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의 모든 것
스포츠클라이밍의 모든 것
  • 김경선
  • 승인 2023.06.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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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클라이밍에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며 힙하고 트렌디한 액티비티로 변신중이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홀로 싸우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파헤쳐본다.



스포츠클라이밍이란
등반登攀을 뜻하는 클라이밍Climbing은 손과 발 등을 이용해 가파른 사면을 오르는 활동을 뜻한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암벽등반은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만 벽을 오르는 자유등반과 피톤, 볼트, 사다리, 어센더 등의 인공 장비를 이용해 오르는 인공등반이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자연암벽 등반 을 대신해 암벽 모양의 구조물에 인공 홀드를 설치하여 등반하는 스포츠다. 자연암벽은 클라이머에 따라 다양한 홀드를 활용할 수 있지만 영구 확보물이 없어 다소 위험한 반면 스포츠클라이밍은 고정된 영구 확보물을 이용해 안전하게 오른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힘과 지구력, 기술력을 키우는 액티비티로 굳이 자연암장을 찾아 이동하는 대신 도심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암벽에 설치한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홀드를 이용해 등반하는 스포츠다. 지난 2020 도코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지정됐으며, 리드, 볼더링, 스피드 세 가지 종목을 각각 진행한 후 각 순위를 곱해 숫자가 가장 낮은 사람이 우승하는 콤바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정 되면서 과거에 비해 대중적인 스포츠로 거듭났으며,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스포츠클라이밍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10, 5.11 같이 난이도를 구분하고 온사이트, 레드포인트 등의 등반 형태를 구분하며 발전해왔다. 자연암장과 달리 볼트 등의 고정 확보물을 설치해 톱 로핑 등반을 하거나 확보 없이 자유롭게 등반하는 볼더링 등을 주로 하며, 도심의 실내 암장의 경우 볼더링이 주로 이루어진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등반하는 볼더링이다. 암장마다 다양한 난이도의 홀드를 설치하고, 개인의 실력에 따라 취사선택이 편리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등반 방식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는 원래 자연암벽에서 이루어졌지만 선수들의 안전 및 부상 위험 탓에 1980년대부터 인공암벽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1년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가 조직됐으며, 92년에는 제1회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리드와 스피드 클라이밍 종목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1990년대 말에 이르러 볼더링 경기가 추가돼 지금의 형태를 이루게 됐다.
정식 올림픽 종목으로 인정받은 스포츠클라이밍은 세 가지 형태로 경기가 진행된다. 먼저 리드(난이도) 경기는 15m의 인공 벽에 설계된 루트를 6~8분 이 내에 완등 해야 한다. 세 가지 종목 중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오르기 때문에 안전 벨트를 착용하고 확보한 후 경기를 진행한다. 등반을 시작하면 각 홀드마다 점수가 부여되며, 선수는 루트를 따라 퀵드로에 로프를 걸어야 한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순서에 따라 순위가 가려지며, 이때 동점자가 발생하면 등반 시간이 짧은 선수가 우위를 차지한다.
스피드 경기는 톱로핑 방식으로 진행하며, 경기 전 선수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확보한 후 출발한다. 높이 15m, 95도 경사면에서 두 명의 선수가 대결하며, 육상경기처럼 출발신호가 울리면 톱 지점까지 빠르게 올라 버튼을 눌러야 한다. 스피드 경기는 경이로운 속도로 진행되는데, 남자 상위권 선수들은 완등까지 5초 대, 여자 상위권 선수들은 6초 대를 기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볼더링 경기는 볼더라고 일컫는 4.5m의 낮은 인공암벽을 안전장비 없이 오르는 종목이다. iFSC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쟁 무대는 완등하는 선수가 소수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당 볼더의 수는 5개 내외이며, 한 루트 당 중간에 특정 홀드를 잡으면 포인트를 주어 변별력을 가린다. 안전벨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내에 지속적으로 재등반 시도가 가능하다. 예선전 및 준결승전에는 경기 전 루트 관찰 시간이 따로 없지만, 결승전의 경우 경기 전 2분간의 루트 파악 시간이 주어진다.


