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만큼 식도락 여행에 걸맞은 도시도 없다. 일본에서 서구와의 교역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지역답게 동서양의 음식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독특한 식문화를 발전시켰다. 뻔한 일본의 식도락 여행이 아니다. 나가사키 음식엔 특별함이 있다.
<NAGASAKI>
토마토 라멘 들어봤니
라멘 히이라기 らーめん柊
짬뽕, 사라우동, 토루코 라이스, 사세보 햄버거 등 나가사키에서는 꼭 먹어야할 별미들이 넘쳐나지만 일본에 갔다면 라멘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도 라멘 맛집을 자주 찾는 에디터는 일본에 가면 어딜 가든 꼭 라멘 맛집을 찾아간다. 라멘 히이라기는 나가사키 현지인들이 강력 추천하는 라멘 맛집이다. 특히 토마토 라멘은 그 독특함과 진한 맛에 마니아들이 줄을 설 정도. 일본의 여느 라멘 집처럼 히이라기도 키오스크 주문이다. 한국어는 없지만 영어를 선택할 수 있으니 겁먹지 말 것. 토마토 라멘을 선택하면 꼭 가지 토핑을 추가하자. 기름에 달달 볶아 올린 가지의 고소함은 토마토 라멘의 핵심.
빨간 국물의 토마토 라멘은 시금치와 잘게 썬 양배추가 기본 토핑으로 올라온다. 여기에 가지 토핑과 계란 토핑을 추가하면 더욱 꿀맛이다. 새콤하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눅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토마토 라멘이 생소하다면 돈코츠 라멘, 아오사 라멘, 탄탄면도 훌륭하다.
〒850-0841 長崎県長崎市銅座町6-9 徳山銅座ビル
11:00~03:00
토마토 라멘 880엔, 돈코츠 라멘 730엔, 탄탄면 810엔
+81 958-219-210
ramen-hiiragi.com
나가사키 하면 짬뽕이지
다이하치 大八
‘나가사키’ 하면 자연스레 ‘짬뽕’이 떠오른다. 짬뽕은 분명 중국 음식인데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한 까닭은 지역적 특색 덕분. 메이지 초기, 개항이 활발했던 나가사키에는 당인촌이란 중국인 집단 거주지가 생겼다. 당시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중국인이 개발한 나가사키 짬뽕은 닭과 돼지 뼈를 우린 육수에 중화면을 넣고 나가사키의 저렴하지만 풍부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면 요리. 육해공이 모두 만났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나가사키에는 당연히 짬뽕 전문점이 많다. 100년 전통 짬뽕의 원조 시카이로와 60년 전통의 고잔로 중화가 등이 있지만 원조의 명성답게 늘 붐비는데다 대기는 필수. 다이하치는 유명세는 덜 하지만 나가사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숨은 맛집이다.
다이하치는 작지만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다. 낡고 협소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이면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대표 메뉴는 나가사키 짬뽕과 사라우동. 깊은 육수의 풍미와 각종 야채, 오징어 등을 곁들어낸 나가사키 짬뽕은 부드러운 면의 식감과 꼬들꼬들한 오징어와 어묵이 어우러져 술을 부르는 메뉴다.
에디터가 선택한 치트키는 사라우동. 굵은 면과 기름에 튀긴 얇은 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튀긴 면을 추천한다. 면 위에 돼지고기와 조개, 버섯, 숙주, 양배추 등을 볶아낸 달콤한 소스가 얹어 나오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다.
〒850-0057 長崎県長崎市大黒町8-13
11:30~20:00(브레이크 타임 14:00~17:30), 수・일요일 휴무
나가사키 짬뽕 800엔, 사라우동 900엔
+81 958-293-852
튀르키예의 맛, 토루코 라이스
비스트로 보르도 ビストロ ボルドー
나가사키의 별미 중 하나인 토루코 라이스는 일본어로 튀르기예를 뜻하는 ‘토루코’에서 왔다. 접시 하나에 돈가스, 스파게티, 볶음밥, 샐러드 등이 한 번에 올라오는 일본식 경양식으로 메이지 시대에 튀르키예인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상 이슬람권인 튀르키예인들은 돼지고기를 기피하니 딱히 연관성은 없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름이야 어쨌든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맛 볼 수 있는 토루코 라이스가 나가사키의 명물임은 분명하다.
