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추억, 탕후루
달달한 추억, 탕후루
  • 신은정
  • 승인 2023.10.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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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탕(식후에 탕후루)’이 대세다. 트렌드였던 ‘제로 슈거’가 답답했던 걸까, 반항적으로 탕후루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제로 슈거 음료, 제로 슈거 아이스크림만 찾던 A 씨는 이제 외출만 하면 꼭 탕후루를 손에 쥐게 된다. 유행은 바뀐다지만, 참 극단적인 변화다.
요즘은 어딜 가든 빛나는 과일이 나무 꼬치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탕후루는 과일을 설탕이나 물엿으로 코팅한 후 꼬치에 꽂은 간식으로, 겨울이면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꽂아 설탕을 입혀 먹던 중국의 전통 간식에서 유래했다. 유리알처럼 코팅되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외형부터 달고 새콤한 맛, 중독성 있는 바삭한 식감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딸기, 귤, 샤인 머스캣, 블랙 사파이어 포도 등 색색의 과일들이 설탕 옷을 입고 거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인다.
얼마나 인기인지 확인하려면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번화가에 가면 된다. 탕후루 매장 앞에 이어지는 줄과 몇 걸음 가지 않아도 마주치는 탕후루 매장이 인기의 증거다. 어마어마하게 팔려 나간 탕후루의 잔해 때문에 몸살을 앓을 정도. 지난해까지 10개 남짓했던 탕후루 관련 상표는 올해 170여 개로 늘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간 ‘탕후루 만들기’ 온라인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32%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에 탕후루 열풍이 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에도 탕후루 열풍이 불었다. 올해 다른 점은 더 다양한 이색 메뉴가 등장했다는 것. 탕후루를 활용해 색다른 맛을 선보이기 위한 경쟁이 열띠게 벌어지고 있다. 오이나 떡, 파프리카처럼 디저트로 만들기에는 생소한 재료가 탕후루로 변신하기도 하고, 탕후루 빙수, 탕후루 마카롱, 탕후루 라테 등 본 적 없는 조합이 새롭게 등장했다. 원하는 과일을 선택해 탕후루로 먹을 수 있는 ‘탕후루 오마카세’도 등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기도 한다. 실제로 당이 많은 음식이 몸에 유익할리는 없다. 특히 식후에 바로 고당식을 먹으면 위험하다. 설탕을 바르지 않은 과일도 식후에 바로 먹으면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췌장에 무리를 준다. 당뇨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이 높아지는 것. 설탕을 바른 과일이라면 더하다. ‘식후탕’은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과일에 설탕이 얇게 코팅되는 탕후루의 특성상 쿠키나 케이크 등 다른 간식에 비해 설탕이 과다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두 개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짜고 맵고 단 자극적인 음식이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음식만 먹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무엇이든 적당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의 다양한 식문화를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번 탕후루 유행을 보면 흑당 버블티가 한국을 휩쓸었던 때가 생각나고, 지금은 몇 남지 않은 버블티 가게들이 떠오른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탕후루 유행을 단순히 ‘자극적인 음식에 중독된 젊은 세대’라는 프레임에 가두기에는 섣불러 보인다. 버블티에 이어 마라탕, 탕후루로 이어지는 음식 유행은 같은 시대를 사는 이들이 문화를 나누는 것이다. 누군가의 학창 시절은 버블티로 기억되듯, 누군가는 탕후루로 기억할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음식은 그 시절 즐겨 듣던 노래처럼 추억으로 남는다.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탕후루 만드는 법
재료 설탕, 과일, 얼음, 물, 종이컵
➊ 딸기, 포도, 귤 등 좋아하는 과일을 꼬치에 가지런히 꽂아 준다.
➋ 종이컵에 설탕과 물을 2:1 비율로 넣는다. 이때 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으면 설탕 결정이 생겨 매끈하게 코팅되지 않는다. 젓지 않은 상태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 돌려준 뒤, 거품이 끓어오르고 노란빛을 띨 때까지 확인하며 30초씩 더 돌려준다.
➌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서 과일에 시럽을 입혀준다. 넣었다 뺐다 할 경우 코팅이 두꺼워지기 때문에 한 번에 돌려서 입혀준다.
➍ 코팅된 과일 꼬치를 얼음물에 넣었다가 설탕이 굳자마자 바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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