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향과 맛
대만의 향과 맛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8.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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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란 & 동방미인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대만은 식음료 천국답게 마실 것에 진심이다. 까다로운 이들의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은 술과 차를 찾아 대만으로 향했다.


헤어지지 않을 결심
카발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영화 속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 에디터에게는 그런 영화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다. 곱씹을수록 새롭고, 분석할수록 모호해 지는 영화 속에서 ‘카발란KAVALAN’을 처음 만났다. 소유욕 강한 완벽주의자 기도수의 술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 박찬욱 감독이 사랑하는 위스키, 카발란이 궁금해진 순간이다.
수천 년 위스키 역사에서 카발란의 스토리는 무척이나 짧다. 2005년 대만에서 시작된 카발란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카발란은 위스키 원액 생산이 단일한 증류소에서 이루어지는 싱글 뫁트 위스키다. 몰팅-당화-발표-증류-숙성-병입의 과정으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년간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서늘한 고위도 지역에서 주로 제작한다. 반면 고온다습한 대만은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카발란은 이러한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고 숙성 속도를 빠르게 진행해 20년 이상 숙성된 고숙성 위스키와의 경쟁해 살아남았다.
카발란은 첫 출시 이후 10년 만에 70여 개국에 수출했으며, 연간 1천만 병 이상을 생산중이다. 평단의 평가도 우수하다.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개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유수한 위스키들을 높은 점수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2017년에는 세계 3대 국제주류품평회인 IWSC에서 ‘Distillery of the Year’, 2018년에는 The San Francisco World Competition SFWSC에서 ‘Distillery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카발란 위스키가 특별한 이유는 물 덕분이다. 설산의 미네랄이 풍부한 해빙수는 깨끗하고 크리미해 카발란 위스키의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 여기에 대만의 숨 막히는 열기는 오크통에서의 숙성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며, 풍미를 강렬하게 추출해 같은 나이의 타 위스키보다 성숙한 맛을 자랑한다.



KAVALAN LINE UP


KAVALAN CLASSIC
카발란의 가장 기본 라인업으로 여러 캐스크에서 숙성돼 신선하고 깨끗하며, 비단결 같은 부드러움과 열대 과일, 특히 망고 향기가 풍부하다. 해산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KAVALAN OLOROSO SHERRY OAK
〈헤어질 결심〉 기도수가 선택한 위스키다. 말린 과일향과 달콤한 바닐라가 어우러져 도수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스파이시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견과류, 초콜릿 또는 스테이크와 함 께 먹는 것이 좋다.


KAVALAN CONCERTMASTER PORT CASK FINISH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후 포르투갈산 루비 포트 와인 캐스크에서 숙성을 마무리한다. 자연스러운 달콤함과 풍부한 바디감으로 건포도, 딸기잼, 말린 과일의 아로마가 일품이다. 디저트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KAVALAN DISTILLERY SELECT NO1
카발란 특유의 트로피컬 과일향을 절묘하게 살려내 부드럽고 두툼한, 다층적인 맛을 표현한다. 크리미한 토피, 우드니스, 바닐라 노트 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KAVALAN PODIUM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진한 다크골드 빛 위스키다. 복합적인 과일향과 꿀향, 진한 바닐라향이 우러난다. 대만, 태국, 일본 요리와 페어링이 좋다.


KAVALAN CAR CONDUCTOR
카발란 소유 그룹인 킹카 그룹 에디션으로 달콤한 맛과 향이 특징. 대만 내수용으로 주로 유통돼 여행 필수품으로 각광받는다. 대만, 태국, 일본 요리와 페어링이 좋다.