비스트로 보르도는 하마마치 아케이드 내 2~3층에 자리해 쇼핑 중 들르기 좋은 위치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검증된 음식점으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야할 정도. 깔끔한 분위기에 매장은 아늑하고 조용해 비스트로급 분위기에도 걸맞다. 주 메뉴는 토루코 라이스로 돈가스, 생선가스, 치킨가스 등 좋아하는 가스 종류를 선택해 주문하면 된다. 가스를 메인으로 일본식 스파게티인 나폴리탄, 볶음밥 종류인 샤프란 라이스, 샐러드 등이 곁들여 나온다. 일본의 돈가스와 스파게티는 누구나 보장하는 맛. 익숙한 맛이 무섭다고 친숙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을 골고루 맛 볼 수 있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850-0853 長崎県長崎市浜町8-28 2・3階 インポートビル
11:00~23:00
프리미엄 포크 토루코 라이스 1480엔, 치킨가스 토루코 라이스 1280엔, 생선가스 토루코 라이스 1280엔
+81 958-259-378
bistro-bordeaux.com
지금껏 먹어본 카스텔라는 가짜다
쇼오켄 카페 세빌리야 松翁軒 喫茶セヴィリヤ
우리가 익히 아는 카스텔라는 나가사키가 본고장이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빵집의 카스텔라는 케이크보다는 빵에 가까운 편이지만 본고장의 카스텔라는 다르다. 조직이 성겨 폭신폭신한 한국의 카스텔라와 다르게 빵과 파운드 케이크 사이, 어딘가의 쫀쫀한 식감이 일품. 일본의 카스텔라는 16세기 중반 나가사키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들어오며 처음 전파됐고, 이후 기술을 발전시켜 카스텔라의 본고장으로 거듭났다.
나가사키에는 유명한 카스텔라 빵집이 여럿이다. 그중 쇼오켄은 3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과자점. 나가사키에 여러 지점이 있지만 쇼오켄 카페 세빌리야는 1층에 카스텔라 매장과 2층 카페를 동시에 운영해 커피와 함께 카스텔라를 즐기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유럽풍 인테리어는 세빌리야의 백미. 은은한 커피향이 맴도는 카페에서는 다양한 카스텔라와 커피를 세트로 구성해 판매한다. 대중적인 기본 카스텔라 외에도 메이지 시대부터 만들었다는 초코라떼 카스텔라도 있으니 꼭 맛 볼 것.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8850-0874 長崎県長崎市魚の町3-19
11:00~17:00
카스텔라 2조각 세트 1150엔, 카스텔라+초코라떼 카스텔라 세트 850엔
+81 958-220-410
sevilla.shooken.com
<SASEBO>
힙하고 캐주얼한 사세보의 맛
CAFE .5 ドットファイブ
사세보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CAFE .5는 미군 주둔기지로 인해 외국인들이 많은 사세보답게 힙하고 캐주얼한 멋이 가득하다. 이름은 카페지만 스테이크, 피자, 파스타, 리소토, 샐러드 등을 내는 레스토랑. 특히 사세보 별미 중 하나인 레몬 스테이크는 놓쳐서는 안 될 메뉴다. 육즙 가득한 부드러운 스테이크 위에 상큼한 레몬이 곁들어진 레몬 스테이크는 소고기의 느끼함을 싹 잡아줘 입맛을 돋운다.
