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언덕 마을, 오노미치
사랑스러운 언덕 마을, 오노미치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0.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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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마을 오노미치尾道. 골목골목 쌓인 추억과 사랑스러운 풍경이 어우러진 마을은 낭만 그 자체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슬렁슬렁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마을이다.






고요한 바다마을의 아침은 한적하다. 물자와 재화가 몰리던 항구마을은 번영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소박하고 침착한 도시로 변모했다. 마을 사람들은 앞바다를 가리켜 오노미치 수도水道라고 부른다. 이 물의 길과 센코지 산 사이에 집과 절이 촘촘하게 비집고 들어앉았다. 언덕을 도화지 삼아 한정된 공간 속 가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풍경은 미니어처 세트를 보는 듯 아기자기하다.
오노미치 여행의 시작은 센코지 산 로프웨이부터다. 언덕 정상부에 자리 한 센코지 공원까지 3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힘들여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로프웨이에 가득하다. 급한 경사를 따라 오르니, 어느새 센코지 공원에 도착했다.
센코지 공원은 센코지 산 중턱에 자리한 오노미치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리뉴얼한 전망대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쭉한 직사각형의 전망대는 사방이 탁 트여 오노미치 마을과 오노미치 수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뷰 맛집이다.
초가을의 오노미치 마을은 곳곳에 녹음이 가득하다. 새파란 하늘 아래 레트로한 모형처럼 언덕을 비집고 들어앉은 마을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봄이면 오노미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공원 주변은 물론이고 마을 곳곳에 가득한 흐드러진 벚꽃이 황홀한 풍경을 선물한다. 오노미치의 봄은 일본 벚꽃 명소 100선에 선정됐을 만큼 아름답다고 하니 벚꽃 시즌에 방문하면 더욱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센코지 사찰로 내려오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로프웨이 대신 발품으로 공원을 오르는 여행자들의 표정에서 힘겨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센코지 경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거대한 절벽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경내에서는 바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데,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배바위와 본당 옆 구슬바위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바위들이다. 좁은 공간 속에 배치된 가람은 오노미치 수도를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있는 형세다. 아담한 센코지 사찰은 806년 헤이안 시대의 승려 쿠우카이空海가 창건했으며, 오노미치의 많은 절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해 마을의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로 내려가기 위해 특별히 정해진 길은 없다. 오노미치에서는 발걸음이 닿는 곳을 따라 흘러가면 그만이다. 길은 고도를 낮춰 아래로 아래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거대한 텐네이지 삼층탑. 길은 탑을 지나 선물 같은 골목으로 이어졌다. ‘고양이의 길’ 네코노호소미치猫の細道다. 텐네이지에서 우시토라 신사까지 이어지는 좁다란 골목길에는 고양이가 가득하다. 한 예술가가 벽이며 바닥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고 아기자기한 고양이 조형물을 골목 어귀마다 내려놓았다. 길 한복판에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망중한이 한창이다. 골목의 주인답게 경계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네코노호소미치에는 1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어 운이 좋으면 나른하게 낮잠에 빠져 있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고양이 골목이 특별한 이유는 ‘무심함’이다. 담벼락의 금이 간 모양을 배경 삼아 고양이의 얼굴을 그려 넣거나 길바닥이 깨져 생긴 불규칙한 무늬 사이로 익살스러운 고양이를 새겨 넣었다. 무심한 듯 세심하고, 세련된 듯 투박한 골목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오노미치에는 절과 신사가 가득하다. 대표적인 센코지 사찰 외에도 지오코지, 죠오쇼오지, 사이코쿠지, 사이고오지, 죠도오지 등이 자리한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 특유의 사찰 문화와 건축양식을 만나기 좋은 기회다. 사찰들은 모두 도보로 이동하기에도 멀지 않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두 어 곳 정도 더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노미치에서 아기자기한 사기그릇이나 소품을 쇼핑하려면 혼도리 상가를 찾아보자. 메인스트리트 상점가에 자리한 오노미치 혼도리 상가는 면세 구역으로 쇼핑자들에게는 천국. 일본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는 알록달록한 그릇을 쇼핑하기에도 좋고 고양이와 관련된 인테리어 소품도 다양하다. 혼도리 상가 골목에 자리한 구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기념관과 해변 미술관도 함께 둘러보며 일본 항구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ONOMICHI SPOT


오노미치 로프웨이
広島県尾道市長江1丁目3-3
09:00~17:15, 매시 정각부터 15분마다 운행
성인 및 중・고등학생 500엔(왕복 700엔), 초등학생 이하 250엔(왕복 350엔)
+81848224900
mt-senkoji-rw.jp


오노미치에서 가장 힙한 장소, U2
오노미치 시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U2다. 특히 자전거 여행중이라면 자전거 호텔로 유명한 U2호텔을 추천한다. 원래 창고였던 건물을 개조해 호텔,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들어섰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아늑한 분위기,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오는 젊은이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 지하철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広島県尾道市西御所町 5-11
onomichi-u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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