오리엔탈 뷰티
동방미인

대만에서 차가 유명해진 시기는 청나라 말기부터다. 중국 본토인들이 대만으로 이주한 후 산악 지역에 차나무를 심어 수확하기 시작했고, 풍부한 일조량과 강수량, 높은 습도로 인해 차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항구가 개방되면서 해외와의 왕래가 늘어났고, 당시 대만의 차는 특산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만은 전국적으로 고산지대가 많다. 산의 절반 이상이 해발 1000m 이상이며, 3000m를 넘는 산도 200여 개다. 고산 지대는 일 년 내내 안개가 낀 습한 기후가 이어지고 일교차까지 커질 좋은 찻잎 생산에 안성맞춤. 자연스레 대만인들은 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차구를 구비할 만큼 차는 일상과 맞닿은 식문화가 됐다.


동방미인東方美人은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청차)다. 병풍차椪風茶 또는 팽풍차膨風茶라고 부르기도 하며, 원래의 명칭은 차의 싹이 동물의 하얀 털을 닮았다고 해 백호오룡차白毫烏龍茶다. 차의 이름이 동방미인이 된 데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감탄 덕분이다. 1960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음식박람회에서 백호오룡차가 은메달을 수상했고, 여왕이 차를 맛본 후에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에 반해 ‘동방의 미인’의 향기라고 칭찬한 데서 유래됐다. 빅토리아 여왕(1837~1901년) 시기에 알려졌다는 설도 있다.
대만의 동방미인은 타오위안桃园, 신주新竹, 먀오리苗栗의 지방에서 주로 나며, 지역의 첫 글자를 따서 도죽묘桃竹苗라고 한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신주현으로 10톤 내외이며, 타오위안과 먀오리에서 각 3톤씩 생산한다. 동방미인 차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당연히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방미인 차 산지 중 타오위안 룽탄은 쾌적한 기후와 비 옥한 토질, 우수한 자연 조건 아래 독특한 차 문화를 형성한 고장이다. 대만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차 산지로 동방미인을 비롯해 다양한 홍차, 우롱차 등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동방미인의 찻잎은 오색을 띤다. 붉은색, 녹색, 황색, 흰색, 갈색을 골고루 보이며, 맛은 홍차와 비슷하고, 향은 우롱차의 것이다. 무엇보다 부진자라는 벌레를 이용해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벌레가 농약에 약해 유기농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으니 생산량이 적다. 동방미인은 부진자가 즙을 빨아먹어 홍갈색으로 말라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변한 찻입만 사용한다. 부진자로 인해 시든 이파리는 오히려 달콤한 맛과 독특한 향기를 지닌다.
이런 이유로 동방미인은 곤충의 활동이 활발한 망종(음력 5월) 전후에 딱 한 번만 생산한다. 양력으로 늦은 봄인 5~6월에 찻잎을 딴다. 동방미인 차의 등급은 부진자 개수로 표시하기도 한다. 차 패키지에 부진자 개수가 표시돼 있으며, 부진자 다섯 개가 최고 품질이다.
동방미인은 제조공정도 복잡하고 까다롭다. 사람 손을 많이 타는 구조다. 입을 따 야외와 실내에서 건조하고 4~5번의 발효를 거치고, 살청, 건조 등을 모두 사람의 감각으로 판단하고 진행한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동방미인은 과일이나 꿀처럼 달콤한 향이 일품이다. 대만의 차는 훌륭한 맛과 향은 물론이고 깨끗하고 청결한 제조로 정평이 나 있다.
동방미인은 반 발효 우롱차 중에서 발효도가 가장 무겁다. 일반적인 우롱차의 발효도는 60% 정도인데, 동방미인은 75~80%에 달한다. 발효도가 높으니 잡냄새가 없고 쓴맛과 떫은맛도 거의 없다.
에디터가 찾은 동방미인 차산지는 룽탄의 다베이켄大北坑 지역이다. 마을 곳곳에 차 밭이 즐비하지만 다양한 레저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다베이켄 레저 농촌 지구大北坑休閒農業區에서는 일일투어도 가능하다. 차 문화를 알리고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운영되는 지구는 차밭과 농장, 공원, 고택, 식당 등의 시설이 갖추어 있으며, 슬로우 라이프를 체험하고픈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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