CAFE .5는 두 명의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음식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든다. 오픈 키친이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레몬 스테이크 외에도 피자와 파스타, 리소토, 매시트포테이토 등 다양한 메뉴를 수준 높게 내어주니 사세보의 힙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꼭 방문해 보자. 사세보의 인기 맛집이라 점심시간에는 대기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857-0877 長崎県佐世保市万津町7-6
11:30~22:00(토요일 11:30~~23:00)
레몬 스테이크 150g 1880엔, 뉴욕 스타일 피자 800엔, 이탈리안 샐러드 800엔
+81 956-228-505
dot-sasebo.com
이게 수제 햄버거다
사세보 버거 본점 佐世保バーガー本店
미 해군 기지의 영향으로 사세보에는 1950년대부터 햄버거 가게들이 들어섰고,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세보 버거’라는 별미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햄버거야 어딜 가나 먹을 수 있지만 사세보 버거는 특별하다. 프랜차이즈의 천편일률적인 맛이 아닌, 수제버거의 정성과 맛이 스며있는 셈. 손수 만든 빵과 사세보산 야채, 일본산 소고기 패티의 풍미가 어우러진 사세보 버거는 나가사키 전역에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많은 매장이 있지만 사세보 버거 본점은 특별하다. 구주쿠시마를 바라보며 햄버거를 맛 볼 수 있게 테라스형 매장으로 꾸며졌다. 매장 자체가 전망대이니 먼저 눈이 즐겁고, 뒤이어 입이 황홀하다. 햄버거 크기도 상당한데, 한 입에 다 담지 못할 만큼 푸짐하다. 사세보 버거 맛의 비결은 패티. 시간이 지나도 풍부한 육즙을 유지하는 패티는 일본산 소고기를 사용해 정성스레 구워낸다. 직접 구운 수제 빵 역시 전국의 밀을 테스트해 패티와의 밸런스가 가장 잘 맞는 블렌드 파우더를 사용한다. 푹신하면서도 농밀한 빵은 프랜차이즈의 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857-1231 長崎県佐世保市船越町190
08:00~18:00
스페셜 버거 레귤러/라지 850엔/1300엔, 베이컨 치즈 레귤러/ 라지 800엔/1200엔, 세트 메뉴(+감자튀김, 음료) 500엔 추가
+81 956-285-533
saseboburger-museum.com
장인이 만드는 커피 한 잔
쿠니마츠 くにまつ
오랜 세월만큼 커피 맛도 쌓여 가는 사세보의 레트로 카페다. 아버지가 시작한 카페를 아들이 물려받아 수십 년 간 사세보의 커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 해군들의 도시답게 카페는 폐군함의 자재를 사용해 마치 함선 속 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는 사장이 혼자 운영하는데 무척 친절해 커피에 관해 질문하면 세심하게 답해준다. 커피 원두에 따라 드립 커피, 사이폰 커피 등을 내어주는데, 원숙한 바리스타의 솜씨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련되고 깔끔한 프랜차 이즈 커피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하고 세심한 친절을 원한다면 꼭 방문해 볼 것.
〒857-0872 長崎県佐世保市上京町4-16
10:00~21:00
쿠니마츠 블렌드 커피 600엔, 콰테말라 커피 650엔
+81 956-252-888
<SHIMABARA>
하루의 마무리는 이자카야에서
다이닝 미유 ダイニング味遊
시마바라역에서 100여m 떨어진 거리에 이자카야 다이닝 미유가 있다.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이자카야만 한 곳이 또 있을까. 단순히 술집이라고 하기엔 나오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 도 훌륭하니 일반 음식점 대신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시마바라는 조그만 시골 동네라 저녁 늦게까지 하는 식당이 많지 않다. 가볍게 맥주 한 잔 곁들여 식사를 하고픈 여행자라면 다이닝 미유가 제격이다.
다이닝 미유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작은 이자카야다. 도시의 이자카야에서 늘 북적이는 인 파와 소음이 신경 쓰였다면 다이닝 미유는 일행과 조용히 앉아 여독을 풀기 좋은 장소다. 널 찍한 테이블은 커튼이 있어 독립적이다. 찾아오는 손님도 대부분 동네 단골들이라 혼자 바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고 떠나니 조용함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만족할 것. 음식도 수준급이다. 가라아게, 곱창볶음, 햄가츠, 소바, 샐러드 등 무궁무진한 메뉴가 있으며 무엇을 시켜도 손색없는 맛을 낸다.
809 Nakamachi, Shimabara, Nagasaki 855-0044
18:00~23:00, 일요일 휴무
훈제 햄 치즈카츠 680엔, 가라아게 680엔, 새우와 아보카도 샐러드 880엔
+81 957-636-656
diningmyu.jp
<IOJIMA>
정갈한 일본 가정식 한 상
아미모토 식당 網元食堂
이오지마 아크 랜드 스파 안에 자리한 아미모토 식당은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내는 음식점이다. 스파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서면 이오지마 앞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깔끔한 일본식 인테리어로 조용하게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주 메뉴는 일본의 가정식으로 카레우동, 연어덮밥, 소바 등 단일 메뉴부터 메인 메뉴와 여러 가지 반찬이 한 상에 나오는 가정식까지 다양하다.
음식 맛도 수준급이다. 신선한 해산물과 식재료로 만들어 낸 밥상은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푸짐한 한 상에 비해 가성비도 훌륭하니 만족스러운 한 끼를 선물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식당이 자리한 아크 랜드 스파에서 당일 온천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지중해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851-1201 長崎県長崎市伊王島町1丁目3278-3
11:00~21:00
덮밥 세트 1200~1400엔
+81 958-98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