이가 10m에 달해 에도시대에 만들어진 상야등 가운데 일본 내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어촌마을답게 어민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귀를 새겨놓았다.
상야등과 마주한 건물은 이로하마루 전시관이다. 2층 목조 건물로 과거 창고로 사용하던 유서 깊은 건물이다. 199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내부에는 도모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카모토 료마가 타고 있던 선박 이로하마루의 유품과 침몰의 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을 나서면 옛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고풍스러운 골목을 만난다. 색 바랜 목조 건물들이 가득한 골목은 걷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정취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오타 주택은 고택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 양조업으로 번영을 누린 마을 지주의 집은 안채와 취사장, 부엌, 다수의 창고 등 아홉 개 동이 자리한 큰 규모로 각각의 건물마다 품격이 느껴진다.



고택을 나서면 이내 어촌마을의 소박한 풍경을 마주한다. 일본 소도시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멋에 있다. 밋밋한 골목이지만 가가호호 개성을 살린 화단이 거리의 인상을 바꾼다. 투박한 항아리에 수초와 열대어가 어우러지고, 꽃망울을 터뜨린 소담한 화분이 골목에 표정을 덧그린다.
도모노우라에는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사카모토 료마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마을 어귀에 자리한 마스야 세이에몬 주택은 사카모토 료마의 은신처로 유명하다. 1867년, 료마가 이끌던 가기엔타이의 이로하마루 호와 기슈번의 군함 메이코마루 호가 도모 앞바다에서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침몰한 이로하마루 호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료마는 해상운송중개업자인 마스야 세이에몬 저택에 잠시 머물게 된다. 당시 그가 묵었던 자그마한 목조건물은 일반인들도 둘러볼 수 있게 공개했으니 들러볼 것.



도모노우라는 작은 마을이지만 곳곳에서 역사가 살아 숨 쉰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이치. 옛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 도모노우라다. 마을 구석구석 걷는 사이 도모노우라의 정취에 취해간다.
후쿠야마 누마쿠 반도 남단에 자리한 항구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싶어 무작정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우연하게 만난 엔푸쿠지 절 앞마당에서 도모노우라 항구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했다. 본당을 돌아가면 또 다른 바다다. 벤텐 섬과 센수이 섬이 세토내해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난다. 도모노우라는 그렇게 온통 바다다.
주소 広島県福山市鞆町鞆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
차야쿠라茶屋蔵

마을 해안에 자리한 차야쿠라는 옛 건물을 고스란히 살려내 높은 층고와 예스런 분위기가 인상적인 카페다. 평소에는 카페와 펍으로 운영하지만 갤러리 공간으로도 활용해 종종 전시도 열린다. 조용한 항구 앞 매력적인 공간은 소담하고 정갈한 일본식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지칠 때쯤 쉬어가기 좋은 장소. 커피를 주문하면 주인장이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를 내려주는데 맛도 훌륭하다.
広島県福山市鞆町鞆 900-2
11:00~16:00, 화요일 휴무
커피 500엔, 카페라떼 600엔, 차이라떼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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