홀드와 벽의 종류
홀드는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디는 구조물을 뜻한다. 모양과 크기가 모두 제각각이며, 보통 폴리에스터나 폴리우레탄, 나무 등으로 제작한다. 먼저 저그Jug는 가장 일반적인 홀드로 손을 벌려 잡을 수 있는 큰 홀드다. 저그 중에서도 두 손으로 잡지 못하는 작은 홀드는 미니 저그Mini Jug 또는 인컷Incut이라고 부른다.
핀치Pinch는 길쭉한 모양의 홀드로 책을 잡듯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을 사용해 쥐며,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한다. 포켓Pocket은 석회암이나 화산암에 서 잘 볼 수 있는 모양으로 구멍이 나 있는 형태의 홀드다. 구멍에 가장 힘이 센 가운데 손가락이나 검지, 약지 등을 집어넣어 잡는다. 크림프Crimp는 작은 홀드로 손 전체를 사용하기 힘들어 손마디를 이용해 잡는다. 손가락을 일렬로 만들어 홀드를 잡아 몸을 지탱한다. 크림프는 클라이머들의 고질병인 손가락 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초보자들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엣지Edge는 상단은 평평하고 아래쪽은 곡선 형태의 홀드로 손가락과 손바닥을 90도로 꺾어 걸치는 느낌으로 잡는다. 언더컷Undercut은 저그를 거꾸로 뒤집은 형태로 방향의 특성상 아래에서 오르는 중에는 잡기가 어려우며, 홀드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 잡아야 힘을 줄 수 있어 몸을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슬로퍼Sloper는 반구체 모양으로 둥근 형태를 띄며 손가락으로 잡기가 힘들어 손바닥으로 잡는다. 마지막으로 부피가 큰 볼륨Volume은 접촉면이 평편하고 흘러내려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동작이 까다롭다.
홀드를 지탱하는 벽도 종류가 다양하다. 기울기에 따라 슬랩, 직벽, 오버행, 루프 네 가지로 나뉜다. 슬랩은 90도 미만의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벽으로 등반 중 몸이 벽 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어져 다리 힘만으로 벽에 붙어있기 용이하다. 직벽(페이스)은 90도 경사로 다리 힘만으로 벽에 붙어있기 힘들기 때문에 손의 힘이 중요하다. 오버행은 90도 이상의 벽으로 몸이 뒤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손의 근력과 코어의 힘이 필요하다. 급격한 오버행은 초보자가 매달리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중급자 이상부터 도전하는 것이 좋다. 루프는 경사가 거의 180도에 가까운 벽으로 상급자가 아니면 시도조차 힘든 루트다. 극강의 코어 힘이 필요하며, 다리를 걸고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력도 중요하다.


무엇이 필요한가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암벽화다. 특히 실내에서 볼더링 위주의 등반을 즐긴다면 암벽화만 있어도 90%는 준비 완료. 그러나 중요한 만큼 암벽화를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한다. 암벽화는 용도에 따라 슬랩 등반을 위한 프릭션Friction 용도, 작은 홀드를 잘 딛고 올라가기 위한 엣지Edge 용도, 오버행이나 크랙을 위한 크랙Crack 용도, 다양한 스포츠클라이밍 무브에 유용한 자유 등반용 암벽화로 나뉜다. 중급 이상의 실력자라면 용도에 맞는 암벽화를 고르는 것이 좋지만 초보자라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암벽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암벽화는 양말을 신으면 신발 안에서 발이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맨발로 신어야 하며, 사이즈는 발에 꼭 맞는 것이 좋다. 간혹 고급자로 올라갈수록 발가락이 꺾일 정도의 작은 사이즈를 신기도 하는데, 초보자일 경우 사이즈를 너무 작게 선택하면 클라이밍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통증으로 포기하기도 하니 적당한 사이즈를 고르는 것이 좋다.
난이도를 즐긴다면 로프와 안전벨트는 필수다. 추락으로부터 클라이머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로프는 두께에 따라 외줄 또는 두 줄로 사용해야 한다. 직경이 8~9mm 로프는 반드시 두 줄로 사용하며, 10mm 이상의 로프는 외줄 사용도 가능하다. 로프는 보관과 관리가 중요하다. 실외는 물론이거니와 실내에서도 밟지 않도록 주의한다. 로프를 밟으면 흙이나 작은 돌들이 로프 사이에 침투해 로프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클라이머의 안전을 위한 필수장비 안전벨트는 등반자와 로프를 연결하는 장비다. 등반 중 추락이나 하산 시 발생하는 충격을 분산시켜준다. 전신용인 보디 하네스와 하반신을 지지하는 시트 하네스 두 종류가 있다. 전신용이 안전에는 유용하나 실용성이 떨어져 대게 시트 하네스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로프를 사용하는 등반을 할 때는 카라비너와 확보기구 등이 필요하며, 때에 따라 퀵드로도 여러 개 필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크도 중요하다. 탄산마그네슘으로 만든 초크는 손의 마찰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초크통에 담아 허리에 매달아 사용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의 기술
다양한 홀드를 이용해 전해진 목적지를 향해 등반하는 클라이밍은 기술과 체력이 중요한 스포츠다. 어떤 홀드냐에 따라 잡는 방법과 디디는 방법이 달라지며 최대한 체력은 아끼고 편안하게 등반하기 위한 루트를 찾는 훈련도 중요하다. 등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클라이밍 동작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클라이밍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체 능력이 필요하다. 지구력과 유연성, 밸런스는 물론 복근과 팔의 근력, 손가락의 악력 역시 중요하다. 스포츠클라이밍은 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오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지구력이다. 지구력은 홀드를 잡는 힘이다. 좋은 자세를 잡을수록 손에 가해지는 힘이 줄어들어 클라이머가 지구력을 지속하게 만든다. 다음은 유연성이다. 다양한 홀드를 이용해 편안하고 유용한 자세를 얻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밸런스를 잘 잡아야 추락하지 않고 등반을 지속할 수 있다. 근력은 클라이머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신체 능력이다. 기본적인 근력이 없으면 아무리 유연하고 밸런스가 좋아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클라이밍은 다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상체의 힘이 좋아도 다리의 힘을 이기기는 힘들다. 턱걸이를 수십 개 하는 것은 힘들지만 스커트 수십 개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이상적인 클라이밍은 손으로 진행 방향을 정하고 다리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 것. 루트에 맞춰 손으로 홀드의 순서를 배열하고, 발로 자신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를 보면 같은 루트라도 선수에 따라 동작과 등반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홀드지만 루트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같은 동작을 취하더라고 밸런스나 타이밍, 리듬에 따라 동작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클라이머는 항상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3차원 공간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게 중심을 조절해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실력 향상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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