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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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기자는 취재를 위해 프리드리히샤펜에서 열리는 ‘유러피안 아웃도어 트레이드 페어’에 갔다. 새 시즌 제품을 한 시라도 빨리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부스에 전시된 제품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몇 부스에서 촬영을 저지당했다. ‘PRESS’ 확인증을 보여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NO!” 그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해외 전시회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사실 한국인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이유는 단 하나, ‘제품 카피’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해외 전시회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올해 ‘유러피안 아웃도어 트레이드 페어’만 해도 한국인 방문자만 어림잡아 300여 명이다. 유독 한국인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방문객들의 지위 때문인 듯하다. 다른 나라는 제품을 수주하거나 사업상의 이유로 방문한 바이어들이 대부분인 반면, 한국 방문객들은 디자이너들이 많다.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몸소 보고 느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민 없이 남의 디자인을 몰래 카피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전시 기간 중 만난 몇몇 한국 디자이너들은 부스에 들어가 몰래 제품 사진을 찍거나 워크북, 샘플 제품 등을 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그들 중 몇몇은 현장을 들키는 바람에 관계자들에게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몇 해 동안 반복되자 해외 전시회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은 ‘경계 대상 1위’가 되어 버렸다. 전시회에서 만난 국내 브랜드 관계자는 기자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몇몇 브랜드는 전시회 전에 디자이너들에게 몰래 사진 촬영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촬영할 분량을 할당해 주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내 최정상급 아웃도어 브랜드들이었다. 이런 브랜드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외국 브랜드의 제품을 카피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현실에 씁쓸했다.
현재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세계적인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가 없다. 도대체 왜일까? 가장 큰 문제는 창조에 대한 노력의 부재다. 유럽과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여전히 최고로 인정받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토종 브랜드들은 이런 데 투자하기보다는 남의 제품을 카피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아웃도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 최정상급 토종 브랜드들도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만 좇는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멀리 내다보고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물론 창조에 대한 노력도 필수다. 한국인들이 해외 아웃도어 전시회에서 환영 받을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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