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물결이 흐르는 후라노
보랏빛 물결이 흐르는 후라노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9.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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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 팜 도미타

홋카이도의 중앙에 위치해 ‘홋카이도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후라노. 후라노를 떠올리면 보라색 물결이 연상되는 이유가 팜 도미타에 있다.




라벤더만큼 친숙한 꽃이 있을까. 향수, 비누, 샴푸, 섬유 유연제, 핸드크림, 탈취제 등 향을 첨가할 수 있는 모든 것에는 라벤더 향이 있다. 특유의 깨끗하고 상쾌한 향과 더불어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줘 널리 사용되고 있는 라벤더. 그 영롱한 보랏빛 꽃을 실제로 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전혀 낯설지 않다.
넓은 땅으로 유명한 홋카이도답게 삿포로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광활한 들판을 마주한다. 여름이 담긴 듯 초록빛으로 물든 언덕을 감상하다 보면 홋카이도의 중앙, 후라노에 닿는다. 후라노는 프랑스 남부 지방과 함께 라벤더 밭으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로 일본 최대의 라벤더 산지다. 특히 팜 도미타는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라벤더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후라노 하면 팜 도미타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따라붙을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6월에 싹을 틔워 7월 중순부터 말까지 절정을 이루는 라벤더이기에 한여름에 방문해야 팜 도미타가 보여주는 장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여름의 후라노에는 언덕을 수놓은 보랏빛 물결이 경이롭게 흐른다.




꺾이지 않는 마음
입장료가 없어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지역에서 운영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금의 팜 도미타는 한 사람의 라벤더 사랑이 일군 결실이다. 1958년 후라노에서 동경했던 라벤더 재배를 시작하게 된 도미타 타다오는 아내와 함께 라벤더 밭을 점점 넓혀갔다. 순탄하게 라벤더를 재배하던 중, 1970년대에 들어서자 라벤더 농가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합성 향료 기술이 개발되고 무역이 자유로워지면서 값싼 수입 향수가 증가함에 따라 향수 회사가 사들이던 라벤더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후라노 언덕을 뒤덮었던 라벤더는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미타 타다오는 벼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라벤더 밭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던 중 1976년 일본국유철도JNR 달력에 팜 도미타의 사진이 실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팜 도미타를 방문한 여행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후 독자적인 라벤더 오일 추출에 성공하게 됐고, 밭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나간다. 지금까지 팜 도미타가 살아남아 라벤더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도미타 타다오의 마음 덕분이다.


팜 도미타를 즐기는 방법
15만m2의 넓은 부지에 색색의 꽃들이 물드는 팜 도미타. 봄부터 가을까지 비올라, 수국, 안개꽃, 라벤더, 양귀비,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들이 피어난다. 팜 도미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화인의 꽃밭花人の畑이다. 금어초, 금잔화, 셀로시아, 비올라 등이 4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다양한 색으로 물든다. 7월 중순에 방문했다면 어느 꽃밭으로 가도 만개한 꽃들을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알록달록한 곳이 있다. 팜 도미타를 대표하는 채색의 꽃밭彩りの畑이다. 라벤더를 포함해 끈끈이대나물, 불로화, 안개꽃, 붉은 양귀비와 오렌지색 양귀비 등 서로 다른 색의 7가지 꽃이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다.
라벤더만 있는 꽃밭은 3곳이다. 농원의 역사가 시작된 트래디셔널 라벤더 꽃밭トラディショナルラベンダー畑, 언덕 위의 자작나무와 라벤더가 어 우러지는 숲의 라벤더 꽃밭森のラベンダー畑, 색이 조금씩 다른 4가지 종류의 라벤더가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행복의 꽃밭倖の畑이다. 팜 도미타에 는 사계절 라벤더를 볼 수 있는 온실도 있다. 멀리서 보라색 융단이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온실에서 라벤더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허브를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인 라벤더는 기다란 꽃대 위에 보라색 꽃망울들이 매달려 이삭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꽃구경이 끝났다면 배를 채울 차례다. 팜 도미타 곳곳에 기념품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다. 라벤더 치즈케이크, 라벤더 슈크림, 라벤더 푸딩 등 이색 메뉴를 맛보다 보면 여름 한철 피고 지는 라벤더가 아쉬워진다. 팜 도미타에서 몇 걸음만 이동하면 도미타 멜론하우스とみたメロンハウス가 나타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멜론 모형을 발견했다면 바로 그곳이다. 멜론 수확 시기인 6월부터 9월까지 만날 수 있다. 커다란 멜론을 통째로 판매하며, 먹음직스럽게 잘라놓은 멜론이 줄지어 있다.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유바리 멜론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후라노에서 자란 후라노 멜론이다. 기온차가 큰 후라노의 기후와 햇빛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멜론을 더욱 달게 만든다. 한국에서 흔하게 접하는 초록색이 아니라 진한 주황색이며, 당도가 높고 맛있다. 멜론하우스 뒤쪽에 있는 카페로 가면 멜론 크림이 들어간 멜론 빵과 멜론 푸딩도 맛볼 수 있다.

▶FARM TOMITA SPOT

팜 도미타 ファーム富田
〒071-0704 北海道空知郡中富良野町基線北15号
08:30~18:00
+81 167-39-3939
farm-tomita.co.jp

도미타 멜론하우스 とみたメロンハウス
〒071-0714 北海道空知郡 中富良野町宮町3-32
6월~9월 09:00~17:00
+81 167-39-3333
tomita-m.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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