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역사의 낭만 정원, 히로시마 슛케이엔
400년 역사의 낭만 정원, 히로시마 슛케이엔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10.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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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도시에 지쳐갈 무렵 만난 슛케이엔은 ‘쉼’의 또 다른 이름 같았다. 못 가득히 생명이 뛰놀고 완연한 초록이 시야를 편안하게 만드는 곳. 400년 역사를 간직한 정원의 정취에 취해간다.





내륙의 물이 모여 히로시마를 관통해 세토내해에서 몸을 섞는다. 오타강의 여러 물줄기가 흐르는 삼각주 지역에 자리한 히로시마는 물의 도시다. 어딜 가나 물이 흐르는 도시 한복판에 히로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슛케이엔縮景園이 있다.
슛케이엔은 400년의 시간을 간직한 정원이다. 1620년 아사노 나가아키라의 별장으로 조성됐으며, 우에다 소코라는 중신이 중국 항저우의 경승 서호西湖를 모방해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슛케이엔이라는 이름은 ‘수많은 경승지를 모아 그 축소판을 표현한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약 4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8천㎥의 연못을 품은 보석 같은 정원이다.
슛케이엔의 중심에는 다쿠에이치 연못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크고 작은 10개의 섬들이 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연못을 중심으로 산과 계곡의 축소판이 자리하고, 정갈한 다리와 정자, 다실 등이 절묘하게 배치돼 산책로를 연결한다. 세계의 축소판 같은 슛케이엔 정원은 에도시대 초기에 유행하던 회유식 정원이다. 많은 다이묘들의 정원이 대부분 회유식 정원을 채택해 산과 마을, 계곡, 아름다운 해안 등 각양각색의 자연 풍경을 정원에 담았다.



회유식 정원은 사시사철 모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봄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가을에는 오색의 단풍이 낭만을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이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슛케이엔의 가을은 뜨거웠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초록은 생명을 다지고, 못 안 가득한 잉어떼와 자라의 움직임은 거세다.
정원의 산책로는 연못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조성돼 있다. 정원을 크게 한 바퀴 돌면 40분, 연못 중앙의 고코쿄 다리를 건너 절반의 코스를 걷는 짧은 코스는 20분 정도 걸린다. 구역 마다 단풍나무, 벚나무, 대나무, 매화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크게 한 바퀴 둘러보며 정원의 백미를 모두 만끽하는 것이 좋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다실인 세이후칸을 만난다. 정원의 품격에 걸맞은 스키야즈쿠리 양식(다실풍의 건축 양식)으로 건축해 자연의 축소판인 정원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세이후칸 앞 자그마한 아치 형태의 고코쿄 다리는 슛케이엔의 백미다. 연못과 어우러진 고코쿄 다리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유유테이 정자. 정자에서 바라보면 고코쿄 다리 앞 거북섬과 학섬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정원의 조성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기후쿠잔 산을 지나고, 유려한 곡선의 다리를 건너고 작은 강을 만나는 사이 슛케이엔의 세계에 빠져든다. 정원은 수려한 멋으로 인해 1940년 국가 명승지로 지정됐지만 1945년 원폭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돼 연간 관광객만 30만 명이 넘게 찾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슛케이엔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시기는 꽃이 필 무렵이다. 매화가 피는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벚꽃과 복숭아꽃이 피는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 단풍이 완연한 11월은 슛케이엔이 더욱 화려하게 변모하는 시기다. 특히 벚꽃 기간과 단풍 절정기에는 야간 특별 개장도 진행한다. 은은한 조명 빛으로 정원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시기이니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참고할 것.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슛케이엔은 가을에 딱 맞는 여행지다. 히로시마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다. 가을이 되면 어떤 나무보다 더욱 아름다운 나무가 단풍나무 아닌가. 빨갛게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잎의 매력, 슛케이엔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広島県広島市中区上幟町2−11
09:00~18:00
성인 260엔, 대학생 및 고등학생 150엔, 초・중학생 100엔
shukkeien.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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